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5년 2월 17일 화요일 (눈)
산행코스: 홍적고개 ~ 몽덕산 ~ 가덕산 ~ 북배산 ~ 계관산 ~ 너래기골 ~ 싸리재 버스 종점
산행거리: 13.7km
산행시간: 09:30 ~ 16:15
등산지도:
참으로 앞일은 알 수가 없다.
계속되는 따뜻한 날씨로 인해 이제 눈 산행은 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뜻밖에 멋진 심설 산행을 하였으니.
겨울에 몽가북계를 꼭 가보고 싶었다.
가덕산만 공지가 올라왔었는데 대장님께 졸라 몽가북계로 바꾸었다.
그런데 산행 며칠 전 일기예보를 보니 비가 온단다.
아, 비가 아니라 눈이 와야 하는데. ㅠㅠ
계속 일기예보를 확인했지만 눈은 기대하기 힘들 것 같았다.
하나님, 제발 비만은 오지 않게 해주세요.
오더라도 저희가 산행할 때는 그치게 해 주세요.
우중 산행도 좋기는 하지만 지금 여긴 아닌 거 같아요.
산행 당일 아침까지 예보를 확인했지만 눈은 포기해야 할 거 같았다.
버스 안에서 대장님도 그렇게 말씀하시고.
가평 쪽으로 들어서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왜 이럴 때 일기예보는 잘 맞는 거야? ㅠㅠ
그런데...
홍적고개에 올라서자 기적이 일어났다!
눈이 내린다.
그것도 많~~이, 아주 많~~~이.
홍적고개
이게 웬일이야?
하나님, 저 이렇게 예뻐하셔도 되는 거예요? ^^
스패츠도 하고 아이젠도 하고 배낭에 레인커버도 씌우고 먼저 몽덕산으로 고~고~.
갈수록 눈발이 굵어진다.
뜻밖의 선물에 모두들 감탄사를 연발한다.
몽덕산까지는 꾸준한 오르막이다.
2012년 10월 몽덕산에 왔을 때는 더워서 엄청 고생을 했었는데 눈을 맞으며 가는 지금은 똑같은 길이라도 절로 신이 난다.
몽덕산 정상
몽덕산 정상을 찍고 가덕산으로 향하였다.
몽덕산 정상에서 북배산까지는 그전에 없었던 철조망이 생겼다.
길게 이어진 철조망이 흉물스러울 수도 있지만 눈 때문에 그것마저도 멋있어 보였다.
철조망 안쪽은 어떨까?
비밀의 정원 마냥 괜스레 궁금해진다.
그 안에는 훨씬 더 아름다운 숲이 숨어있을 것만 같다.
가덕산까지, 그리고 또다시 북배산까지 가파른 오르막과 평탄한 길이 번갈아 나타나며 계단식으로 고도를 올린다.
헉헉대며 온 몸이 열기로 휩싸이지만 눈에 취해 힘든 줄도 모르겠다.
눈꽃도 아름답게 피었고 상고대도 아름답게 맺혔다.
나뭇가지에도, 산악회 리본에도.
가덕산에 올랐다가,
가덕산 정상
다시 내려가 또다시 헉헉대며 북배산에 올랐다.
북배산 정상
몽덕산, 가덕산, 계관산 정상석은 검은 돌에 한글로 산 이름이 쓰여 있는데 북배산만 하얀 돌에 한자로 산 이름이 쓰여 있었다.
왜 그럴까?
무슨 깊은 뜻이 있는 걸까?
그냥?
북배산을 지나자 눈이 잦아들고 하늘이 조금씩 개이기 시작하면서 올라야 할 계관산이 보였다.
계관산
산행을 하다 보면 목적지가 참 멀리 있는 거 같은데, 저길 언제 가나 싶은데, 한 발 한 발 가다 보면 어느새 그곳에 도착해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예전에는 '이 힘든 곳을 내가 왜 왔나, 다시는 산에 오지 말아야지.' 후회를 하며 정상을 향하여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열심히 올라갔다 내려왔었는데 이제는 내가 걸어가는 이 길을 다시는 못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가능한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듣고, 많은 것을 느끼며 걸어가려고 한다.
올라가고 내려가는 과정 자체를 즐기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그것은 삶의 자세 또한 변하게 해 주었다.
목표만을 향하여, 더 나은 미래만을 위하여 현재의 기쁨을 유예한 채 열심히 살아왔었지만 이제는 미래뿐만 아니라 현재도 중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파랑새만을 쫒기보다는 내 앞에 있는 비둘기를 보게 된 것이다.
싸리재고개에서 1.2km만 더 가면 계관산이다.
계관산 정상
계관산 정상에 올랐다가 다시 싸리재고개로 되돌아가 절골로 내려가는 길이 훨씬 수월하다고 하는데 나는 계관산 정상석 바로 뒤편에 있는 길로 내려갔다.
경사도가 장난 아니다.
아이젠을 하고도 찍찍 미끄러져 넘어진다.
그런데 이 길이 오늘 산행 코스 중에서 제일 멋있는 구간이었다.
급경사라 내려가는 길이 좀 위험하기는 하지만 무등산 옛길과도 흡사한 아름다운 길은 고생을 무릅쓸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다행인 것은 급경사 내리막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이다.
계관산 정상에서 싸리재 버스 종점까지 4km가 넘는 길을 내려가 고대하던 몽가북계 산행을 종료하였다.
기대 없이, 오히려 비가 올까 우려하며 시작했던 산행이 예기치 않은 기쁨을 선사하였다.
삶의 모퉁이를 돌 때마다 어떤 기쁜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 일희일비하지 말자.
* 2012.10.16 몽덕산 산행기 http://blog.daum.net/misscat/3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