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8년 12월 4일 화요일 (비 후 흐림)
산행코스: 팔령재 ~ 오봉산 ~ 옥녀봉 ~ 뇌산마을
산행거리: 10.6km
산행시간: 10:55 ~ 15:38
산행트랙:
등산지도:
오늘은 조금 가깝게(?) 함양으로 간다.
대장님은 안전하게 팔령에서 능선을 타고 가는 길을 공지하셨지만 난 가재골 농원에서 암릉 구간으로 가봐야지.
대장님께 함양 오봉산을 올려달라고 했을 때는 가재골 농원에서 올라가는 태조릿지 옆에 있는 암릉 구간을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밧줄이 있어도 대책 없이 아찔한 곳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제부터 내리던 비는 아침이 되어도 그치질 않는다.
예보에 의하면 들머리에 도착할 즈음에는 그치겠지만 바위가 젖어서 미끄러울 텐데 암릉을 갈 수 있으려나?
위험한데 그만둘까?
거기 가려고 오봉산을 올려달라고 한 건데 그래도 가야 하지 않을까?
그쪽으로 가는 사람들이 몇 명 있다니까 같이 가면 되지 않을까?
아직 허리가 아파서 어제도 진통 주사를 맞고 왔는데 괜찮을까?
수만 번 생각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가운데 함양에 도착하였다.
그동안 하도 멀리 다녀서 3시간 30분 거리는 가깝게 느껴진다.
암릉 들머리인 가재골 농원에 이르러 차를 세워주셨는데 내리려고 일어서서 뒤를 보니 아무도 안 일어난다.
뭐야, 아무도 안 가는 거야?
비는 그쳤지만 바위가 젖어서 안 간다고. ㅠㅠ
이럼 안되는데.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버스는 떠나버리고 팔령재에 도착하였다.
이곳에는 흥부마을이 있단다.
아이들이 줄줄이 달린 흥부 부부 동상이 있었다.
팔령재
팔령에서 성산마을 쪽으로 들어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흥부마을 타작마당 안내판이 있다.
그곳에서 산길로 접어든다.
사진에서 사람들이 있는 곳 조금 아래쪽에 팔령산성 안내판이 있고, 능선을 따라 올라가면 허물어진 필령산성이 나온다.
팔령산성
산성 위를 지나 묘지 왼쪽으로 올라간다.
등로가 분명치 않은데 마을 안쪽까지 더 도로를 따라 올라가다 산길로 들어서도 된다.
주능선에 이르기 전 몇 백미터는 숨 가쁘게 올라가야 한다.
수직 암벽을 피해 왔는데 이곳에도 수직 오름길이 있네. ㅜㅜ
능선에 이른 후 오른쪽으로 간다.
팔령마을 갈림길을 지나고 나면 832봉이 나오고 멋진 오봉이 조망된다.
(인월 쪽에서 왔다.)
832봉에서 본 오봉산
저 봉우리를 다 넘어야 오봉산인데 오늘 이렇게 가면 그냥 봉산만 가는 거다. ㅠㅠ
832봉에서 내려가는 길에는 부서진 계단이 있어 상당히 위험하였다.
832봉 내리막길
832봉을 내려가서 오불사 갈림길을 지난 후 넓은 공터가 있는 875봉에 올라 오봉산을 바라보며 점심을 먹었다.
875봉 공터
아무래도 안 되겠다.
오봉산 정상에서 암릉으로 내려가야겠다.
저길 안 가면 후회할 것 같다.
점심을 먹고 875봉을 내려가 투구처럼 생긴 바위를 지나고, 오불사 갈림길을 지나 오봉산 정상을 향해 가려는데 비구름이 몰려온다.
어, 이러면 안되는데. ㅠㅠ
투구바위(?)
가파르게 올라가면 정상 직전에 이정표가 있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암릉 가는 입구가 나온다.
위험 표지판이 있고 두 줄 금줄이 쳐있는데 금줄 너머로 밧줄이 내려져있는 것이 보였다.
암릉 입구
그런데 비구름 때문에 시계는 그야말로 오리무중이다.ㅜㅜ
"오늘은 안돼!"하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
눈물을 머금고 암릉 길을 포기하였다.
정상에서도 비구름 때문에 아무것도 안 보였다.
오봉산 정상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은 가파르다.
갈림길이 몇 번 나오는데 옥녀봉 쪽으로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오봉산 정상에서 옥녀봉까지 3.3km니까 꽤 한참을 오르내리며 가야 한다.
도대체 옥녀봉이 언제쯤 나오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들 무렵 옥녀봉 0.9km 이정표가 나오며 나뭇가지 사이로 옥녀봉이 보였다.
이후 왼쪽으로 산허리를 따라 가다가 가파르게 올라가면 전망대가 나온다.
오봉과 태조릿지가 멋있게 보이는 곳인데 내가 조금이라도 미련을 갖지 않도록 하시려는지 오봉산 쪽으로는 정말 아무것도 안보였다.
보여 주시기라도 하셔야죠. ㅠㅠ
전망바위 올라가는 길
다시 한 번 가파르게 올라가면 옥녀봉에 도착한다.
한자로는 옥녀봉이라고 써놓고 한글로는 고추봉이라고 써놓았다.
안내 글을 읽어도 뭔 말인지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왜 죄다 이런 성적인 상상을 했는지 모르겠다.
예쁘고 좋은 다른 이름을 붙일 수도 있었을 텐데 여기저기 옥녀봉, 여성봉, 여근목, 남근바위, 합궁바위 투성이다.
옥녀봉 올라가는 길
옥녀봉 정상
옥녀봉에서는 다시 긴 내리막이 이어진다.
비에 젖은 낙엽이 상당히 미끄러웠다.
낙엽도 이렇게 미끄러운데 바위는 더 미끄러웠을 거라고 위안을 해본다.
옥녀봉을 내려가 임도를 가로지른 후 다시 산길로 접어든다.
동네 야산 분위기이다.
봉우리는 산허리를 타고 우회한다.
옥녀봉 아래 임도
이쪽은 등로는 분명하지만 쓰러진 나무들로 등로가 군데군데 막혀있었다.
그렇게 가다 보니 천령봉 밑에 도착하였다.
천령봉도 우회길이 있다.
나 천령봉 안 가도 되는데.
오봉도 안 갔는데 무슨 천령봉이야? 흥.
그래서 천령봉 밑으로 우회하여 뇌산마을로 내려갔다.
천령봉 아래 갈림길 (이곳에서 뇌산마을 쪽으로)
(임도를 만나면 오른쪽으로)
버스가 있는 곳으로 가니 먼저 내려간 사람들이 어묵 라면을 끓여먹으며 신이 나 있었다.
하지만 난 오봉산이 아니라 봉산을 간 거 같아 끝내 아쉬운 마음에 라면도 맛이 없었다.
하, 오봉산을 다음에 또 가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