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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2015.03.14 (인천 강화도) 마니산(472m)

산행일시: 2015년 3월 14일 토요일 (맑음)
산행코스: 정수사 입구 ~ 매표소 ~ 암릉 길 ~ 마니산 ~ 참성단 ~ 단군길 ~ 주차장
산행거리: 7.2km
산행시간: 09:00 ~ 12:40
등산지도: 

 

오랜만에 친구들과 산행을 했다.

작년 가을 토요일에 산행을 하고는 시장통 같은 모습에 다시는 주말에 산에 가지 말자고 다짐을 했었는데 오늘 또 이렇게 가게 되었다.

또다시 다짐을 한다, 토요일에는 절대 산에 가지 말자!

어쨌든 오래전부터 기대하던 마니산 암릉을 오늘 드디어 타보게 되겠네.

아침 7시 사당에서 출발하여 2시간 40분 만에 정수사 입구에 도착하였다.

 

오늘 산행 대장이신 산그리워 대장님은 버스 안에서부터 몸 풀기를 시키신다.

안내 산악회에서는 준비체조 하는 것을 못 보았는데.

내려서는 본격적으로 스트레칭까지 시키신다.

준비체조를 하는 것과 안하는 것의 차이가 크던데 안내 산악회를 따라다니다 보면 시간도 촉박하고 혼자 준비체조하기도 뭐해서 그냥 산행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준비체조를 시켜주시니 고마울 따름이다.

준비체조를 잘했다는 생각은 산행을 하면서 더 커졌다.

정수사 입구에서 아스팔트 길을 1.3km 정도 올라가면 정수사로 가는 길과 계속 아스팔트 길로 올라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절로 올라가는 길은 좀 가파르고 아스팔트 길은 완만하다.

절에 볼일이 없으니 아스팔트 길로 올라갔다.

갈라졌던 길은 주차장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주차장 오른쪽에 매표소가 있고 그곳에서부터 등산로가 시작된다.

 

흠, 입장료라?

우리는 단체로 표를 끊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의견들이 있어서 대장님이 숫자를 세어보니 30명이 안된단다.

대장님께서 매표소 직원과 흥정(?)을 하시는 동안 사람들이 하나, 둘 슬그머니 등산로로 올라갔다.

에라, 모르겠다.

나도 그냥 올라갔다.

거의 대부분이 입장료를 안내고 그냥 올라왔는데 개중에는 1,000원만 내고 올라오신 분도 있었다.

웬 어린이 요금?

정상까지 1.7km 밖에 안 된단다.

금방 가겠네~~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월요일까지도 온몸이 쑤신다.

마니산, 우습게 볼 것이 아니여.

등산로는 처음부터 너덜길이다.

 

잠시 와룡산 너덜길의 트라우마가 있었지만 다행히 여기 돌들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올라가는 것은 내려가는 것보다 수월하니까.

고개에 올라 왼쪽으로 조금만 가면 조망이 트이며 암릉 길이 시작된다.

서해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이건 맛보기 암릉.

곧이어 또다시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은 계단 길, 왼쪽은 본격적인 암릉 길.

 

암릉 길 쪽으로는 밧줄이 쳐있고 위험표시판이 있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위험 경고를 무시한 채 줄줄이 올라가고 있었다.

 

제발 말 좀 들어라!

올라가지 말라면 올라가지 말아야지!

그럼 114 계단으로 갈 것인가?

그건 아니지.

나도 슬쩍. ㅋㅋㅋ

마니산 오는 목적은 바로 이런 암릉 산행 때문인데 여길 못 가게 하면 어떡하느냐구요! ㅠㅠ

차라리 안전장치를 설치해주세요!!

멋진 암릉 구간을 만끽한다.

 

요런 해산굴도 통과하고.

(뚱뚱한 사람은 못 가요.  위험하더라도 바위 위로 가야 해요.)

