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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2015.02.13 (해남) 달마산(489m)

산행일시: 2015년 2월 13일 금요일 (맑음)
산행코스: 송촌마을 ~ 관음봉 ~ 불썬봉/달마봉(정상) ~ 개구멍 ~ 미황사 ~ 미황사 주차장
산행거리: 6.3km
산행시간: 12:30 ~ 16:30
등산지도: 

 

남해안 쪽에 있는 산들은 한 번도 날 실망시킨 적이 없다.

오고 가는 길이 5시간 이상씩 걸리지만 긴 시간 버스 안에서 고생을 하면서도 그 멀리 가는 이유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아름다움 때문이다.

송촌마을에서 시작한 산행은 초반에는 순탄한 숲길을 따라간다.

너덜지대를 관통하는 짧은 임도를 지나 오른쪽 숲길로 들어서면 산책하기 좋은 등로가 계속된다.

 

이곳에서는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겨우내 땅속에서 숨죽이고 있던 봄의 정령들이 서로 앞 다투어 나오려하며 참새처럼 재잘대는 소리가 들린다.

아직은 이르지 않을까?

겨울이 이렇게 끝나버리는 걸까?

왠지 아쉽다.

기나긴 고통 끝에 평안이 찾아왔을 때 느끼게 되는 일종의 허망함 같은 것이랄까?

아니면 이번 겨울이 그다지 춥지 않아서일까?

어쨌든 벌써 봄이 온다는 것이 쉽게 용납(?)되지 않는다.

겨울이 겨울다워야 봄이 봄다울 텐데.

겨울이 겨울답지 않을 때 봄에 대한 기대도 약해지고 그 감흥도 시들해지는 것처럼 우리 삶도 아픔으로 인해 기쁨이 배가되는 것일 테니 아픔조차도 감사함으로 받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

언제까지나 이어질 것 같은 숲길이 끝나고 갑자기 돌무더기가 앞을 가로막는다.

 

여길 기어 올라가면 관음봉이다.

신나게 바위를 기어올라서니... 아! 바다가 보인다.

 

왜 산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다는 이토록 아름다울까?

맑고 깨끗한 하늘과 옥색 바닷물이 어우러져 숨 막히도록 아름답다.

가슴 벅차오르는 이 느낌을 누군가와 함께 나눌 수 있다면...

그런데 이걸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나?

왜 이 순간에 절대 고독이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행복도 불행도 고스란히 개인의 몫이란 생각이 든다.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여기서 찍고, 저기서 찍고.

이 모습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다.

이 느낌이 영원히 퇴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다음부터는 사방으로 바다를 내려다보며 걷는 암릉 길이다.

 

이리 보아도 좋고, 저리 보아도 좋고.

제법 강한 바람이 불지만 기온 자체가 낮지 않아서 오히려 기분 좋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은 마치 동화 속 그림 같다.

 

가다가 낙타 모양 바위도 만나고.

 

등로 옆에 있는 돌탑에 나도 돌 하나를 올리며 소원을 빌어본다.

하나님,

하나님이 만드신 이 아름다운 세상 다 보고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너무 욕심이 많은가?

다닐 만큼 다니지 않았느냐고 하는데 이상하게 볼수록 더 갈증이 난다.

누구 말대로 난 아직도 배고프다!

 

곧이어 달마봉이라고도 하고 불썬봉이라고도 하는 달마산 정상에 도착하였다.

 

달마봉/불썬봉(달마산) 정상

저 아래 미황사가 내려다보인다.

 

미황사 

정상에서 바로 미황사로 내려갈 수도 있지만 직진하여 문바위 쪽으로 갔다.

오후 햇살에 바다가 황금빛으로 반짝인다.

 

문바위를 돌아 내려가는 길은 데크 계단이 설치되어 있었다.

 

전망대를 지나 가파른 계단을 내려갔다 다시 올라가면 문바위재이다.

역시 이곳에서도 미황사로 가는 길이 있는데 사진 오른쪽 위에 있는 개구멍으로 기어들어갔다.

 

문바위재 

도솔봉 쪽으로 조금 가다 보면 지도에는 안 나와 있지만 미황사로 내려가는 길이 또 나온다.

너덜길을 내려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깊은 굴도 있고.

다시금 봄을 알리는 숲이 나온다.

 

숲이 임도와 만나는 곳에 미황사가 있다.

그곳에서 올해 첫 꽃을 보았다.

비록 가뭄에 마르긴 했지만 여실히 봄이 오고 있음을 증거 하는 동백꽃을.

 

미황사에서 올려다보는 달마산은 더욱 매력적이었다.

 

미황사 

문득 능가사에서 올려다보는 팔영산과 미황사에서 올려다보는 달마산 중 어느 것이 더 멋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교 자체가 어리석은 짓이겠지.

오래 살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여길 안 와보고 죽었으면 참 억울했을 거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