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5년 3월 17일 화요일 (맑음+미세먼지)
산행코스: 하진리 마을회관 ~ 말목산 ~ 천진선원 ~ 둥지봉 ~ 벼락맞은바위 ~ 새바위 ~ 옥순대교 주차장
산행거리: 9.3km
산행시간: 09:46 ~ 16:39
등산지도:
이달 초 와룡산을 갔다 오고 난 이후부터 적체된 피로가 영 풀리지 않는 것 같다.
이후 대간 산행이나 마니산 암릉 산행을 하면서도 계속 몸이 뻐근했다.
그래도 말목산과 가은산 연계 산행 공지가 올라와 얼른 신청을 하였다.
2년 전에 가은산에 갔을 때 새바위를 꼭 보고 싶었는데 길을 못 찾아 결국 보지 못한 채 하산한 것이 두고두고 아쉬웠기 때문이다.
가은산은 청풍호와 아름다운 숲길이 조화를 이룬 힐링 산행지였다.
이번에도 그걸 기대하고 갔었는데 내 예상이 여지없이 빗나가고 말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힐링 산행하러 갔다가 초주검이 되었다.
짠돌이 대장님이 산행 시간을 7시간씩이나 준다고 했을 때 알아봤어야 했다.
산행 거리는 10km 정도밖에 안되는데 왜 그리 시간을 많이 주는지 의심을 했어야 했다.
그저 여유 있게 산행하게 되었다고 안일한 생각을 하다니.
이제 내 판단력도 많이 흐려졌나 보다. ㅠㅠ
하진리에서 올라가는 길은 시작부터 급경사다.
2km 정도의 길을 올라가는데 택지 개발을 해놓은 길이나 산길이나 그저 급경사다.
올라가느라 힘이 들어서 그런지 날씨가 따뜻해져서 그런지 가볍게 티셔츠 한 장 입고 올라갔는데도 무척 더웠다.
하지만 능선에 이르니 군데군데 아직 눈이 녹지 않은 곳들이 있었다.
전망바위에 올라서니 내가 사랑하는 청풍호가 발밑으로 까마득히 아래에 내려다보였다.
날씨는 맑지만 미세먼지 때문에 시계는 깨끗하지가 않았다.
그리고 가뭄 탓에 청풍호도 아파 보인다.
노들평지와 또 하나의 전망바위를 지나면 말목산 정상이다.
말목산 정상
그런데 여기가 진짜 정상이 아니라는...
어쨌든 정상석에서 인증 사진을 찍고 조금 더 가다 보면 돌탑이 있는 진짜 말목산 정상이 나온다.
진짜 정상은 이곳인데 왜 정상석을 밑에 설치했을까?
아무튼 정싱을 지나 직진하여 가는데 길이 점점 험해진다.
험한 바윗길을 기어 내려갔다 다시 올라가면 소나무 한 그루가 고고히 자라고 있는 멋진 조망터가 나온다.
저 아래 청풍호와 옥순대교가 보이고 천진선원도 보인다.
천진선원
아니, 그런데 천진선원이 왜 저렇게 아래에 있는 거야?
거의 청풍호랑 같은 고도에 있는 거 같은데?
여기에서 천진선원을 향해 왼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오늘 산행 시간을 왜 7시간이나 주었는지 설명해주었다.
안전장치도 없는 가파른 바위를 내려가는 건 차라리 낫다고 할 수 있겠다.
가뭄에 밟으면 힘없이 부스러지며 미끄러지는 가파른 흙길을 2km가량 하염없이 내려가야 한다.
(엄청난 내리막길이다.)
사진으로는 별로 급경사처럼 안 보이는데 track을 표시한 그래프를 보면 얼마나 급경사인지 알 수 있다.
3km 지점 이후부터 5km 지점까지 가파르게 떨어지는 곳이 바로 이 지점이다.
거의 수직으로 시작 지점보다 더 아래로 내려가는데, 오늘 다들 땅 좀 많이 샀다. ㅋㅋ
앞에 가는 사람들마다 엉덩이가 흙투성이다.
도대체 등로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죽으라는 말이야, 뭐야!
사고가 나야 정신을 차리려나?
아무래도 산림청에 전화를 해야겠네!
온갖 소리를 다하며 내려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말목산 진짜 정상에서부터 이곳까지, 그리고 앞으로 가야 할 새바위까지의 모든 길이 금지구간이란다. ㅠㅠ
어렵사리 급경사 길을 내려가니 더 이상 산행할 할 힘이 없었다.
