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6년 9월 27일 화요일 (흐림)
산행코스: 덕산재 ~ 부항령 ~ 백수리산 ~ 박석산 ~ 삼도봉 ~ 삼마골재 ~ 해인리
산행거리: 대간 13.1km + 접속 2.4km = 15.5km
산행시간: 10:52 ~ 17:52
산행트랙:
등산지도:
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버스를 타고 내려가다 보니 정말 비가 온다.
올 테면 오라지, 뭐.
오늘 힘든 산행이 되겠구나.
그냥 체념을 하고 있는데 대전을 지나면서부터 비가 그치기 시작하였다.
휴, 다행이다.
덕산재로 가기 전에 라제통문에 들려 구경을 하였다.
라제통문은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에 있는 석모산 인근에 기암절벽을 뚫어 만든 높이 3m, 길이 10m의 인공 동굴이다.
이곳은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가 국경을 이루던 곳이다.
이 통문이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삼국시대 당시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고 추정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수탈을 위해 김천과 거창을 잇는 신작로를 내면서 뚫은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고 한다.
라제통문
라제통문을 구경하고 덕산재로 가서 산행을 시작하였다.
덕산재가 있는 무풍면은 정감록이 예언한 10곳의 피난처 중 한 곳이라고 한다.
원래 승지(勝地)란 경치가 좋은 곳, 또는 지형이 뛰어난 곳을 말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굶주림과 전쟁을 면할 수 있는 피난처를 의미한다.
따라서 십승지란 전쟁이나 천재가 일어나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열 군데의 땅이라는 뜻이다.
십승지는 태백산, 소백산, 덕유산, 지리산 등 명산에 자리 잡고 있는데, 높은 산과 가파른 계곡을 끼고 있어 외부와의 교류가 차단되어 있는 곳이면서도 도회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영주 풍기, 봉화 춘양, 보은 속리산, 남원 운봉, 예천 금당, 공주 유구-마곡, 영월 정동, 무주 무풍, 부안 변산, 합천 가야 등이 십승지도 해당한다.
덕산재
초반부터 급경사 오르막인데 이곳은 거미 군락지인지 올라가는 길 양쪽으로 하얀 거미집들이 널려있었다.
덕산재에서 1km 정도 가면 834봉이 나온다.
대간 길은 이곳에서 왼쪽으로 90도 꺾인다.
834봉에서 내려갔다가 다시 가파르게 올라간다.
헉헉대며 올라가는 길에 탐스런 천남성 열매가 보였다.
저게 사약 재료라는데.
천남성 열매
너무 힘들어서 백수리산으로 올라가는 줄 알았는데 올라가서 보니 853봉이었다.
이곳에서 봉우리를 2개 정도 더 넘어야 부항령에 도착한다.
부항령
부항령 아래로는 삼도봉터널이 지나고 있다.
부항령에서 점심을 먹고 백수리산으로 향하였다.
부항령에서 1.8km 정도 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우측 길을 택하면 봉우리를 하나 넘지 않아도 된다.
왼쪽의 가파른 계단을 한 번 쳐다보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오른쪽으로 갔다.
500m가량 가서 두 길은 합쳐진다.
(두 길이 만나는 지점의 이정표)
백수리산까지는 560m 남았고 삼각점 암봉이라 표시되어 있는 박석산까지는 3.36km 남았다.
이곳에서 또다시 급경사를 올라 백수리산에 도착하였다.
너무 더워서 사망하는 줄 알았다. ㅠㅠ
백수리산 정상
비가 오지 않는 것은 좋은데 습기 때문에 무척 덥다.
박석산을 바라보니 운무에 싸여있었다.
너무 더워 빨리 저 구름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수리산에서 가파르게 내려갔다가 973봉으로 올라간다.
너무 가팔라서 땅에 코를 박고 올랐다.
(973봉 가지 전에 뒤돌아 본 백수리산)
973봉을 내려섰다 다시 올라가면 박석산이다.
박석산에는 정상석이 없이 삼각점만 있었다.
박석산 정상
소원대로 박석산부터는 구름에 묻혀 다소 시원하였지만 조망은 포기해야 했다.