 

마지막으로 밧줄 구간을 지나면,

 

계단 길과 만나게 된다.

여기서부터 정상까지 900m 정도는 안전장치가 되어있어서 조망을 만끽하며 바위 능선을 쭈욱 따라가면 된다.

 

마치 누가 산성을 만들어놓은 것 마냥 돌들이 차곡차곡 잘 쌓여있었다.

여기서부터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

114 계단으로 올라온 사람들, 함허동천 쪽에서 올라온 사람들, 반대편 국민관광단지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뒤섞여 rush hour의 거리 같았다.

정상으로 가기 전 멋진 바위들을 만났다.

이건 문바위?

 

이건 식탁바위?

 

이 넙적한 바위에서 밥 먹으면 딱 좋을 것 같다.

바위를 기어오르느라 힘을 뺐더니 마침 배도 고파서 점심을 먹으려고 시간을 보니 아직 10시 30분밖에 안되었다.

3시간은 온 것 같은데. ㅠㅠ

이건 수정바위?

 

이건 책바위?

 

정상으로 가기 직전에 있는 계단에 이런 글이 쓰여 있었다.

 

<전국 제1의 생기처>?

올라온 암릉 길이 너무 힘들어 마니산에 기 받으러 왔다가 기가 다 빠져서 내려갈 것 같다.

정상에 도착하니 또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이래서 주말에는 산에 가지 말아야 한다니까. ㅠㅠ

 

마니산 정상

어쨌든 인내심을 가지고 줄을 서서 인증 사진을 찍고 참성단으로 갔다.

 

참성단 

참성단 밑에는 철책이 둘러져있고 길이 하나만 나있는데 여긴 더 복잡하다.

완전 시장통 같다.

10m 정도밖에 안 되는 길을 올라갔다 오려면 족히 30분 이상 걸리겠다.

그래서 그냥 포기.

대장님께서 바다를 배경으로 멋지게 사진을 찍어주셨다.

 

하산하는 길은 두 가지이다.

오른쪽으로 가면 계단 길, 왼쪽으로 가면 능선 길.

물론 능선 길도 처음에는 한참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힘들어서 헉헉대며 올라오는 사람들을 보니 안쓰럽다.

"힘내세요.  이제 다 왔어요."라는 거짓말로 격려를 해준다.

이쪽으로 올라오지 않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대장님 말씀이, 오늘 우리가 간 코스가 마니산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코스라고 하신다.

계단을 내려가며 작년 가을 갔다 왔던 해명산, 낙가산이 보였다.

 

500m 정도 계단을 내려가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부드러운 흙길이다.

단군로로 내려가기 전 이렇게 옆으로 누운 나무가 두 그루 있다.

 

용케도 쓰러지지 않고 자라는 나무들이 대견하다.

그냥 누워버릴 법도 한데 결코 삶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서 오늘 또 교훈을 얻는다.

하산하니 12시 40분이었다.

2시에 출발한다고 했는데 1시간 20분 동안 무얼 하나?

점심 먹은 지 얼마 안 되어서 뭘 먹기도 그렇고, 강화 노랑고구마며 순무며 아낙네들이 쪼란히 앉아 농산물을 팔지만 집에서 음식을 안 하니 살 것도 없고.

할 일없이 시간을 보내다 출발하였다.

토요일이라 길이 막히지나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돌아가는 길도 차들이 잘 빠졌다.

그런데 너무 일찍 돌아가니 이상하네.

항상 어두울 때 가다가 이렇게 밝은 대낮에 집에 들어가려니 뭔가 잘못된 것 같다. ㅎ

오늘 산행은 짧지만 결코 쉽지 않은 산행이었다.

암릉 산행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마니산 바위들은 너무 크고 매끈하다. 

도와주는 손길들이 없었으면 우리 벌벌이 셋은 오늘 고생 꽤나 했을 것이다.

산그리워 대장님과 도화 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