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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2017.04.22 (남원) 문덕봉(598m)

산행일시: 2017년 4월 22일 토요일 (맑음)
산행코스: 서재교 ~ 큰골 ~ 고정골 옆 능선 ~ 문덕봉 ~ 고정봉 ~ 그럭재 ~ 서재교
산행거리: 9.2km
산행시간: 11:45 ~ 17:20
산행트랙:

문덕봉 20170422.gpx
0.16MB

등산지도:

(알바 구간 있음)

남원의 용아릉이라는 문덕봉, 고리봉 공지가 올라와 얼른 신청을 하였다.

원래의 산행코스는 비홍재 ~ 문덕봉 ~ 그럭재 ~ 고리봉 ~ 방촌리인데 검색을 해보니 문덕봉과 고리봉을 다 가는 것은 내겐 너무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맘 편하게 이번에는 문덕봉만 가고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그때 고리봉을 가기로 하였다.

그런데 버스 안에서 마음이 변해 일단 멋있다는 고리봉을 이번에 가고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문덕봉을 가기로 하였다.

그럭재에서 출발하여 고리봉에 올라갔다 방촌리로 내려가기로 한 것이다.

일행들은 비홍재에서 산행을 시작하고 나는 서재교까지 가서 산행을 시작하였다.

서재교에는 반월정이라는 팔각정이 있었다.

이름과는 달리 볼품없는 팔각정이다.

 

반월정

서재교에서 바라보니 움푹 파인 그럭재 좌우로 고리봉과 문덕봉이 보였다.

그걸 보고 또 마음이 변했다.

이왕 왔는데 문덕봉, 고리봉 다 가봐야 하는 거 아냐?

아까 대장님 말씀이 여기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문덕봉에서 고리봉까지 7시간이면 충분히 산행할 수 있다고 하니 다 가봐야겠다.

그래서 큰골을 따라 그럭재로 가다가 중간에 오른쪽 능선으로 빠져 문덕봉으로 올라가기로 또 계획을 변경하였다.

서재교에서 그럭재로 가는 완만한 경사의 임도 옆으로는 복숭아 농장이 있었다.

복숭아 농장을 지나면 포장도로가 끝나고 비포장도로가 시작된다.

 

이쯤에서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나와야 하는데...

오룩스 맵을 보며 길을 찾아갔다.

과연 등로가 있었다.

가파르게 올라가는데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등로가 아닌지라 길이 희미하다.

지도를 보며 길을 찾아서 올라갔다.

한동안 씩씩대며 올라갔더니 오른쪽으로 조망이 트이는 곳이 나타났다.

금풍제와 그 왼쪽으로 광주-대구 고속도로가 내려다보이고, 그 뒤로는 병풍처럼 늘어선 지리산 자락이 보였다.

 

오늘 날씨가 좋아서 정말 환상적이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씨도 좋지만 이렇게 구름이 두둥실 떠있는 하늘도 정말 예쁘다.

이후로는 능선을 타고 가기 때문에 길이 좋았다.

조금 더 가면 이번에는 왼쪽으로 조망이 트인다.

문덕봉 바위 절벽과 고리봉이 보인다.

             

                  문덕봉

                  고리봉까지 연결되는 능선

그런데 문덕봉, 저 바위 절벽을 어떻게 올라가지?

계속해서 편안한 능선 길을 따라갔더니 그 끝에 어김없이 문덕봉 바위 절벽이 나타났다.

기어 올라가 보려고 했는데 내 수준으론 어림없다.

밧줄도 없고.

장비 릿지를 하는 사람들이나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우회로를 찾아봐야지.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우회로가 없다.

오룩스 지도를 보니 오던 길 중간에 오른쪽 능선으로 연결되는 길이 있는 것 같았다.

다시 되돌아가며 길을 찾아보니 오른쪽으로 희미하게 길이 보였다.

그래서 바위 절벽 아래로 가는 능선 길을 나뭇가지로 막아놓고 오른쪽으로 가보았다.

 

               (여기에서 오른쪽 길로 갔다.)

하지만 그 오른쪽 길도 조금 가다 보니 길이 없어졌다.

어쩌면 내가 못 본 것일 수도 있고.

그 부분에서 왔다 갔다 하다 다시 능선으로 올라가서 절벽 쪽으로 조금 가다 보니 또 오른쪽으로 길 같은 것이 보였다.

그쪽으로 내려가 보았지만 역시나 길은 또 없어졌다.

흠, 바위 절벽을 올라갈 수는 절대로 없고, 그렇다면 어찌했건 오른쪽에 보이는 능선을 타고 올라가야 할 것 같은데 저기까지 어떻게 가나?

중간에 계곡까지 가파르게 떨어지는 것 같은데.

방법이 없어 무작정 산을 가로질러 오른쪽 능선 쪽으로 가보기로 하였다.

가파른 산 사면을 조심스레 가로질러 내려가다 보니 다행히 바닥까지 떨어지지 않고 다시 사면을 치고 올라갈 수 있었다.

아이고, 힘들어. ㅠㅠ

그냥 그럭재로 가서 고리봉이나 갈 걸 괜히 욕심내다 한 봉우리도 제대로 못 가는 거 아냐?

산행 시간을 7시간이나 줬으니 어디든 가긴 가겠지.

