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7년 6월 13일 화요일 (맑음)
산행코스: 학현리 아름마을 ~ 묘지 삼거리 ~ 대형 알바 ~ 무쏘바위 ~ 모래고개 ~ 작은동산 ~ 외솔봉 ~ 교리마을
산행거리: 9.9km
산행시간: 09:40 ~ 15:15
산행트랙:
등산지도:
무사히 집에 돌아와서 블로그를 쓰고 있는 것이 감사한 날이다.
오늘 산행 공지는 갑오고개 ~ 동산 ~ 작성산 ~ 남근석 ~ 성봉 ~ 무쏘바위 ~ 작은동산 ~ 교리마을이었다.
그런데 작성산도 가봤고 동산과 남근석도 두 번이나 가봤기 때문에 오늘은 가뿐하게 작은동산만 갔다가 내려온 후 청풍 사우나에서 깨끗하게 씻고 올라오려는 계획을 세웠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갑오고개에서 내린 후 조금 더 버스를 타고 가서 아름마을에서 내렸다.
왼쪽으로는 신선봉, 미인봉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있고 오른쪽으로는 동산, 작은동산으로 가는 등산로가 있었다.
이곳에서 작은동산까지 2.07km란다.
무쏘바위를 들렀다 가더라도 3km면 갈 것이고, 교리까지는 5~6km면 될 것이다.
그렇다면 3시간 내지 널널하게 4시간이면 충분하다.
대장님께서 산행 시간을 6시간 주셨으니 2시간 남는 동안 목욕을 하고 깨끗하고 가뿐한 몸과 마음으로 올라가면 된다.
얼마나 아름답고 완벽한 계획인가?
하지만 인생이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법!
데크 다리를 건너 마치 자연휴양림 같은 아름마을 펜션을 통과해서 가다 보면 왼쪽으로 등산로 입구가 나온다.
(하얀색 방갈로 옆으로 등산로가 있다.)
산책로와 같이 편안한 산길이 이어진다.
금수산 산악마라톤 코스라서 그런지 길이 아주 넓고 좋다.
왼쪽으로는 약물탕 계곡이 있다.
약물탕폭포가 있다고 해서 어디 있나 찾아보려고 계곡으로 내려가 보았는데 찾지를 못했다.
물이 별로 없어 폭포가 있더라도 별 볼일 없었을 것 같다.
그런데 약물탕이라고 하니까 추읍산 약물장이 생각나네.
짧은 거리였지만 거기 가느라고 엄청 고생했는데.
다시 등산로로 돌아가 룰루랄라 걸어가다 보면 무덤 삼거리가 나온다.
무덤 삼거리
삼거리인데 이정표가 두 개 밖에 없다.
어디로 가야 하지?
오룩스 맵을 꺼내 보니 우측 상학현마을 쪽으로 가야 모래고개가 있는 걸로 나와 있었다.
어, 이상하다?
약물탕 계곡에서 올라와서 왼쪽으로 가야 무쏘바위 삼거리가 있고, 거기서 더 가야 모래고개가 있다고 했는데?
그럼 올라온 길이 약물탕 계곡이 아닌가?
어쨌든 모래고개 전에 무쏘바위 삼거리가 있으니 그렇다면 오른쪽으로 가야겠네.
이 길은 자드락길 1코스라 역시 길이 넓고 좋다.
하지만 이때부터 오늘의 재앙이 시작되었다.
상학현마을 쪽으로 가다 보니 고개가 나왔다.
저기가 모래고개인가?
그런데 아무 이정표도 없었다.
이상하다?
모래고개에는 분명 이정표가 있던데.
그 사이에 이정표가 없어졌나?
오룩스 맵에는 여기가 모래고개로 되어있는데 어떻게 된 거지?
모래고개 전에 무쏘바위 삼거리가 있으니까 더 가야겠네.
그리하여 계속해서 상학현마을 쪽으로 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거기는 중고개였다!)
고개를 내려가니 시멘트 길이 나온다.
엥? 웬 시멘트 길?
이건 아닌데?
지도를 보니 조금 더 가면 중고개가 나오는 걸로 되어있다.
중고개까지 가면 안 되는데 이거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방금 지나온 고개가 무쏘바위 삼거리인가?
다시 되돌아가 고개에서 오른쪽 산길로 올라갔다.
한동안은 길이 뚜렷하였다.
적어도 폭포 앞에 갈 때까지는.
길이 점점 희미해지는가 싶더니 떡~하니 마른 폭포가 나타났다.
상당히 큰 폭포라 물이 있다면 굉장히 멋있을 거 같았다.
이게 약물탕폭포인가?
이것이 약물탕폭포라고 믿는 순간 모든 이성이 마비되어버렸다.
그렇다면 무쏘바위는 이 위에 있을 테니 여길 올라가야겠네.
