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7년 5월 12일 금요일 (약한 비)
산행코스: 선암사 주차장 ~ 비석 삼거리 ~ 선암사골 ~ 큰굴목재 ~ 송광굴목재 ~ 천자암봉 ~ 천자암 ~ 운구재 ~ 송광사 ~ 송광사 주차장
산행거리: 16.3km
산행시간: 11:15 ~ 15:30
산행트랙:
등산지도:
작년에 조계산에 갔을 때 소장군봉을 간다고 헤매고 다니는 바람에 시간이 모자라 천자암 쌍향수를 못 보고 내려왔다.
그래서 오늘은 천자암을 목표로 산행을 하기로 하였다.
선암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가끔 비"라고 하더니 하루 종일 비가 올 것 같다. ㅠㅠ
다시는 우중 산행을 안 하려고 했는데 또 하게 되네.
주차장에서 조금 걸어가면 매표소가 나온다.
여기는 절을 들어가든 안 들어가든 꼼짝없이 입장권을 사야 한다. (입장료 2,000원)
매표소에서부터 선암사까지 고속도로와 같은 길을 걸어간다.
녹음이 우거져서 작년에 왔을 때보다는 한결 아름답다.
게다가 비까지 부슬부슬 내리니 더욱 운치가 있고 멋있다.
적어도 산행 초반인 지금은 그렇다.
아름다운 승선교를 지나고, 강선루를 지나고, 삼인당을 지나 비석 삼거리에 도착하였다.
승선교
강선루
삼인당
비석 삼거리에서 송광사 쪽으로 간다.
오른쪽 대각암으로 가게 되면 장군봉으로 갈 수 있지만 오늘은 천자암을 가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곧이어 나오는 이정표에서도 송광사/대승암 쪽으로 간다.
선암사와 송광사를 잇는 이 길이 <남도삼백리길> 중 <천년불심길>이란다.
이정표에는 송광사까지 6.5km라는데 어떻게 가야 6.5km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나중에 오룩스 맵으로 측정한 것을 보니 16km가 넘게 나왔는데 말이다.
물론 천자암을 들렸기 때문에 거리가 더 늘어났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6.5km는 더 될 것 같은데...
서부도전을 지나고, 다리를 건너 계속해서 송광사 쪽으로 간다.
서부도전
길가에는 뱀딸기가 벌써 나왔다.
시간은 참 빨리 간다.
누군가 나이대로 시간이 흘러간다고 하던데.
20대는 시속 20km 수준으로, 30대는 시속 30km 수준으로, 50대는 시속 50km 수준으로.
그 말이 정말 맞는 것 같다.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점점 더 빨리 가니 말이다.
대승암 삼거리에서도 송광사 쪽으로 go go.
대승암 삼거리
자갈을 깔아놓은 길은 보기에는 좋은데 발바닥이 아파서 싫다.
자갈길이 끝나는 곳에 <조계산 생태체험 야외학습장>이 나오고 왼쪽으로 편백나무 숲이 나온다.
편백나무 숲에는 군데군데 그네와 벤치가 있어 앉아서 쉬어가기 좋도록 해놓았다.
비가 와서 나무 냄새가 더 좋다.
피톤치드가 듬뿍 나오는 것 같다.
건강해져라, 건강해져라.
편백나무 숲과 야외학습장을 지나면 이제까지 산책로처럼 편안하던 길은 등산로로 바뀌어 선암사골을 끼고 가게 된다.
목교를 건넌 후 가팔라지기 시작하는 등로 옆에서 지난 화요일 청량산에서 만났던 큰꽃으아리와 지난 해 봄 청화산 ~ 조항산 구간에서 만났던 민백미꽃을 만났다.
큰꽃으아리
민백미 꽃
숯가마터를 지나면 길은 더욱 험해진다.
호랑이가 턱을 걸치고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는 호랑이턱걸이바위를 지나 계속 힘들게 올라간다.
호랑이턱걸이바위
오늘 장군봉을 거치고 않고 큰굴목재로 가는 길은 쉬울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올시다."이다.
아님, 내 산행 실력이 그만큼 떨어진 걸까?
하산해서 꼬막비빔밥을 먹으려고 점심을 안 가지고 왔는데 밥을 안 먹어서 그런가?
힘들게 올라 큰굴목재에 도착하였다.
큰굴목재
여기 바위에 써놓은 이정표가 좀 혼동이 된다.
결론은 윗보리밥집으로 가려면 직진해야 하고, 아랫보리밥집으로 가려면 왼쪽으로 가야 한다.
직진해서 가다가 윗보리밥집을 지나서 왼쪽으로 가도 아랫보리밥집이 나오긴 한다.
