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7년 5월 26일 금요일 (맑음)
산행코스: 수산교 ~ 보덕암 ~ 하봉 ~ 중봉 ~ 영봉(정상) ~ 마애봉 ~ 덕주사 ~ 송계 계곡
산행거리: 12.2km
산행시간: 09:30 ~ 15:40
산행트랙:
등산지도:
4년 전 우중에 아무것도 못 보고 고생, 고생하며 올랐던 월악산을 다시 가보기로 하였다.
오늘은 그때의 아쉬움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을 만큼 날씨가 좋다.
사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 같다.
그냥 맑은 정도가 아니라 그동안 뿌옇게 쌓여있던 미세먼지가 날아가 버려 너무나도 쾌청하다.
하늘에는 두둥실 하얀 구름이 떠있어 한 폭의 그림 같다.
근래에 정말 흔치 않은 날씨이다.
잔뜩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수산교에서 산행을 시작하였다.
보덕암까지 2.3km, 영봉까지 6.3km란다.
수산교에서 바라보니 하봉, 중봉, 영봉의 모습이 뚜렷하다.
오늘은 절대 실망하지 않을 것 같다.
수산교를 건너 보덕암까지는 지루한 아스팔트길이다.
그 동안 30도까지 치솟던 기온이 오늘은 뚝 떨어져 상대적으로 선선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바람도 불어 산행하기에는 최적의 날씨인 것 같다.
이 동네에는 브로콜리를 많이 재배하나 보다.
온통 브로콜리 밭이다.
길가에는 엉겅퀴와 붓꽃이 피어있었다.
산딸기와 아직은 덜 익은 오디도 열려있었다.
산딸기는 사 먹는 것보다도 더 달고 맛있었다.
오디도 완전히 무르익진 않았지만 새콤달콤하여 맛있었다.
산딸기와 오디를 따먹으며 그 지루한 길을 올라갔다.
붓꽃
보덕암 밑에는 새로 지은 화장실이 있었다.
여기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아 화장실을 새로 지은 것 같다.
이 화장실이 있는 곳에서부터 무지막지한 급경사 시멘트 길이 시작된다.
보덕암을 거치지 않고 왼쪽으로 올라가는 길은 좀 낫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보덕암도 좀 들러줘야지.
(보덕암 밑에 있는 약수)
보덕암
보덕암 옆에는 역고드름이 생기는 보덕굴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고드름 볼 일이 없을 테니 pass.
보덕암 왼쪽에 영봉으로 가는 길이 있다.
아주 잠깐 좋은 숲길을 지난 후 목교를 건너고 나면 하봉까지 계속 오르막이다.
마음 단단히 먹고 올라가야 한다.
(올라가는 길에는 알록제비꽃이 많이 있었다.)
예전에 여기 올라가느라 죽는 줄 알았는데.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힘들지 않으니 내 산행 실력이 늘긴 늘었나 보다. ^^
종종 오른쪽으로 샛길이 보이는데 그리로 가면 어디가 나올지 궁금하다.
층층바위를 지나 계속 가파르게 올라가면 등산 안내판이 나온다.
4년 전에는 하봉을 우회하여 <기존탐방로>로 갔었는데 그 길이 얼마나 험하던지!
게다가 비까지 퍼부어 혹시나 바위에 번개가 칠까 봐 마음 졸이며 갔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제는 등로가 정비되어 하봉까지 올라갈 수 있다.
물론 가파른 철계단이거나 급경사 오르막이라 쉽지는 않지만.
보덕암에서 2km 정도 가면 전망대가 있는 전위봉에 도착한다.
오늘 날씨가 좋아서 조망이 죽여준다.
발아래 내가 사랑하는 청풍호가 보인다.
더욱이 악어섬들까지 보인다.
악어섬은 사실 섬이 아니지만 섬이라고 부른다.
겨울에 악어봉 산행이 있었는데 그때 가질 못해서 악어섬을 못 본 것이 무척 속상했는데 이렇게 보니 안 가도 될 것 같다.
정말 복 받은 날이다.