우회 길이 있겠지만 폭포에 물이 없어서 충분히 폭포를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에는 내가 심하게 간뎅이가 부었나 보다.
어쨌든 그래서 용감무쌍하게 폭포를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중간까지는 그런대로 잘 올라갔다.
그런데 중간 이후로는 너무 가파르고 미끄러워 도저히 올라갈 수가 없었다.
내려가려고 보니 여길 어찌 올라왔나 싶게 아찔해서 내려가지도 못하겠고.
정말 오도 가도 못하게 된 꼴이다.
순간 눈앞이 깜깜해졌다.
대장님께 전화를 할까?
119를 부를까?
하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조심조심 네 발로 기어서 올라가는데 갑자기 수많은 개미들이 손등으로 올라와 마구 팔을 기어오른다.
어머, 안 돼!
저리 가!
아니, 이 놈들이!
그 와중에 개미들을 떼어내며 간신히 올라갔다.
올라가서 보니 이렇게 가파른 폭포였다.
그런데 왜 밑에서는 만만하게 보였을까? ㅠㅠ
내가 실성했나 봐.
misscat, 제발 앞으로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말자.
올라간 폭포
폭포 위로만 올라가면 편하게 갈 줄 알았다.
검색해본 블로그들에서는 아~주 편안한 길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런 길이 안 보인다.
길처럼 보이는 곳을 찾아 올라가는데 길인 듯싶다가 아니다가.
결론적으로는 길도 아닌 곳을 계속해서 올라갔다.
한참 힘들게 올라가다 보니 엄청난 슬랩이 나온다.
이 슬랩 위가 무쏘바위인가?
설마 우회 길이 있겠지.
아무리 찾아봐도 길처럼 생긴 게 안 보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사방이 절벽이다.
지도를 보니 그 슬랩은 중봉 밑에 있는 슬랩이었다.
이건 아니여.
그리하여 다시 내려가려고 하는데, 어떻게 올라왔는지 도저히 올라온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아이고, misscat, 오늘 길 잃은 산고양이가 되겠구나. ㅠㅠ
진심으로 119에 연락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 올라왔던 오룩스 트랙을 보며 내려갈 수 있는 데까지 내려가 보기로 하였다.
폭포로는 도저히 내려갈 자신이 없어 폭포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갔다.
당연히 길이 없으니까 마구잡이고 내려갔다.
낙엽이 얼마나 수북하게 쌓였는지 넘어져도 하나도 아프지가 않았다.
하긴 무릎까지 낙엽이 쌓여있으니까.
바위 절벽이 나오면 돌아가고, 또 내려가다 바위 절벽이 나오면 돌아가고.
미끄러지고 자빠지고 하면서 겨우 겨우 내려가니 중고개와 무덤 삼거리 중간쯤 어딘가가 나왔다.
시간을 보니 두 시간이 넘게 알바를 한 것이었다.
지금 내 몸이 내 몸이 아니여. ㅠㅠ
얼마나 힘들고 긴장을 하였던지 폭포 이후로는 알바 하는 동안에 사진을 한 장도 못 찍었다.
다시 무덤 삼거리로 돌아가 이정표에 없는 방향(상학현 을 반대 방향)으로 가니 성봉 갈림길이 나왔다.
성봉 갈림길
팻말이 떨어진 방향이 성봉이다.
맞아, 여기로 올라가야 되는 건데...
이곳에서 올라가는 길 또한 엄청나게 가파르다.
그리고는 곧이어 암릉이 나타난다.
(쇠줄이 끊어져 있어서 보기보다 올라가기 힘들었다.)
(이거 뭔 바위?)
(무쏘바위 하단은 슬랩 구간이다.)
(무쏘바위 위로 가는 길)
가파르게 올라 무쏘바위에 도착하였다.
무쏘바위는 누운 남근석이라고도 한다.
동산에는 능선 좌우로 남근석과 누운 남근석이 있는 것이다.
능선 반대편에 있는 남근석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생긴 남근석이라고 하던데, 이 누운 남근석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남근석인 것 같다.
무쏘바위(누운 남근석)
무쏘바위에서는 맞은편에 있는 멋진 신선봉과 미인봉을 볼 수 있다.
경치를 감상하며 이곳에서 점심을 먹다가 갑오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한 일행들을 만났다.
차라리 갑오고개에서 동산으로 갔다가 이곳으로 내려오는 것이 훨씬 빠르고 편했을 것 같다.
편하게 산행하려다 괜히 더 고생만 했네. ㅠㅠ
다시 성봉 갈림길로 내려가 모래재로 갔다.
(무쏘바위 하단으로 내려가면서)
모래고개
모래고개에서 작은동산까지는 500m만 가면 된다.
100m 정도 올라가면 왼쪽으로 전망대가 있다.
작은동산은 오른쪽으로 간다.