송광사는 직진해서 가는 것이 빠르다.
가파르게 올라온 만큼 가파르게 내려가서 물소리가 힘차게 들리는 굴목다리를 건너면 다시금 작은굴목재에서 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가 나온다.
역시 계속해서 송광사 쪽으로 간다.
굴목다리
여기에서 200m 정도 가면 <보리원>이라는 윗보리밥집이 나온다.
오늘은 영업을 안 하고 있었다.
어차피 우리 산악회 사람들은 전부 아랫보리밥집에서 먹을 테니까.
이곳에서 오늘 산행 중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을 만났다.
일행 중 장군봉을 거쳐 이곳으로 온 사람들이었다.
보리원(윗보리밥집)
배 도사라는 사람이 몇 년 간 기거를 하다가 홀연히 사라졌다 해서 배도사 대피소라는 이름이 붙은 곳과 숯가마터를 지나 계속해서 송광사 쪽으로 가다 보면 천자암 갈림길이 나온다.
배도사 대피소
숯가마터
천자암봉을 가려면 계속해서 송광사 쪽으로 가서 송광굴목재에서 천자암봉으로 올라가야 한다.
송광굴목재로 올라가는 길에는 아직 산철쭉 꽃이 많이 남아있었다.
조계산에는 굴목재가 세 개 있다.
작은굴목재, 큰굴목재(선암사굴목재), 송광굴목재.
송광굴목재
송광굴목재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간식을 먹고 천자암봉으로 향하였다.
초반 가파르게 올라가는 등로 옆에서 은방울꽃을 발견하였다.
은방울 꽃
이후 한동안 오솔길 같이 편안한 숲길을 따라가다가 천자암봉 직전에서 짧고 가파르게 올라간다.
천자암봉 정상
천자암봉은 구름 속에 들어가 있는지 바람이 강하게 불고 비가 많이 내렸다.
천자암봉에서 200m 정도 가파르게 내려가면 삼거리가 나온다.
송광굴목재로 가기 전 삼거리에서 천자암 쪽으로 가면 이곳으로 오게 된다.
넓어진 길을 따라 내려가면 잘 닦여진 임도를 만나고 곧이어 천자암에 도착한다.
천자암에 도착하니 누렁이 두 마리가 반갑게 꼬리를 흔들며 맞아준다.
배낭에서 반건조 고구마를 꺼내어 주려고 하는데 어디선가 흰둥이도 나타나 저도 달라고 한다.
목줄도 없는 개들은 얼마나 순둥이들인지 짖지도 않고 순하디 순한 눈빛으로 꼬리만 흔들어댔다.
오늘 산행의 목적은 바로 이 천자암 쌍향수이다.
사진에서 보던 대로 멋있었다.
천자암은 작은 절이라 쌍향수 외에는 별로 구경할 것이 없었다.
내려가서 꼬막비빔밥을 먹으려면 서둘러야 해서 바로 송광사로 내려갔다.
천자암
쌍향수(곱향나무)
천자암에서 송광사까지는 3.4km이다.
노란 꽃이 예쁘게 핀 피나물 밭을 지나고, 이끼 계곡을 지나 운구재에 도착하였다.
운구재
운구재에서 오른쪽으로 90도 꺾여 가파르게 내려간다.
1.5km 정도 내려가면 송광굴목재에서 홍골을 따라 내려오는 길과 만나는 수석정 삼거리에 도착한다.
수석정 삼거리
이후 평지를 따라가면 대죽 밭이 나오고 송광사가 나온다.
송광사 앞에는 오동나무 꽃과 칠엽수 꽃이 만발하였다.
송광사에는 나뭇가지 없이 몸통만 있는 고향수라는 고사목이 있다.
이 고사목은 보조국사 지눌 스님이 자신의 불멸을 입증하기 위해 심은 나무라는데 지눌 스님이 다시 오면 소생한다고 한다.
우화각과 능허교는 여전히 아름답다.
내가 이제까지 보았던 사찰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고향수
우화각
우화각과 능허교
오동나무
칠엽수
주차장에 도착하니 1시간 남았다.
우비를 입었는데도, 비가 많이 오지 않았는데도 배낭도 젖고 티셔츠도 젖었다.
난 땀도 안 흘리는데 왜 티셔츠가 젖을까?
온도 차이 때문에 습기가 차서 그런가?
벌교식당에서 옷을 갈아입고 꼬막비빔밥을 먹었다.
알싸한 삼지구엽초랑 같이 비벼먹는 꼬막비빔밥은 언제 먹어도 맛있다.
* 2016.03.26 조계산 산행기 http://blog.daum.net/misscat/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