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16년 9월 12일 월요일 (맑음)
장소: Leuven ~ Gent ~ Brugge
아침에 일어나 어제 사둔 빵을 먹고 숙소를 나왔다.
어제 시간이 늦어 못 본 생피에르 성당을 보고 싶었지만 앞으로도 성당은 여러 개 볼 것이고, 또 오늘 일정이 있기 때문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베긴회 수녀원(Groot Begijnhof)만 보고 헨트로 가기로 하였다.
베긴회 수녀원을 찾아가는데 또 뱅뱅 돌았다.
어제도 그랬지만 도대체 이것도 내비라고 달아놓았는지.
한국 같았으면 망해도 애초에 망했을 회사다.
대한민국이 좋은 나라라는 걸 왜 꼭 해외에 나와서만 깨닫게 되는 것일까?
루벤 베긴회 수녀원(Groot Begijnhof van Leuven)
13세기 초에 만들어진 루벤의 베긴회 수녀원에서는 1980년대까지도 베긴회 수녀들이 살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일반인들이 살고 있었다.
그렇게 오래된 건물들이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리고 그렇게 오래된 건물들을 재건축하자고 하지 않고 불편한데도 참고 사는 사람들이 더 놀라웠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벌써 때려 부수고 고층 빌딩들을 세웠을 것 같은데 말이다.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갔을 울퉁불퉁한 돌바닥은 많은 이야기들을 품고 있을 것 같았다.
루벤을 떠나 브뤼셀에서 북서쪽으로 5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헨트로 갔다.
오스트플란데렌 주의 주도인 헨트의 플라망 명은 헨트(Gent)이고, 프랑스 명은 강(Gand), 영국 명은 겐트(Ghent)이다.
헨트는 주변 도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해발고도의 평야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예로부터 교통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내륙지방에 위치하고 있지만 헨트-테르뉴젠 운하(Thent-Terneuzen Canal)로 북해와 연결되어 있어 외항기선의 출입이 가능한, 벨기에에서 세 번째로 큰 항구도시이다.
또한 1816년에 창설된 헨트 대학(Gent University)과 유명한 연구소들이 자리 잡고 있는 대학 도시이기도 하다.
주차를 하고 성 바프 대성당(Sint-Baafskathedraal)을 보러 갔다.
성 바프 대성당은 외관을 보수 중이었다.
성당 안에서는 하프를 연주하고 있어 더 성스럽게 느껴졌다.
성 바프 대성당(Sint-Baafskathedraal)
성당 안에는 반 아이크의 제단화가 있다는데 보지 못했다. ㅠㅠ
성 바프 대성당 맞은편에는 종탑이 있었고, 오른쪽에는 극장이 있었다.
헨트 종탑(Belfort van Gent)
헨트 극장(NTGent Schouwburg)
종탑 구경을 하러 가려는데 옆지기가 갑자기 일이 생겨 급히 브뤼헤로 가야 한단다. ㅠㅠ
구경도 제대로 못한 채 마켓에서 먹을 것을 사서 차 안에서 점심을 먹으며 부랴부랴 브뤼헤로 갔다.
베스트플란데렌 주의 주도인 브뤼헤(Brugge)는 플라망 명이며, 프랑스 명은 브뤼주(Bruges), 영어 명은 브루거/브루쥐(Bruges)이다.
콘서트 홀 근처에 주차를 하고 관광을 시작하였다.
트잔트('t Zand) 광장 지하 주차장에 세우면 엄청 싼데 그걸 모르고 길거리에 주차를 했더니 20분에 2유로였다!
브뤼헤 콘서트홀(Concertgebouw Brugge)
콘서트 홀 앞에 있는 트잔트 광장에는 4개의 조형물로 구성된 분수가 있다.
각각의 조형물은 브뤼헤, 헨트, 안트베르펜, 코르트리크(Kortrjk)를 상징한다고 한다.
트잔트('t Zand) 광장의 분수
브뤼헤를 <북쪽의 베니스>라고 부른다는데 정말로 시내에 종횡으로 뻗어있는 수로와 다리들이 중세시대 건물들과 함께 도시 전체를 동화 속의 마을처럼 느끼게 했다.
거리를 거닐다 보면 마치 중세 시대로 돌아가 있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1인당 8유로씩 내고 운하 관광을 하였다.
30분 정도 운하를 돌며 설명을 해줬다.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태우려던 욕심쟁이 선장 아저씨는 플라망어, 프랑스어, 영어로 설명하느라 입이 쉴 새가 없었다.
운하 관광을 하고 난 후 시내 구경을 하였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만화 <땡땡의 모험>과 <스머프>가 벨기에 것이라고 한다.
우리 아이들도 어렸을 때 무척 좋아했던 만화인지라 땡땡과 스머프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는 상점에서 떠나질 못하였다.
또한 벨기에 하면 초콜릿이 유명하다.
각양각색의 초콜릿들이 진열된 상점들이 쭉 늘어서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과일이 들어간 초콜릿들이 새콤달콤하여 맛있었다.
벨기에 와플도 빼놓을 수 없어 사 먹어 보았다.
이후 다른 곳에서도 와플을 사 먹어 봤지만 우리나라 와플이 더 맛있는 것 같다.
와플을 먹으며 마르크트 광장(Grote Markt)으로 갔다.
브뤼헤 마르크트 광장(Grote Markt van Brugge)
마르크트 광장 중앙에는 14세기 초 프랑스와의 전투에서 용맹을 떨쳤던 벨기에 영웅, 얀 브레이델(Jan Breydel)과 피터 데 코닌크(Pieter de Coninck) 동상이 있다.