가볍게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가는데 두 시간 넘게 알바를 하느라 기운이 빠져 그것조차 힘들었다.
드디어 조망이 없는 작은동산에 도착하였다.
왼쪽에는 커다란 삼각형 모양의 바위가 있었다.
작은동산 정상
작은동산 정상에서는 조망이 없지만 조금만 가면 나오는 전망 암봉에서는 끝내주는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신선봉
청풍호와 맨 뒤로 흐릿하게 보이는 월악산
전망 암봉에서 가파르게 내려가면 삼거리가 나온다.
이정표에는 없지만 오른쪽에 목장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사유지라 길을 통나무로 막아놓았지만 위급 시에는 탈출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곳에서 250m만 더 가면 목장 삼거리에 도착한다.
목장 삼거리라고 해서 목장으로 내려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른쪽이 목장인데 철책으로 막아놓았다.
목장 삼거리
이곳에서 직진하면 외솔봉을 거쳐 청풍리조트로 내려가게 되고, 왼쪽으로 가면 만남의 광장으로 가게 된다.
외솔봉까지는 680m만 가면 된다.
별로 밧줄이 필요 없는 짧은 바위 구간이 나오고 나무 계단을 올라가면 또 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외솔봉을 거치지 않고 교리로 갈 수 있다.
외솔봉은 지척에(200m) 있다.
외솔봉 정상
외솔봉에서의 조망도 좋지만 20m만 가면 청풍호 조망 명소가 있다고 하여 서둘러갔다.
하지만 청풍호 조망 명소보다는 조금 더 내려가서 보는 게 조망이 더 좋다.
사실 외솔봉에서부터는 조망이 트이는 곳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멋진 경치를 감상하면서 갈 수 있다.
청풍대교와 그 옆에 망월산, 오른쪽으로 비봉산, 그 사이에 청풍문화재단지가 보인다.
신선봉과 미인봉, 금수산 정상도 보인다.
신선봉, 미인봉에 가느라 죽는 줄 알았는데...
지난달에 갔던 작성산과 동산도 보인다.
청평대교와 망월산(청풍대교 왼쪽), 비봉산(오른쪽) 방향
신선봉, 미인봉, 금수산 방향
작성산, 동산 방향
다시 급하게 내려갔다 올라가면 소나무가 한 그루 있는 멋진 바위가 나온다.
이게 오히려 외솔봉처럼 보이는데?
외솔바위(?)
(외솔바위 앞에 있는 전망바위)
외솔바위를 지나면 또 전망대가 나온다.
동산과 그 뒤로 작성산
작은동산(지나 온 능선)
외솔바위와 그 뒤로 신선봉, 미인봉, 금수산
청풍대교와 청풍호, 망월산, 비봉산
내려가서 샤워를 하려던 야무진 꿈은 두 시간의 알바로 이미 깨어진 지 오래고, 시간이 어중간하게 남을 것 같아 이곳에서 간식을 먹으며 한참 쉬다가 떠났다.
곧이어 긴 슬랩이 나온다.
아마 이 슬랩 때문에 아까 외솔봉에 있는 안내판에서 되돌아가라고 했나 보다.
상당히 가파르지만 미끄러지지 않는 바위이기 때문에 보기보다 위험하거나 어렵지는 않다.
밧줄을 잡지 않고도 충분히 내려갈 수 있다.
(연출을 하기 위해 밧줄을 잡은 모습 ㅋㅋ)
슬랩을 내려가면 안부에 도착하고 마지막으로 올라갔다가 교리까지 가파르게 내려간다.
(내려온 슬랩: 오른쪽)
(마지막 봉우리에서)
위 사진 오른쪽에 있는 하얀 건물이 한방사우나가 있는 청풍리조트 힐 하우스이다.
사우나 가격은 12,000원인데 등산객이라고 하면 6,000원으로 깎아준다.
사람들이 없어 독탕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저기 가서 샤워하고 가려고 했었는데. ㅠㅠ
가파르게 내려가는 길에 털중나리를 보았다.
무사귀환을 환영해주는 듯 청풍호 번지 점프대 앞에서는 분수가 솟구치고 있었다.
가파르게, 가파르게 내려가 교리 등산로 입구에 도착하였다.
오늘 대형 알바를 하였고 정말 위험했는데 내려와서 그 이유를 분석해보니 첫 번째 이유는 내 오룩스 맵에 모래고개가 잘못 표시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중고개가 모래고개로 되어 있어서 혼동을 한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내 무모함 때문이다.
길이 이상하다 싶으면 멈춰야 하는데 쓸데없는 모험심 때문에 위험을 자초한다.
나이도 있으니 앞으로는 모험을 하고 싶더라도 자제해야겠다.
하지만 외솔봉에서부터의 조망이 너무 좋아 그 모든 게 무마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