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9년 2월 26일 화요일 (맑음)
산행코스: 윗대티 ~ 큰골 ~ KBS 중계탑 ~ 월자봉 ~ 쿵쿵목이 ~ 일자봉 ~ 선녀암 ~ 일월산 자생화공원
산행거리: 9.9km
산행시간: 10:35 ~ 16:00
산행트랙:
등산지도:
오늘은 영양 일월산 공지가 있는데 갈까 말까 고민을 하다 신청을 하였다.
예전에는 안 가본 산이라면 무조건 갔는데 등정한 산이 400개를 넘어가니까 무턱대고 신청하게 되질 않는다.
꾀가 나서라기보다는 덜 알려진 산을 가게 되면 등산로가 제대로 안 되어 있어 길이 험하기 때문이다.
지난주 목요일 석화산, 문암산에서 고생 꽤나 한 지라 일월산도 오르내리는 길이 상당히 가파르고 조망도 별로라는 말에 선뜻 내키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도 일자봉에서는 조망이 트인다고 하고 만사 대장님이라면 그렇게 험한 코스를 가지는 않으실 것 같으며 시간도 충분히 주실 것이니까 믿고 가보려고 한다.
꼬불꼬불 산길을 지나 대티골에서 하차한 후 영양 터널 쪽으로 갔다.
이 길은 <외씨버선길>이다.
영월 태화산과 대간 상의 갈곶산을 갔을 때도 봤던 길이다.
윗대티를 지나 큰골까지는 편안한 길이다.
나무들은 봄맞이 채비를 하고 있지만 계곡은 하얗게 얼어있었다.
큰골에는 그네가 있어 오랜만에 그네도 타보았다.
윗대티
큰골
큰골에서 어는 쪽으로 가나 나중에 길이 합류하는데 일단 왼쪽으로 올라갔다.
길이 합류하는 지점까지는 괜찮지만 그다음부터 KBS 중계소까지 800m는 상당히 가파르고 험하다.
도대체 이 오르막은 언제 끝나나? ㅜㅜ
몇 번을 쉬어가며 올라갔다.
KBS 중계소에서 오른쪽으로 능선을 따라 400m 정도 가면 월자봉이 나온다.
조망이 그다지 좋지는 않다.
월자봉 정상
월자봉에서 점심을 먹고 KBS 중계소로 돌아갔다.
중계소에서 왼쪽 산길로 가도 되고 오른쪽 임도로 가도 되는데 산길은 험하다고 해서 임도로 갔다.
중계소 아래에는 일월산 정상석이 있었다.
KBS 중계소
KBS 중계소 아래 정상석
중계소에서 20~30m 정도 임도를 따라 가면 더 이상 임도로는 갈 수 없다.
군 작전 도로이기 때문이다.
군 작전 도로 아래에 있는 산길로 가게 된다.
이곳에도 일월산 정상석이 있다.
군부대 아래로 난 산길은 좋지만 얼었다 녹아서 찰흙 같은 땅이 몹시 미끄러웠다.
길 가장자리로 조심해서 갔다.
작은 사거리를 지나 계속 직진하면 쿵쿵목이가 나온다.
쿵쿵목이에서 군 부대쪽으로 올라가야 일월산 정상이다.
하지만 일월산 정상은 갈 수가 없다.
근처라도 가볼까 했는데 접근하지 말라는 방송이 나온다.
우릴 지켜보고 있나?
쿵쿵목이
쿵쿵목이에서 일자봉까지는 500m이다.
가는 동안 내내 접근하지 말라는 방송이 나오는 걸 보니 녹음한 걸 틀어놓았나 보다.
내 뒤로 아무도 없는데 쿵쿵목이 쪽에서 계속 방송이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일자봉에는 넓은 해맞이 전망대가 있었다.
조망이 좋은 곳인데 아쉽게도 미세먼지 때문에 뿌옇다.
일자봉 정상
일자봉에서 간식을 먹으며 한참 쉬다가 용화선녀탕 쪽으로 내려갔다.
엄청 가파를 줄 알고 각오를 단단히 했는데 이 정도면 양호하네.
적어도 지난주 문암산에서 내려가는 길보다는 낫다.
하지만 사람 앞일은 정말 모른다.
200m 내려가면 삼거리가 나온다.
선녀탕 쪽으로 내려가는데 본격적으로 급경사 내리막이 시작된다.
얼마나 가파르고 미끄러운지 <월간 산>을 계속 욕하며 내려갔다.
문암산도 그렇고, 일월산도 그렇고 왜 이렇게 험한 산을 100 산으로 꼽은 거야?
일월산은 문암산에서 내려가는 길보다 훨씬 더 가파르다.
누구 죽일 일 있나?
나중에는 다리가 풀려서 '이러다 조난사고가 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저히 못 내려가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버스가 떠나건 말건 몇 번을 쉬어가며, 기어가다시피 하여 내려갔다.
땅만 쳐다보며 내려가다가 잠시 쉬는 동안 하늘을 쳐다보니 가지마다 겨우살이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계곡을 만나 이제는 다 내려왔나 했더니 웬걸, 여러 가지로 사람 힘들게 만든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다가 나중에는 꽁꽁 언 계곡으로 내려갔다.
겨울에 웬 계곡 치기?
다리에 힘은 없어 죽겠는데 빙판 위에서 미끄러질까 봐 머리카락이 다 빠질 정도로 신경을 곤두세우고 내려갔다.
이후에도 계곡을 이리저리 건너며 가는데 허참, 무슨 등산로가 이러냐?
오늘 믿었던 만사 대장님께 완전히 발등 찍혔다.
계곡 하류 쪽에는 제사 드리는 곳들이 많았다.
아직도 이렇게 무속신앙을 믿는 사람들이 많나?
그런데 선녀탕이 어떤 건가?
선녀암을 지나니 비로소 임도에 연결된다.
터덜터덜 걸어 날머리인 아랫대티까지 갔는데 버스가 보이지 않았다.
대장님께 전화를 하니 1km 더 걸어서 자생화 공원까지 내려와야 한단다. ㅠㅠ
선녀암
버스에 도착하니 딱 버스 출발 시간이었다.
오늘도 다들 한, 두 번씩 넘어졌다고 한다.
난 천천히 내려왔지만 넘어지지는 않았는데. ㅎㅎ
이젠 정말 이런 산 다니고 싶지 않다.
아무래도 덕유산만 다녀야겠다.
케이블카 타고 다니려고.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