얀 브레이델(Jan Breydel)과 피터 데 코닌크(Pieter de Coninck) 동상
동상 뒤에 있는 건물들은 다양한 색깔과 모양의 창문, 지붕, 층계 등이 이채로운 길드하우스(guild house)들인데 지금은 호텔과 식당, 상점 등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길드하우스 왼쪽으로는 브뤼헤의 역사에 대해 알려주는 히스토리움(Historium)과 1900년경에 지어진 신고딕 양식의 궁전인 주법원(Provinciaal Hof/Provincial Court), 그리고 우체국이 붙어있다.
히스토리움(Historium), 주법원(Provinviaal Hof), 우체국
마르크트 광장의 남쪽, 길드하우스 맞은편에는 브뤼헤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벨포르(Belfort)가 있다.
브뤼헤 종탑(Belfort van Brugge)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 목록에는 벨기에와 프랑스 북부에 있는 55개의 종탑이 올라가 있는데, 브뤼헤의 종탑은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가장 아름다운 종탑 중 하나라고 한다.
입장료는 어른 10유로, 만 26세 이하의 청소년 8유로이다.
여기는 청소년이 만 25세까지 인가 보다.
아이들 여권을 차에 두고 안 가지고 와서 할인을 받을 수 없었다. ㅠㅠ
다음부터는 여권을 꼭 가지고 다녀야겠다.
높이 88m의 브뤼헤 종탑은 1240년경 세워진 <할렌>(오래된 피륙 보관 홀) 꼭대기에 위치하고 있다.
시계의 기계 장치실을 지나 돌과 나무로 된 366개의 나선형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꼭대기에 이른다.
계단이 너무 좁고 가팔라서 등산으로 단련된(?) 나도 올라가느라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오랜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렸는지 돌로 된 계단이 마치 대리석처럼 반질반질했다.
거대한 1개의 종과 46개의 또 다른 종들이 있어 다양한 소리로 15분마다 음악을 들려주었다.
(각 시간마다 연주되는 음악)
빙 둘러 사방의 난간에는 각각의 도시까지의 거리가 적혀 있었다.
종탑 꼭대기에서는 아름다운 브뤼헤의 모습이 사방으로 내려다보였다.
종탑의 계단을 내려갈 때는 고꾸라질까 봐 벽을 짚으며 천천히 내려가야 했다.
마르크트 광장에서 뷔르흐 광장(Grote Burg)으로 이어지는 브레이델스트라트(Beidelstraat)에는 예쁜 상점들이 많이 있었다.
하긴 예쁜 상점들은 브뤼헤 전체에 깔려 있지만.
수예품도 벨기에 특산품인지 수예품을 파는 가게들이 많이 있었고, 길거리에서 시범을 보이며 물건을 팔기도 하였다.
벨기에 하면 맥주 또한 빼놓을 수 없단다.
500개 이상의 맥주가 생산된다는데 난 노 알코올족이라 그냥 눈팅만 하였다.
상점들을 구경하다 보니 시간이 늦어 뷔르흐 광장에 도착해서는 시청사와 성혈예배당이 이미 문을 닫은 후였다.
조금 더 거리 구경을 하다 비앤비 호스트와 6시에 약속을 해두었기 때문에 부랴부랴 숙소로 갔다.
(51 Sint-Kristoffelstraat Volledighuis, Bruges, Vlaanderen 8310)
어제 묵었던 집 하고는 천지차이이다.
옛날 건물을 리모델링한 집인데 너무 깨끗하고 마음에 들었다.
어제 묵은 비앤비가 하도 어수선하고 정리가 안 되어 있어서 호텔에서 잘 걸 괜히 비앤비로 예약을 했나 걱정했었는데 오늘은 그런 걱정을 싹 날려주었다.
1층에는 거실과 식당, 부엌, 화장실이 있고, 2층에는 침실 두 개과 욕실이 있다.
3층에 다락방도 있는 것 같은데 막아놓았다.
호스트가 관광 안내지와 지도를 준비해놓았고, 근처 편의 시설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숙소 바로 앞에 빵집도 있고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까르푸랑 버스 정류장, 약국, 식당들이 있어 편했다.
이런 게 진짜 비앤비이지.
한 가지 흠이라면 옛날 건물이라 계단이 좁고 가파르며 삐걱거리는 소리가 난다는 것 정도?
근처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으려고 했는데 주택가에 위치한 식당들이라 그런지 이미 문을 닫았다.
까르푸에서 장을 본 다음 숙소에 돌아가서 저녁을 먹었다.
그나저나 오늘 갖다 주겠다던 가방은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다.
둘째 아이가 옷도 못 갈아입고 많이 불편할 거다.
하지만 이번에 좋은 경험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브뤼셀에는 도착했다니까 내일은 가져다주겠지.
어제까지는 선선하더니 오늘은 30도가 넘는 더운 날씨였다.
예보에 따르면 목요일까지 계속 30도가 넘는다고 한다.
비가 안 오고 맑은 것은 좋은데 너무 더워서 빨리 걸어 다닐 수가 없고 금방 지친다.
울퉁불퉁한 돌바닥이라 오래 걸어 다니니까 발바닥도 아프고. ㅠㅠ
게다가 오늘은 지도도 없이 돌아다니느라 여기저기 헤매었고 시간이 배로 걸렸다.
와이파이 연결이 매끄럽질 못해서 구글 지도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내일은 지도부터 챙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