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5년 5월 15일 금요일 (흐림)
산행코스: 회룡역 ~ 범골능선 ~ 사패산 ~ 포대능선 ~ Y계곡 ~ 신선대 ~ 마당바위 ~ 도봉 탐방지원센터
산행거리: 10.2km
산행시간: 08:50 ~ 16:10
등산지도:
날은 흐리지만 비가 올 것 같지는 않다.
'오늘은 조망을 포기해야겠구나' 생각하며 회룡역으로 갔다.
회룡역을 나서니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회룡 탐방지원센터가 어디 있는지 물어보는데 사람들이 잘 모르는가 보다.
어쨌거나 사패산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는 대로 가다 보니 이런 굴다리를 지나게 되었다.
굴다리를 나가면 바로 북한산 둘레길 <안골길> 구간이라는 이정표가 나온다.
어, 난 범골능선으로 가려고 했는데?
어쨌든 산을 올라가 보기로 하였다.
올라가는 길 초입에 특이한 모양의 나무가 있었다.
밑동에서부터 나무 몸통에 잎사귀가 일정한 간격으로 고리 모양으로 나 있다.
원래는 회룡 탐방지원센터에서 올라가다 용암 약수터로 가서 범골능선을 타려고 했다.
그런데 이 길은 계속 <안골길> 구간이라는 표시가 나온다.
범골능선을 타려면 오른쪽으로 더 가야 할 것 같아서 산을 오른쪽으로 가로질러 내려가니 철조망이 있고 그 뒤로 데크 길이 있었다.
철조망에 있는 문을 통과하여 데크 길을 걸어가자 이정표가 나타났다.
여기가 범골 공원지킴터인가 보다.
제대로 찾아왔네.
그런데 이 길은 호암사까지 쭈욱 아스팔트 길인 것 같다.
아스팔트 길을 걷기가 싫어 산으로 올라가는 길을 찾아보았지만 다 출입을 금지해놓았다.
그러다 오른쪽에 밧줄이 쳐있지 않은 산길을 발견하고 그리로 올라갔다.
좁은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앞에 출입금지 표시가 있었다.
아, 이 길도 출입금지였나 보네.
저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ㅠㅠ
정규탐방로는 이런 고속도로이다.
조금만 올라가면 조망이 트인다.
하지만 흐린 날씨 탓에 좀 아쉽다.
조금 더 가니 갓바위가 보였다.
갓바위가 아니라 똥바위처럼 보이는데. ㅋㅋㅋ
갓바위
사패능선을 만난 후 오른쪽으로 600m만 가면 사패산 정상이다.
등산로 입구에서 사패산 정상까지 3km 정도니까 한 시간 내지 한 시간 반 정도 걸리겠다.
사패산에는 정상석이 없이 이런 안내판만 있었다.
사패산 정상
정상은 넙적한 바위이다.
덕분에 도봉산이 훤히 보이지만 오늘은 뿌옇기만 하니 참으로 아쉽다.
또한 정상에는 <고마운 소나무>가 있다.
살아생전 산객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선사했다는 이 소나무는 죽었는데도 가지가 그대로이다.
다시 갈림길로 돌아가 자운봉 쪽으로 향하였다.
바위 위에 예쁜 고양이가 한 마리 앉아있었다.
가까이 가도 꿈쩍도 않는 수가 사람들이 해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아는 것 같다.
아니면 동족이라는 것을 아나? ㅋㅋ
고양이가 앉아있는 곳 바로 옆에는 커다란 바위가 있는데 바위 위에서 자라는 소나무들이 인상적이었다.
자운봉 쪽으로 가다 뒤를 돌아다보니 멀리 지나온 사패산 정상과 갓바위가 보였다.
언제 이렇게 멀리 왔지?
한 걸음 한 걸음 걷는다는 것이 정말 무섭다.
히말라야도 등정을 했었던 어느 시각장애인이 말하길 자기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저 한 걸음씩 걸어갈 뿐이라고 하던데.
