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5년 3월 6일 금요일 (맑음)
산행코스: 와룡마을 ~ 도암재 ~ 천왕봉 왕복 ~ 새섬봉 ~ 민재봉(정상) ~ 청룡사 ~ 와룡마을
산행거리: 9km
산행시간: 11:10 ~ 16:25
등산지도:
날씨도 풀린 데다 남쪽 지방이라 제대로 봄맞이 산행을 하게 될 것을 기대하며 사천으로 떠났다
예전 같으면 하루 종일 걸렸을 길을 고속도로가 잘 되어있어 사천까지 4시간 만에 도착하였다.
버스는 와룡마을에 우리를 풀어놓았다.
버스에서 내리니 따.뜻.하.다.
병풍처럼 빙 둘러서 있는 와룡산이 어서 오라 손짓하는 것 같았다.
왼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축사가 나온다.
마침 식사시간인지 소들이 일렬로 서서 사이좋게 건초를 먹고 있었다.
옆 우리의 송아지들은 봄기운에 콧바람이 났는지 겅중겅중 뛰어다닌다.
축사를 지나면 납골묘가 나오고, 납골묘를 끼고 왼쪽으로 올라가면 등산로가 나온다.
도암재까지 1.4km는 꾸준한 오르막이다.
봄기운이 완연하지만 아직 망설이며 새 잎사귀를 내지 못한 나목들이 줄지어 서있다.
도암재에는 벤치도 있고 널찍한 데크도 있었다.
비박하기 좋겠다.
도암재
도암재에 배낭을 벗어놓고 상사바위로 갔다.
상사바위까지 가는 500m는 아주 가파른 오르막에다 땅이 녹아 질척해져 여간 미끄러운 것이 아니었다.
내려올 때를 미리 걱정하며 올라갔다.
봉우리에 올라서자 좌우로 바다가 보인다.
(왼쪽 용강저수지 방향)
(오른쪽 사천대교와 사천시 방향)
목마처럼 생긴 Y자 모양의 그루터기는 사람들이 많이 앉았는지 안장 부분과 한쪽 가지가 반질반질했다.
나도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여기서도 찰칵, 상사바위 위에서도 찰칵.
천왕봉을 지나,
천왕봉 정상
조금 더 가다 보니 어느 등반대장의 비석이 세워져 있었다.
자연 앞에 언제나 겸손해야 함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짧게 고인을 기리고 도암재로 되돌아 내려갔다.
건너편에는 가야 할 새섬봉과 민재봉, 기차바위가 보였다.
가야 할 능선
도암재에서 점심을 먹고 새섬봉으로 향하였다.
오르막 중간에 돌탑들이 세워져 있었다.
나도 안산을 기원하며 돌을 하나 올려놓았다.
다시금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지나온 상사바위에게 작별 인사를 하였다.
새섬봉으로 가는 길에는 암벽이 나타나는데 데크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쉽게 갈 수 있다.
계단 왼쪽으로는 밧줄도 있던데 계단이 설치되기 전에는 저 밧줄을 잡고 갔었나 보다.
밧줄이 없더라도 올라갈 수는 있을 것 같은데.
그럼 더 재미있을 거 같은데.
암벽 구간을 지나고 나면 너덜지대가 나온다.
신나게 사뿐사뿐 올라갔다.
가파른 너덜지대를 올라 능선에 이르면 조망이 트인다.
(새섬봉으로 가는 길. 오른쪽 작은 봉우리가 새섬봉)
아직은 겨울이 떠나기 싫은지 새섬봉으로 가기 전 눈이 덮인 구간이 나타났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얀 눈이 더욱 하얗게 보인다.
조심조심 플라스틱 계단을 내려갔다.
앞서 새섬봉에 도착한 가을국화 대장님과 산돌이 대장님께서 한껏 포즈를 취하고 계셨다.
새섬봉
새가 한 마리 앉을 만한 크기의 봉우리라 해서 새섬봉이라는데 실제로는 새가 백 마리는 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새섬봉 정상
새섬봉까지는 약간 암릉 지역이었지만 이후부터는 편안한 육산 길이다.
가는 길에 기차바위도 당겨보고.
기차바위
너덜지대를 오른 이후부터 민재봉을 지나 기차바위 방향으로는 계속 진달래 군락지였다.
등로 양쪽으로 진달래가 우거져 꽃이 피면 장관일 것 같다.
진달래가 만개했을 때 다시 와보고 싶다.
현란한 진분홍 색깔에 맘껏 취해보고 싶다.
민재봉
민재봉에 도착하여 사진을 찍다 시간을 보니 3시가 다 되었다.
아니, 언제 시간이 이렇게 되었지?
민재봉(와룡산) 정상
4시까지 하산하라고 했는데.
경치에 취해 정신없이 사진을 찍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나 보다.
같이 있던 대장님 두 분도 당황해서 허둥지둥.
원래는 기차바위로 가서 사자바위를 지나 덕룡사 쪽으로 내려가기로 했는데 할 수 없이 청룡사 쪽으로 하산하였다.
그런데 그 길이 나에겐 정말 지옥 코스였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가다 보니 아까 올라왔던 것과 같은 너덜지대가 나왔다.
그런데 이 너덜지대가 내려가도 내려가도 끝이 없는 거다.
올라갈 때는 신나게 올라갔지만 내려가려니 흔들거리는 발밑의 돌들이 겁이 나서 쉽사리 발걸음이 떼어지질 않았다.
시간은 다 되어 마음은 급하지, 내려가는 속도는 더디지.
초긴장하여 집중해서 내려가다 보니 얼굴이 활화산처럼 빨개져서 폭발 직전이었다.
머리까지 띵~하고 어지러웠다.
어떻게 내려갔는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내려가긴 내려갔다.
시간이 없어 청룡사도 못 둘러보고 급하게 지나쳤다.
청룡사
대장님들도 함께 늦어서 나를 버리고 떠날 염려는 없으니 좀 안심이 되긴 하지만.
그러게 시간 좀 넉넉히 주시라고요, 대장님!
다른 때 같았으면 멋진 암릉과 조망이 기억에 남을 텐데 오늘은 버스를 타고 상경하는 내내 끔찍했던 너덜지대만 생각이 났다.
다음에는 진달래가 만발했을 때 와서 꽃잎도 따먹어보고 기차바위도 꼭 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