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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2019.08.01 영화 <마담 푸르스트의 비밀 정원> (Attila Marcel)

날짜: 2019년 8월 1일 목요일 (비 후 맑음)
장소: CGV 

 

지극히 프랑스 영화다운 영화이다.

내용도 특별난 것이 없고, 영상미도 뛰어나다곤 할 수 없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행복했다.

그 이유는 음악 때문이었다.

주인공이 피아니스트이다 보니까 피아노 음악이 계속 흘러나오는데 연주조차도 프랑스적인 그 음악이 참으로 좋았다.

그리고 과거를 어떻게 기억하는가 하는 것은 우리의 선택이라는 메시지가 마음에 들었다.

과거가 후회스럽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난 전혀 후회 같은 거 없다.

나라고 다 잘하기만 했겠는가?

하지만 이상하게 못하거나 싫거나 슬펐던 것들은 기억이 안 나고, 좋고 잘하고 행복했던 것들만 기억이 난다.

설혹 후회스러울 수 있는 것들도 그 당시 내가 고심하여 선택하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걸로 만족한다.

내 삶의 실수나 실패도 필요한 것이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올해 내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던 것들 중 두 가지를 정리하였는데 그로 인해 슬프다거나 우울해지는 것이 아니라 이후로 내 삶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기대가 된다.

하나는 국민학교(우리 때는 국민학교였다.) 때 산 호루겔 피아노를 버렸다.

50년가량 끼고 살던 피아노인데 너무 오래되다 보니 조율을 해도 자꾸 풀려버려서 꽤 오랫동안 방 한구석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었다.

피아노를 치고 싶어도 조율이 안 되어 칠 수가 없었는데 중고 피아노를 준다는 사람이 있어서 이참에 과감하게 버렸다.

방학 때는 하루 6~7시간씩 치던 피아노인데...

제대로 된 피아노 소리를 들으니 학창 시절을 함께 해온 옛 친구 같은 피아노를 버린 아쉬움도 금세 사라져 버렸다.

이제는 손가락이 많이 굳어서 초등학교 때 치던 곡들도 못 치지만 앞으로 다시 열심히 연습해야겠다.

또 하나는 대학원 졸업 직후부터 30년가량 해온 강사 생활을 그만두었다.

몇 년 전부터 대학 시절 나이 드신 교수님들을 보면서 내가 느꼈던 것, '이제 그만 후배들에게 양보하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언제 그만둘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된 거 이번에 그만두기로 한 것이다.

아쉽지 않냐고?

30년 했으면 많이 한 것 아닌가?

정교수였다면 65세까지 대학에 있겠지만 내가 원해서 강사를 한 것이니까 아쉬울 것 없다.

미국에서 돌아온 후 한동안 연구소에도 있어봤지만 난 어디 묶여있는 것은 못하겠더라.

남들은 보따리 장사라는 강사 생활이 나에겐 딱이었다.

나 하고 싶을 때 하고, 쉬고 싶을 땐 잠시 쉬고, 하고 싶은 과목만 강의하고.

국내 최고 대학들에서 좋은 학생들과 함께 한 시간들이 정말 행복했다.

그러고 보니 내 꿈은 다 이루어졌다.

꿈이 너무 소박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원하던 삶을 살아왔고, 내가 만족하고 행복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나는 정말 많은 축복을 받은 것 같다.

내가 받은 축복이 내게서만 머물러 있지 않고 흘러나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주님, 제가 축복의 통로가 되어 주님 앞에 가기 전에 제게 주신 달란트를 하나님을 위하여, 이웃을 위하여 다 쓰고 갈 수 있도록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