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8년 7월 10일 화요일 (맑음)
산행코스: Chalet del Miage ~ Col Checrouit ~ Dollone ~ Courmayeur
산행거리: 14.9km
산행시간: 08:15 ~ 17:45
산행트랙:
등산지도:
아침에 일어났더니 아랫입술이 퉁퉁 부어 있었다.
잘 오므려지지가 않아서 밥 먹기도 불편하고 아프다. ㅠㅠ
열심히 다니기는 하는데 아무래도 체력이 달리나 보다.
오늘은 몽블랑 터널을 지나 이탈리아로 간다.
1965년에 완공된 몽블랑 터널은 프랑스 Chamonix와 이탈리아 Courmayeur를 잇는 11.6km의 터널이다.
이태리 쪽은 아무래도 남사면이라 그런지 눈이 별로 없는 돌산이었다.
게다가 빙하가 많이 사라져 지구온난화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Chalet de Miage(미아주 산장) 앞에서 내려 산행을 시작하였다.
Chalet de Miage
Val Veny(발 베니, 베니 계곡)를 따라 아스팔트길을 올라간다.
야생화를 구경하며 올라가는 길옆으로는 빙하 녹은 물이 콸콸 흐르고 있었다.
Val Veny
2km 정도 임도를 따라 올라간 후 다리를 건너 Rifugio Elisabetta(엘리자베타 산장)로 가기 전에 왼쪽 산길로 접어들었다.
여기에서부터 Col Checrouit(콜 셰크루이, 셰크루이고개)까지는 천상의 화원이었다.
대장님 표현을 빌리면, 야생화가 진짜 "허벌나게" 많이 피어있었다.
야생화가 만발한 가운데 금방이라도 어디선가 하이디가 튀어나올 것 같고 사운드 오브 뮤직의 도레미 송이 들릴 것 같았다.
폐허가 된 축사도 지나고, 빙하수가 흐르는 다리도 건너고, 버려진 대피소도 지나 알프스 산자락을 걸어갔다.
역시나 선두와 후미의 차이가 40~50분씩이나 되어 한참을 기다렸다 가기를 반복하였다.
그래도 야생화에 취하고 풍경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아서 기다렸다.
Rifugio Elisabetta
버려진 축사
(지나온 Val Veny가 내려다보인다.)
예전 대피소
(빙하가 다 녹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전망이 좋은 봉우리에서 점심을 먹었다.
바람이 어찌나 세게 부는지 조금 앉아있으려니 추워져서 서둘러 밥을 먹고 일어섰다.
이후 가파른 길을 내려섰다가 왼쪽으로 Grandes Jorasses(그랑 조라스)를 바라보며 산허리를 따라간다.
Grandes Jorasses는 6개의 봉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특히 북벽(North Face)은 고도차가 1,200m로 Matterhorn(마터호른), Eiger(아이거)와 함께 알프스 3대 북벽으로 유명하다.
예쁜 호수도 만나고, 눈길도 지나며 꽃을 따라 마냥 행복한 길을 걸어갔다.
(가야 할 길)
Grandes Jorasses
Col Checrouit에서 후미가 오기를 한참 기다렸다가 음료수를 마시고 다시 길을 떠났다.
나뿐만 아니라 대장님도 피곤해서 입술이 텄는데 다들 슬슬 지치다 보니 여기저기에서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선두와 후미가 워낙 차이가 나다 보니 불평들이 나온다.
선두는 후미가 사진을 너무 많이 찍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하고, 후미는 선두가 너무 빨리 가서 쫓아가기 힘들다고 한다.
그런데 만년 후미인 내가 선두일 정도이니 아무리 즐기며 산행을 한다고 해도 좀 많이 느린 것 같기는 하다.
오늘도 15km 정도의 거리를 9시간 30분이나 걸렸다. ㅠㅠ
Col Checrouit
Col Checrouit까지가 천국 길이었다면 그다음부터는 지옥 길이다.
Col Checrouit에서 Dolonne(돌로네)까지는 급경사 내리막인데 밀가루처럼 고운 흙길이라 얼마나 먼지가 날리는지 목이 다 아플 지경이었다.
먼지 때문에 맨 뒤에 뚝 떨어져서 내려가는데 앞에 가는 사람들이 어찌나 천천히 가는지 복장 터져 죽는 줄 알았다.
결국 중간에 앞질러서 내려갔다.
내려가서 또 30분 이상 기다린 다음 후미가 내려왔다.
내가 그동안 안내 산악회 따라다니며 훈련을 잘 받은 건가, 아니면 이 사람들이 유난히 못 걷는 건가?
Dolonne는 중세시대 건물들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마을이었다.
유럽을 다니다 보면 몇 백 년 된 건물들이 아직도 멀쩡히 사용되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석조 건물이라 오래가는 것도 있겠지만 개발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걸 왜 우리는 모를까?
우리도 제대로 짓고, 오래 사용했으면 좋겠다.
Dolonne
Dolonne에서 Courmayeur(꾸르마유르)까지는 도시를 통과하여 아스팔트길을 따라간다.
산 위에서는 몰랐는데 도시로 내려오니 무지 더웠다.
Courmayeur에서 버스를 타고 다시 몽블랑 터널을 지나 Chamonix로 돌아갔다.
오늘 산행은 길이는 다소 길어도 마지막 내리막만 빼고는 너무나 예쁘고 걷기 좋은 길이라 절대 힘든 코스가 아니었는데 그동안 피로가 누적되어서 그런지 무척 피곤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