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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2015.03.03 (철원) 복계산(1,054m)

산행일시: 2015년 3월 3일 화요일 (눈)
산행코스: 매월동 주차장 ~ 매월대폭포 ~ 복계산 ~ 촛대봉 ~ 950봉 ~ 원골 계곡 ~ 원점
산행거리: 9.4km
산행시간: 09:40 ~ 15:10
등산지도: 

 

봄이 오기 전 눈 산행을 한 번 더 할 수 있을까 기대하며 이른 아침 길을 나섰다.

버스를 타러 가는 동안 비가 오더니 들머리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비가 내렸다.

눈 산행이 아니라 우중 산행이 되려나?

산장이라는 이름이 너무 거창한 매월산장 앞에 버스가 도착해서도 여전히 비가 내린다.

 

버스에서 내리기 전 대장님께서 매월대폭포에 가서는 반드시 아이젠을 하라고 신신당부하셨다.

아이젠을 안 하면 100% 넘어진다며 몇 번이고 말씀하셨다.

버스에서 내리니 산불감시초소에서 사람이 나와 아이젠이 없으면 산행할 수 없다고 한다.

빙판이긴 빙판인가보다.

주차장에서 왼쪽 등산로로 들어섰다.

 

밧줄이 있어 매월대로 올라가는 것도 보는 것만큼 위험하지는 않다고 하던데 절대 안 된다는 대장님 말씀에 순종하기로 하고 매월대폭포로 향하였다.

순탄한 길을 400m 걸어가자 갑자기 빙벽이 나타났다.

매월대폭포이다.

 

매월대폭포 

대장님 말씀대로 아이젠을 했다.

그런데 정말 아이젠을 하고도 미끄러지는 분이 계셨다.

넘어질까 조심하며 사진을 찍었다.

매월대폭포 왼쪽으로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된다.

짧은 밧줄 구간도 있고, 계단도 있고.

곧이어 멋진 노송이 나온다.

 

이후 삼각봉까지는 가파른 오르막이다.

바람이 많이 불 것이라고 하여 내의까지 입고 왔는데 바람이 전혀 없다 보니 급경사를 오르는데 더워서 정신이 없었다.

결국 내의를 벗었다.

날씨가 좋으면 매월대가 보일 텐데 오늘은 조망을 기대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매월대에서 오는 길과 만나는 삼각봉부터는 능선 길이라 그다지 힘들지 않다.

언제부터인가 비가 눈으로 변하기 시작하였다.

아! 눈 산행을 할 수 있으려나보다!

가다가 가지가 붙은 나무를 보았다.

 

이것도 연리지인가?

한 나무 같기도 한데 잘 모르겠다.

그런데 왜 이리도 애틋한 나무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제발 사랑하며 살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들머리에서 3.1km, 복계산 정상에 도착하였다.

 

복계산 정상

눈이 오지만 다행히 어느 정도 조망은 허락해준다.

 

그런데 봐도 뭔 산인지 알 수가 있어야지. ㅠㅠ

어쨌든 수묵화 같은 풍경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정상을 지나자 초겨울 같던 모습이 한겨울 모습으로 바뀌었다.

바람도 제법 불고 눈도 많이 쌓여있었다.

 

대장님께서 촛대봉과 990봉은 위험하니 올라가지 말고 우회하라고 하셨는데 올라가고 싶어도 올라갈 수가 없었다.

이정표와 리본을 따라가도 보면 자연스럽게 우회 길로 가게 된다.

이후에도 거의 모든 봉우리들을 우회하여 가게 되었다.

올려다보니 그렇게 위험한 암봉들은 아닌 거 같은데 왜 죄다 우회하게 해 놓았는지 모르겠다.

막상 올라가려면 위험한가?

결과적으로 오늘 산행은 정상 이후부터는 내내 산허리를 걷는 조금은 이상한 산행이 되었다.

그런데 우회 길이라도 만만히 보아서는 안 된다.

특히 촛대봉과 990봉 우회 길은 급경사 내리막에 급경사 오르막인데 눈이 없더라도 상당히 조심해야 할 구간이다.

950봉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오라고 하셨는데 그래도 못 미더우셨는지 어디서건 후미인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계셨다.

정말 대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시지 않았다면 그냥 직진해서 복주산까지 갔을 것 같다.

이후 잔 봉을 몇 개 넘고 나서 오른쪽 원골 계곡으로 내려갔다.

원골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머루와 다래 덩굴이 많이 있었다.

나야 봐도 뭐가 뭔지 모르지만 철원에서 군 복무를 하신 산우께서 그게 머루랑 다래라고 알려주셨다.

그냥 누워서 따먹어도 될 정도로 많다고 하는데 정말 여기저기 덩굴 천지이다.

열매가 맺을 무렵 산행을 온다면 점심을 싸오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여름에 물이 많을 때는 계곡도 좋을 것 같다.

나중에 비박을 와서 머루랑 다래도 따 먹고 계곡에서 물놀이도 하자고 하였는데 그 나중이 언제가 될까?

나도 비박을 꼭 해보고 싶은데 그런 날이 오기는 올까?

I wish...

날머리에 도착하기 전 계곡에서 거북이를 보았다.

 

이 겨울 빈 계곡에서 혼자 무얼 하고 지낼까?

하지만 여름이면 많은 사람들의 친구가 되겠지.

오늘이 이번 겨울 마지막 눈 산행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얀 눈을 가슴 가득히 담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