오늘 같은 날 조망과 구름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난 당연히 구름을 선택하겠다.
가파른 오르내림이 많아 무척 힘들었다.
박석산에서 삼도봉까지 2.4km로 잠시 편안한 데크 길도 나오지만 큰 봉우리를 적어도 3개는 넘어야 삼도봉에 도착한다.
봉우리마다 어찌나 가파른지 다들 힘들어했다.
대장님께서 오늘 6시간이면 충분하다고 하셨는데 7시간은 걸릴 것 같다.
그렇게 말씀하신 대장님께서도 후미에 계신다.
도대체 왜 항상 시간을 빠듯하게 주시는지 모르겠다.
어차피 다 내려와야 갈 건데 말이다.
쓸데없이 산행 시간을 적게 주셔서 인심을 잃으신다.
항상 선두 기준으로 산행 시간을 줘서 대장으로서의 신뢰도가 부족하다고 하는 사람들조차 있다.
돈도 안 드는데 좀 산행 시간을 여유 있게 주시면 좋을 텐데 말이다.
삼도봉으로 가기 직전에 해인리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이곳에서 해인리로 내려간 산우의 이야기를 들으니 조금만 내려가면 임도를 만나 길이 좋다고 한다.
다시 가파르게 올라 삼도봉에 도착하였다.
삼도봉은 충청북도, 경상북도, 전라북도가 만나는 지점이라고 한다.
삼도봉 정상
이곳에서 지나온 능선도 보이고 석기봉에서 민주지산, 각호산으로 이어지는 능선도 멋있게 보이겠지만 오늘은 운무에 싸여 아무것도 안 보인다.
그런데 너무 힘들어서 하나도 아쉽지가 않았다.
발도 너무 아프고 퉁퉁 부운 종아리도 너무 무겁고 아파서 조망이고 뭐고 다 귀찮았다.
등로에 구절초, 쑥부쟁이, 용담, 과남풀, 고들빼기, 고마리, 꽃며느리밥풀 등 여러 가지 야생화들이 피어있었지만 그마저도 들여다보기가 귀찮을 정도로 힘이 들었다.
용담
삼도봉에서 퍼질러 앉아 한참을 쉬었다.
이후 낮은 봉우리를 하나 넘고 나면 삼마골재까지 급경사 내리막이 시작된다.
삼마골재(삼막골재)
삼막골을 따라 해인리로 내려가는 길은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지 않는지 좁고 풀이 많이 우거져있어 등로가 잘 보이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조금 내려가다 보니 급경사 너덜 내리막이 시작되었다.
사람들이 이쪽으로 내려가지 않는 이유를 알겠다.
다들 입을 꾹 다물고 너덜 내리막을 내려갔다.
1km 이상 내려가서 다소 경사도가 완만해지는 지점에 이르자 여기저기에서 비로소 신음을 토해낸다.
다시 1km 정도 내려가면 산불입산통제소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삼도봉으로 올라가기 전 해인리로 내려가는 길과 만나게 된다.
100m 정도 더 내려가 해인산장에서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었다.
오늘 산행이 너무 힘들었고 점심으로 롤빵 하나만 먹었더니 배가 고팠는데 난 돼지고기를 안 먹기 때문에 반찬도 없이 된장찌개에 맨밥만 먹었더니 먹은 것 같지도 않았다. ㅠㅠ
해인산장에서 오미자 즙 담은 것 5kg를 7만 원에 사서 택배로 부쳤다.
버스를 타고는 정신없이 곯아떨어졌다.
11시가 넘어 사당역에 도착하였다.
산에 올 때는 항상 설레고 기대가 되고 그랬는데 오늘은 몸이 힘들어서 그런지 시작부터 빨리 하산하고 싶다는 마음만 가득하였다.
산행을 하면서도 너무 힘들어서 어떻게 하면 무사히 하산 하나 그 생각뿐이었다.
대간이 열 번도 안 남았는데 이제 와서 포기할 수는 없고, 어쨌건 이를 악물고 끝까지 가야 하겠는데 몸이 그때까지 버텨줄는지 그게 걱정이다.
제발 연말까지 무사히 버텨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