(월악교, 송계1교와 청풍호)
(당겨본 악어섬)
(한수면 방향)
하봉 전에 전위봉이 두 개가 있는데 모두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다리 덕분에 수월하게 갈 수 있다.
전위봉 전망대
첫째, 둘째 전위봉을 연결하는 다리
(가운데가 하봉, 맨 오른쪽이 중봉)
(둘째 전위봉과 하봉을 연결하는 다리)
전위봉에서부터 영봉까지는 바위 봉우리들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계단이 많다.
예전에는 밧줄을 잡고 오르내리느라 좀 힘들어도 재미있긴 했었는데.
하봉 밑에는 굴들이 여러 개 있었다.
전위봉 전망대에서 100m 정도 가서 하봉에 도착하였다.
하봉
지나온 전위봉들
중봉과 왼쪽으로 영봉
하봉을 내려가면 등산 안내판이 있다.
예전에는 여기까지 힘들게 우회하여 왔었다.
월악산이 높긴 높은지 산 위에는 아직도 철쭉꽃이 피어있었다.
다시 계단을 올라 중봉으로 갔다.
(밑에서 보긴 아슬아슬해도 전혀 위험하지 않다.)
(하지만 바위 틈새로 내려다보면 까마득한 절벽이다.)
지나온 전위봉과 하봉
중봉 위에도 예전에는 없던 널찍한 데크 전망대가 만들어져 있었다.
오늘 너무 멋있어서 사진을 찍고, 찍고, 또 찍게 된다.
혼자 산행하면서 오늘처럼 사진을 많이 찍기도 처음인 것 같다.
이렇게 멋진 경치를 못 보고 산행을 했었다니.
역시 산행은 날씨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 같다.
아무리 명산이라도 날씨가 안 좋으면 동네 뒷산보다도 못하다.
다들 뭐가 그리 급한지 서둘러 가고 혼자 후미를 지키며 중봉에서 마음껏 경치를 즐겼다.
오늘 월악산 다 내 거다!
악어섬도 원 없이 본다.
중봉 정상
영봉
주흘산과 부봉 능선, 백두대간 길
중봉에서 200m 정도 내려가면 안부에 도착한다.
그리고는 다시 800m 정도 올라가야 영봉에 도착한다.
영봉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앵초가 많이 피어있었다.
앵초
드디어 영봉으로 올라가는 긴 계단이 나타났다.
어, 그런데 예전보다 계단이 짧아진 것 같다.
아님 내 산행 실력이 늘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건가?
쉽사리 영봉에 올랐다.
영봉에서의 조망 또한 끝내준다.
죽여준다, 끝내준다, 이런 말 말고 더 좋은 표현이 없을까?
내 표현력의 한계를 느끼는 날이다.
영봉(월악산) 정상
지나온 중봉
금수산 방향
주흘산, 부봉과 대간 길
지난번 비 때문에 이 멋진 경치를 못 보고 산행했던 것이 원통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오늘 백배로 보상하고도 남으니 더 이상 아쉬울 것이 없다.
이 멋진 경치를 나 혼자 본다는 것이 아까울 뿐이다.
이런 날은 혼자 산행하기 싫다.
같이 커피도 마시면서 이 아름다움을 나눌 사람이 필요한데.
영봉에서 한참 쉬다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내려가는 길이 다르네?
예전에는 보덕암 삼거리에서 영봉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되돌아 내려갔었는데 중봉에서 영봉으로 바로 오는 길이 만들어졌나 보다.
그래서 영봉 올라오는 계단이 짧은 거였군.
아니나 다를까 내려가는 긴, 긴 계단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려온 계단
맞아, 전에 여기 올라갔다 내려오느라고 죽는 줄 알았는데.
이 계단 말고도 밑으로 계단이 한참 더 있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본 월악 주능선
영봉 밑을 지나 신륵사 삼거리로 갔다.
영봉
낙석 방지를 위해 덮개를 해놓은 영봉 아래 다리
신륵사 삼거리
한동안은 좋은 숲길이 나온다.
자란초와 벌깨덩굴, 민백미꽃, 노린재나무 꽃이 많이 피어있었다.