장소도 마땅찮고 하여 그냥 내려갔더니 밥 먹을 시간이 지나 배가 고프다 못해 아팠다.
천진선원에 도착하니 1호차 회원들이 모여 있었다.
옥순대교에서 산행을 시작한 1호차 회원들은 천진선원에서 배를 타고 옥순대교로 간다고 하였다.
평일에는 배가 운항을 안 해서 전화를 하여 불렀단다.
나도 그 배에 끼어 타고 갈까?
끼어 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먼저 발 빠르게 1호차에 붙은 사람들이 있어 자리도 부족하고 동행하는 산우들도 있어 예정된 코스대로 가기로 하였다.
가긴 가야 하는데 나도 배 타고 싶다고!!! ㅜㅜ
이러다가는 7시간도 모자랄 거 같다.
녹초가 되어 천진선원 앞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천진선원
천진선원에서 왼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둥지고개가 나온다.
그런데 그 앞에 <가은산 비법정탐방로 출입금지>라는 현수막이 떡하니 걸려있고 줄이 둘러져있었다.
그제야 이곳이 금지구역이라는 것을 알았다.
어쩐지~~~ ㅠㅠ
둥지봉으로 가려면 왼쪽으로 가야 하는데 그곳 또한 금지구역이란다.
하지만 여태 금지구역으로 왔는데 여기서 그만둘 수는 없지.
더구나 오늘은 새바위를 꼭 봐야 한다.
대장님과 다른 사람들은 둥지봉으로 안 올라가고 직진하여 옥순대교로 바로 갔다.
여기까지 왔는데 왜 그냥 가?
대장님께서 내가 산 욕심이 있다는데 좀 그렇긴 한 것 같다. ㅋㅋ
둥지봉 정상
둥지봉을 찍고 내려가 벼락맞은바위 쪽으로 향하였다.
소나무와 석상이 지키고 있는 지점부터 암릉과 대슬랩 구간이 시작된다.
청풍호를 끼고 가는 길이 상쾌하다.
구담봉도 보이고,
이렇게 멋지게 휜 의자 나무가 앉았다 가라 하고,
대슬랩을 지나 또다시 위험한 급경사 지역을 통과하면 벼락맞은바위가 나온다.
벼락맞은바위
여기까지 가면 또 다시 바닥이다.
청풍호에 물이 가득 찰 때면 여기까지도 물이 차서 이 바위를 돌아가기가 힘들 거 같다.
가뭄에 물이 이만큼이나 줄었다.
빨리 비가 와야 할 텐데.
또다시 낑낑거리며 새바위를 향해 험한 길을 올라갔다.
기다려라, 아기새, 엄마새, 내가 간다!
가다가 의자바위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고.
아이고, 힘들어.
여길 한 번이나 오지 두 번 다시 못 올 거 같다.
드디어 새바위가 보인다.
오로지 널 만나겠다는 일념으로 여기까지 왔더란 말이다.
새바위
엄마새와 아기새가 다정하게 서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바위들을 만드셨을까?
아기새를 타보는데 뭔 아기새 등짝이 이리도 넓은지 다리 벌리고 앉기가 힘들었다.
새바위 앞에서 커피도 마시고 과자도 먹고 잠시 누워 하늘도 쳐다보고.
너희를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
내 생전에 또다시 볼 날이 있을까?
아쉬움에 떨어지는 않는 발길을 돌렸다.
가다가 뒤돌아보고,
당겨서 보고,
또 돌아보고.
안녕, 엄마새, 아기새.
옥순봉을 배경으로 서있는 새바위(이쪽에서는 엄마새만 보인다.)
새바위 갈림길로 나가니 여기에도 출입금지 현수막과 줄이 쳐있었다.
선량한 등산객들을 범법자로 만들지 말고 여기서부터 새바위까지 만이라도 출입을 허용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새바위가 너무 훼손되려나?
새바위 갈림길에서부터 옥순대교까지는 룰루랄라 힐링 코스이다.
옥순대교에 도착하니 4시 39분이었다.
오늘 산행이 6시간 52분 걸렸다!
어쨌든 오늘 숙원을 풀어서 I'm so happy. ^^
* 2013.04.09 가은산 산행기 http://blog.daum.net/misscat/3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