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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2014.12.30 (춘천) 금병산(652m)

산행일시: 2014년 12월 30일 화요일 (맑지만 미세먼지 심함)
산행코스: 김유정역 ~ 실레이야기길 ~ 동백꽃길 ~ 금병산 ~ 산골나그네길 ~ 김유정역
산행거리: 8.0km
산행시간: 09:30 ~ 12:50
등산지도:

 

2014년 마지막 산행을 가야산으로 갈까, 근교 산행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그동안 멀리만 다녔으니까 오랜만에 근교 산행을 해보기로 결정하였다.

오늘은 산행 거리가 짧아서 하산한 뒤 점심을 먹기로 하였기 때문에 간편하게 배낭을 챙겨 경춘선을 타고 김유정역으로 향하였다.

예전에는 신남역이었다는데 김유정 문학관을 세우면서 역 이름도 김유정역으로 개명하였단다.

한옥으로 된 역사가 나름 괜찮아 보였다.

 

역사를 나와 왼쪽으로 김유정 문학관 표시를 따라 <실레이야기길>을 걷다보면 김유정 문학관이 나오는데 하산 후 점심을 먹고 들르기로 하고 금병산으로 향하였다.

가다 보니 길가에 <길 카페>라는 곳이 있었다.

허름한 비닐하우스로 된 곳인데 고급 드립 커피와 부킹이 가능하단다.(?)

주인의 도발적인 문구에 웃음이 나온다.

아침부터 실컷 웃게 해 주신 주인아저씨, 감사합니다. ^^

갑자기 숲길이 나타나며 등산로가 시작된다.

 

체력 단련 기구가 있는 곳에서 왼쪽으로 <동백꽃길>이 이어진다.

한동안 등산로가 순탄하다.

검색을 해보니 산행이 어렵지 않다고 했는데 정말로 내내 이런 길만 있다 보다 하고 좋아하면서 룰루랄라 걸어갔다.

첫 번째 갈림길을 지나자 슬슬 경사도가 심해진다.

어, 이게 아닌데?

쉽게 산행할 줄 알고 스틱도 안 가져왔는데...

또다시 어떠한 산도 결코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사진에서는 별로 급경사로 보이지 않는데 사실 꽤 깔딱 고개이다. 

 

마지막 급경사를 오르고 나면 정상이다.

정상에는 나무 데크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고 옆에는 철탑이 서있었다.

날씨가 맑지만 미세먼지 때문에 시야가 좋지 않다.

춘천시가 깨끗하게 내려다보이지 않는 걸 아쉬워하며 사진을 찍었다.

 

정상석이 어디 있나?

나무 데크 전망대 바로 옆에 숨겨져 있다.

정상석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오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겠다.

 

금병산 정상

이제는 <산골나그네길>로 하산.

올라온 <동백꽃길>보다는 경사도가 낮지만 눈길이라 아이젠을 하고 내려갔다.

8km 정도니까 반나절 산행하기는 딱 좋은 코스다.

너무 힘들지도 않고 그렇다고 마냥 쉽지도 않고.

하산 후 점심을 먹었다.

춘천이라면 으레 먹어줘야 하는 닭갈비로.

점심을 먹고 김유정 문학관에서 문화기행을 하기로 했었는데 배가 부르니 문화기행이고 뭐고 귀찮다.

그리고 나, 원래 김유정 별로 안 좋아했거든.

학교 다닐 때는 배워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재미가 없었나 하여 대학 들어간 뒤 다시 읽어봤는데 여전히 재미가 없었다.

웬만한 글자로 쓰인 건 다 좋아하는데 정말 우리나라 근대 소설은 나랑 코드가 안 맞나 보다.

그리하여 식당에서 기나긴 수다로 2014년 마지막 산행을 마무리하였다.


힘들게 시작했던 2014년이 이렇게 지나간다.

하나님께서 한쪽 문을 닫으실 때는 다른 쪽 문을 열어주신다고 했는데 나에게는 다른 쪽 문이 등산이었던 것 같다.

지친 마음으로 오른 산에서 참으로 많은 위안을 받고 힘을 얻었다.

그리고 정말 좋은 산우들을 만나게 하여 사람으로 인해 상처 받은 내 마음을 위로해주었다.

그러한 치유와 격려가 없었다면 올 한 해 지내기가 정말 고달팠을 것 같다.

그런데 매번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직접 고난을 허락하시기보다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 어려움을 경험하게 하시는 것 같다.

내가 너무 고집이 세서 나에게 직접 어려움이 닥치면 절대 꺾이지 않으리라는 것을 아시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너무나 약해서 그러한 고난을 감당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아시기 때문일까?

어쨌거나 지금까지의 인생을 뒤돌아보면 나 자신의 일 때문에 힘들었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보다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고통 받는 것을 보면서 마음 아파했다.

그래서 하나님을 만나던 3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내 기도는 동일하다.

나는 충분히 받았고, 아니 과하게 받았으니 아직도 내게 주실 축복이 남아있다면 내게 주시는 대신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시라고.

난 다 버리고 다 꺾였다고 생각하는데 아직도 아닌가 보다.

얼마나 더 깨져야 할까?

얼마나 더 버려야 할까?

얼마나 더 낮아져야 할까?

2015년에는 조금만 더 현명한 사람이 되게 해 주세요.

조금만 더 겸손한 사람이 되게 해 주세요.

조금만 더 베푸는 사람이 되게 해 주세요.

조금만 더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 되게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