작은 한 걸음이 만들어내는 기적이 놀라울 뿐이다.
큰일을 이루려 하기보다는 묵묵히 일상의 순간순간을 열심히 살아가는 자세를 가져야겠다.
뭔가를 이루겠다는 꿈을 버린 지도 오래이긴 하지만.
내가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세운 후 그것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아온 삶도 좋았지만 주어진 형편대로 사는 지금의 이 삶도 괜찮은 것 같다.
아니, 상당히 만족하고 오히려 더 행복하다.
오늘의 한 걸음이 내일의 어디에 이르게 될지 기대된다.
어느덧 등로는 숲길로 접어드는가 싶더니 통나무로 막아 만든 긴 계단이 나온다.
한참 올라가다 꾀가 나서 계단 옆으로 올라갔다.
토양유실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니까 힘들어도 계단으로 올라가야 하는 건 알겠는데 노약자는 예외를 인정해줬으면 좋겠다. ㅠㅠ
등로 옆에 있는 바위들에는 홈이 파여 있었다.
곰 발바닥 같기도 하고.
여전히 흐린 하늘에 아쉬움을 품고서 전망 좋은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옆을 보니 돼지머리바위가 있었다.
돼지머리바위
계속해서 사패능선을 타고가다 보면 산불감시초소가 나온다.
이곳에서 도봉산이 멋있게 보인다.
아, 날씨만 맑았더라면 환상적이었을 텐데.
그래도 비가 오지 않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또 햇빛이 쨍쨍 내려쬐었다면 얼마나 더웠을까?
오늘은 덥지도 않고 햇빛에 크게 타지도 않을 테니 정말 감사할 일이다.
뒤돌아 본 산불감시초소
이 바위는 아래에서 봤을 때 말머리바위였던 바위인 것 같다.
정면에서 보니 전혀 말머리 같지 않지만.
말머리바위
사패산에도 재미있는 바위들이 많이 있다.
겹겹이 쌓인 바위도 있고,
초소처럼 생긴 바위도 있다.
포대 정상에 도착하니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 신선대가 그 위용을 자랑한다.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 신선대
포대능선을 따라 Y계곡을 내려갔다 올라간다.
도봉산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코스이다.
그런데 오늘 어떤 아저씨를 보니 철제 난간이 없는 곳으로 내려갔다 올라가신다.
다음에는 나도 저걸 시도해봐야겠다.
(Y계곡을 내려가는 사람들)
이윽고 눈앞에 신선대가 보인다.
신선대
그 옆에 자운봉도 멋있다.
자운봉
자운봉은 올라갈 수가 없나?
밧줄만 하나 내려주면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언젠가 자운봉도 올라가 보고 싶다.
계단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면 신선대 입구이다.
신선대 올라가는 길도 이렇게 철제 난간이 설치되어있다
난간이 두 줄인데 등산객들이 많을 때는 올라가는 길, 내려가는 길을 분리하기 위한 것이리라.
신선대에도 정상석이 없이 안내판만 있었다.
신선대 정상
신선대에서 보니 만장봉 위에 사람들이 있다.
나도 저기 올라가 볼 수 있을까?
저 위에 올라가면 어떤 기분일까?
만장봉
잠깐 해가 난 사이에 자운봉을 찍었다.
자운봉
하나님이 만드신 이 아름다운 세상, 다 보고 떠났으면 좋겠다.
욕심이 많다고?
그래, 나 욕심 많다. ^^
신선대를 내려가서 보니 아까 만장봉 꼭대기에 있던 사람들이 어느새 한 단계 밑으로 내려가서 또다시 내려가고 있었다.
TV에서 본 것처럼 펄쩍펄쩍 뛰며 레펠을 해서 내려간다.
나도 저런 거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마당바위를 지나고, 천축사를 지나 도봉 탐방지원센터에서 산행을 마무리 지었다.
마당바위
천축사
산을 내려오고 나니 해가 난다.
그동안 구름 속에 숨어있어 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