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4년 10월 14일 화요일 (맑음)
산행코스: 진부령 ~ 알프스 리조트 ~ 마산봉(마산) ~ 대간령 ~ 창암 ~ 박달나무 쉼터
산행거리: 대간 9.6km + 접속 5.2km = 14.8km
산행시간: 11:00 ~ 17:00
등산지도:
드디어 대망의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하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아침 10시 진부령에 도착하였다.
진부령
산돌이 대장님이 현수막이랑 음식을 준비하시고 멋진 시도 써오셔서 진부령 표지석 앞에서 예를 올리고 참가자 36명이 함께 기념 촬영을 하였다.
이로써 17기 대간이 시작된 것이다.
대간 17기 회원들과 산돌이 대장님(맨 오른쪽)
진부령에서 알프스 리조트까지는 임도라 별 의미가 없다며 걷고 싶은 사람은 걷고 버스를 타고 갈 사람은 타고 가라고 하셨다.
나?
물론 버스를 탔다.ㅎㅎ
알프스리조트 뒤편에 이런 이정표와 출입금지 표시판이 있는 곳에서부터 오르막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꽤 가파른 오르막을 한동안 올라갔는데 가다 보니 억새밭이 보였다.
블로그에 보니 사람들이 다들 이곳에서 사진을 찍었던데 정말 햇빛에 반짝이는 하얀 억새꽃이 환상적으로 보였다.
그래서 나도 몇 장 찰칵.
리프트기가 있는 곳까지는 꽤 급경사였지만 그 후로는 크게 힘들지 않은 오르막이었다.
한 시간 남짓 올라가자 마산봉이 나타났다.
마산봉 정상
마산봉이 어느 산에 속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설악산이다, 금강산 일만 이천 봉 중 하나다, 독자적인 산이다 등등의 말들이 있는데 산림청에 문의해도 답변이 없다.
아마 모르는가 보다.
그래서 나름대로 결론을 내었다.
마산봉은 독자적인 산이다!
왜?
그래야 내 등산 목록에 산 하나가 추가되니까.ㅋㅋㅋ
뒤늦게 산림청에서 답변이 왔다.
마산봉은 강원도 고성군 흘리에 있는 봉우리로서 향로봉보다 북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백두대간 권역에 포함되어 있으며 금강산 줄기와 연결되어 있는 봉우리로서 크게는 금강산 권역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금강산도 아니고 설악산도 아니고 독자적인 산도 아니고 금강산 줄기와 연결되어 있는 봉우리입니다.
등산 목록에서 하나 제외. ㅠㅠ
마산봉에서는 멀리 향로봉이 보였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산 위에 하얀 구가 있는데 거기가 향로봉이란다.
그리고 향로봉은 확실하게 금강산 봉우리 중 하나라고 한다.
원칙적으로 남쪽 백두대간은 향로봉까지 가야 하는데 그곳은 군사지역이라 허락을 받고 가야하고 임도를 통해 가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다고 해서 대부분 진부령에서 시작하거나 끝을 내는 것 같다.
유일하게 남북한 백두대간을 다 걸어본 사람이 뉴질랜드 사람이라고 하던데 우린 언제 향로봉 너머를 가볼 수 있을까?
마산봉 밑에서 점심을 먹고 알프스리조트까지 걸어온 사람들을 기다렸다 함께 병풍바위 쪽으로 갔다.
이후에 이어지는 길은 편안하고 아름다운 숲길이었다.
사방에서 "여기 봐, 가을이야!"하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시원하게 펼쳐진 설악산 능선에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멀리 내려다보이는 동해와 도원저수지도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아름다운 숲길을 따라 대간령에 도착.
대간령
대간령에서 마장터를 지나 창암으로 내려가는 길은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그야말로 환상의 힐링 코스였다.
가을에 취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지금 이 순간, 이곳에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고 감사해서 눈물이 났다.
아름다운 풍경이야 사진으로 담을 수 있지만 그 느낌을 담을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이 감흥이 퇴색될까 봐 안타까웠다.
이 아름다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느끼고, 그것을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사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순간, 말이 필요 없는 순간, 눈빛으로 통할 수 있는 그런 사람.
맞잡은 손으로 느낄 수 있는 그런 사람.
이런 길은 사랑하는 사람과 손잡고 내려가야 하는데 말이야~~.
하지만 혼자라도 충분히 행복했다.
온 산이 내 가슴속으로 들어온 것 같아 가슴이 벅차올랐다.
내려가고 싶지 않았다.
내가 이곳을 또 와볼 수 있을까?
전 날 내린 비로 계곡에는 물이 많았다.
몇 번은 신발을 벗고 건너야 했다.
물이 너무 차가워서 심장마비에 걸릴 것 같았다.
차갑다 못해 아팠다.
하긴 한 여름에도 5분 이상 찬물에 발을 못 담그는 나인데.
하지만 이건 전주곡에 불과했다.
마장터를 지나고,
드디어 도착한 창암계곡에는 예쁘게 물든 단풍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난감한 창암계곡이 있었다.
아무리 둘러봐도 건널만한 곳이 없었다.
더 상류 쪽으로 올라가 볼까 했는데 먼저 건넌 산야초가 이곳이 제일 낫다며 이리로 건너라고 소리를 쳤다.
어떻게 해. ㅠㅠ
하지만 여기에 날 업고 건너 줄 흑기사는 없고.
용기를 내어 바지를 걷어 올리고 신발을 벗었다.
물이 허벅지까지 올라왔다.
물은 살을 엘 정도로 차가운 데다 바닥이 미끄럽고 물살이 거세서 휩쓸릴까 겁이 나는데 후미 대장님은 옆에서 어리광 부리지 말라고 소리쳐대고.
눈물이 나는 걸 꾹 참고 간신히 건넜다.
정말 대견하지 않은가?
난 나날이 좋아지고 있잖아.
계곡을 건너오니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멋진 창암이 눈이 들어왔다.
창암
창암의 모습이 옆에 있던 하람님은 뽀뽀하는 모습 같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기도 하다.
하트 같기도 하고.
방금 전 계곡을 건너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산행시간은 6시간 정도 걸렸는데 우리가 너무 룰루랄라 놀면서 천천히 내려와서 그렇지 4시간 내지 4시간 반 정도면 될 거 같다.
하지만 이렇게 멋진 곳을 그렇게 빨리 내려올 필요는 없지 않을까?
산행을 할 때마다 항상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는 이곳에 다시 올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더 열심히 보고 싶고 더 많이 느끼고 싶다.
오늘은 정말 행복한 날이었다.
이처럼 아름다운 날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