자란초
벌깨덩굴
민백미꽃
꽃구경을 하며 룰루랄라 걸어가다 보니 영봉 공원지킴터가 있는 송계 삼거리에 도착하였다.
송계 삼거리
완만하게 조금 올라가면 헬기장에 도착한다.
뒤돌아보니 영봉의 우람한 모습이 보였다.
헬기장에서 바라본 영봉
또다시 한동안 이어지는 편안한 숲길에서 어마 무지 큰 나무를 만났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마애봉에 도착하였다.
영봉에서 2.2km, 마애불을 약 1km 정도 남겨둔 지점이다.
마애봉 정상
이정표 뒤에 있는 철조망을 넘어가면 만수릿지로 갈 수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부터 내리막이 시작된다.
이곳에는 아직도 철쭉이 한창이었다.
가파르게 내려가는 길에 왼쪽으로는 주흘산과 부봉 능선을 더 가깝게 보이고, 오른쪽에 있는 전망대에서는 지나온 영봉과 중봉이 보였다.
주흘산과 부봉 능선, 대간 길
중봉과 영봉(오른쪽)
다시 긴 계단을 내려가는데 왼쪽으로 멋진 슬랩들이 보인다.
바로 만수릿지다.
만수릿지
만수릿지 옆으로 계단 아니면 바윗길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무릎이 얼얼해지기 시작한다.
내려갈 때는 계단이 싫었는데 내려가서 올려다보니 낙엽이 깔린 슬랩을 내려가는 것보다는 계단이 낫겠다 싶다.
그리고 마애불 삼거리까지 계속해서 이어지는 계단, 계단, 계단.
더 이상의 계단은 No!라고 외치고 싶을 즈음 마애불 삼거리에 도착하였다.
이곳에서 100m만 가면 마애여래입상이 있다.
덕주사 마애여래입상
마애불이 있는 곳에서부터 덕주사까지의 1.6km는 계속 너덜길이다.
사실 왼쪽으로 너덜길이 아닌 등로가 있지만 <등산로 아님>이라고 하여 힘들게 너덜길로 내려갔다.
갑자기 웬 착함?
덕주산성을 지나 덕주사에 도착.
덕주산성
덕주사
덕주사에서 덕주골을 따라 송계 계곡까지는 1km이다.
도로를 걸어 내려가기가 싫어 지나가는 차가 있으면 세우려고 했는데 오른쪽으로 <덕주역사자연관찰로>라는 것이 보였다.
관찰로는 세 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있었다.
3테마 길로 들어서니 산행 시작할 때 만났던 붓꽃을 또다시 만날 수 있었다.
이후 동문과 덕주산성이 있는 2테마 길로 이어진다.
덕주산성은 신라 말 덕주공주가 피신해있었던 곳이라고 한다.
동문과 덕주산성
동문 바로 앞에는 학소대가 있었다.
학소대
도로를 가로질러 1테마 길로 들어서면 수경대가 나온다.
낙엽이 떨어지지 않도록 쳐놓은 그물이 보기 흉했다.
하지만 그 그물이 없으면 온통 나뭇잎에 뒤덮여 수경대를 제대로 볼 수가 없겠지.
수경대
관찰로를 벗어나 덕주 탐방지원센터를 지나면 탁족 쉼터가 나온다.
하지만 물이 없어 탁족 쉼터라는 말이 무색하였다.
덕주 탐방지원센터
송계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에 멋진 월악삼봉이 보였다.
월악삼봉
탁족 쉼터에서 못한 탁족을 송계 계곡에서 하였다.
가뭄이라지만 탁족을 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았다.
너무도 좋은 날씨에 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산행을 하였다.
What a fantastic day!
전위봉에서 영봉까지 계단이 만들어져 예전보다는 훨씬 쉽게 산행할 수 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만수릿지를 타고 만수봉까지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검색을 해보고 접었다. ㅠㅠ
엄청난 직벽 구간이 두 개나 있는 데다 높은 철조망을 두 번이나 뛰어넘어야 한다.
오래 살려면 그런 산행은 자제해야 할 것 같다.
* 2013.07.23 월악산 산행기 http://blog.daum.net/misscat/3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