다행히 오래 헤매지 않고 비홍재에서 오는 능선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왜 이 좋은 길 두고 사서 고생이람? ㅠㅠ

예쁜 능선 길에는 아직 진달래가 많이 피어있었다.

그리고 곧이어 문덕봉에 도착하였다.

비홍재에서 문덕봉까지가 4.2km인데 괜히 고생하며 올라왔네. ㅠㅠ

아니지, 오늘은 개척 산행을 한 거야.

이런 게 오지 산행 아니겠어?

덕분에 문덕봉 바위 절벽 아래까지 가보았잖아?

거기 가본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문덕봉 정상에서는 사방이 트여 조망이 무척 좋았다.

 

                문덕봉 정상

                   가야 할 능선

문덕봉에서 그럭재까지는 3.5km, 고리봉까지는 10.5km란다.

벌써 두 시간이나 지났으니 5시간 밖에 안 남았는데 고리봉까지 갔다가 방촌리로 내려갈 수 있을까?

이제부터는 암릉 구간인데.

시간 맞추려 허겁지겁 산행하며 고생하고 싶지 않아 맘 편하게 그럭재에서 하산하기로 결정하였다.

결국 애초에 계획했던 대로 문덕봉만 산행하게 된 것이다.

돌고 돌아 원점이네.

문덕봉 정상석이 있는 곳을 지나 고리봉 쪽으로 조금 가면 비박하기 좋은 공터가 나온다.

여기가 바로 아까 보았던 문덕봉 바위 절벽 위이다.

그곳에서 점심을 먹으며 한참 시간을 보냈다.

그럭재에서 하산할 거면 시간이 널널하니까, 뭐.

이곳은 할미꽃 군락지라 여기저기 할미꽃들이 많이 피어있었다.

 

할미꽃

이후로 그럭재까지 봉우리를 6개나 넘어야 한다.

계단이 설치되어 안전한 곳도 있지만 밧줄이나 받침대에 의지해 가야 하는 위험한 곳도 있다.

문덕봉을 내려가서 뒤돌아보니 와! 문덕봉, 정말 멋지네!

오늘은 그럭재에서 하산해도 아쉬울 것 하나 없다. ^^

 

문덕봉

그나저나 저길 올라갈 생각을 했으니 참으로 분수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 ㅋㅋ

그건 그렇고 저쪽이 지리산인 것 같은데?

 

다시 계단을 내려갔다 올라가서 문덕봉을 뒤돌아보았다.

볼수록 멋진 문덕 씨~~

 

이전까지는 계단이 있었지만 고정봉을 지나면서부터는 본격적인 암릉 산행이다.

 

                  고정봉 정상

                  가야 할 봉우리들

앞에서 고리봉은 '어서 오라.'고 유혹하지만 넌 다음에 만나 주마.

계속해서 재미난 암릉 산행이다.

내려갔다 올라갔다, 오금이 저린 아슬아슬한 칼날 능선도 건너보고.

 

무서운 암릉도 시간 여유가 있다 보니 사진을 찍어가며 천천히 가서 전혀 힘든 줄 모르겠다.

봉우리 하나 넘고 사진 찍으며 쉬고, 또 봉우리 하나 넘고 사진 찍으며 쉬고.

역시 산행은 이렇게 해야... ㅎㅎ

   

                 지나온 능선(맨 왼쪽이 문덕봉)

마지막 봉우리에서 그럭재까지 내려가는 길은 상당히 가파르고 길다.

 

                 그럭재

그럭재에서 서재교까지는 약 2.5km 정도이다.

처음엔 이렇게 길이 좋지만(숲바우길이란다.) 곧 계곡을 따라 너덜길이 나온다.

 

내려가면서 대장님께 몇 시까지 서재교에 도착하면 되느냐고 물었더니 날머리인 방촌리로 가야 하니 빨리 내려오란다.

난 계곡에서 놀다 갈 생각이었는데?

물이 많은 곳에서 족탕을 하며 놀다가 내려갔다.

여기 송사리들이 많은데 얘들이 닥터 피시인가 보다.

막 몰려들어 발을 쏘아댄다.

공짜로 각질 제거하네. ㅋㅋ

5시 20분에 서재교에 도착하니 기사님께서는 나보다 더 여유가 있으시다.

천천히 가도 된다나?

버스를 타고 방촌리로 가서 사람들이 다 하산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6시 45분에 출발하였다.

대장은 15분 늦게 출발한다고 버스 안에서 인상을 쓰고. 

거기에 맞장구치며 늦게 하산한 산우를 무안하게 만드는 배려심 제로인 사람도 있고.

7시간씩이나 산행했는데, 대장 말로도 힘든 산행이라고 했는데 15분 기다린 게 무어 그리 큰일이라고 좋은 산행 끝에 얼굴들을 붉히나. 

서울 올라가서 바로 무박 산행 운전을 해야 한다는 기사님도 아무 말 없으신데.

산에 와서 마음 좀 넓게 씁시다.

Please be generous.

오늘 머리 쓰다가 오히려 초반에 좀 힘들긴 했지만 문덕봉에서 그럭재까지의 암릉이 재미있고 멋진 산행이었다.

쉬운 산행도 어렵게 만드는 misscat의 재주를 다시 한 번 확인한 하루였다. ㅎㅎ

문덕봉 20170422.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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