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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2016.05.24 백두대간 40차: 갈령 ~ 형제봉 ~ 천왕봉 ~ 화북 지원센터

산행일시: 2016년 5월 24일 화요일 (비)
산행코스: 갈령 ~ 갈령 삼거리 ~ 형제봉 ~ 피앗재 ~ 천왕봉(속리산) ~ 신선대 ~ 입석대 ~ 문장대 ~ 화북 탐방지원센터
산행거리: 대간  5.8km + 접속 6.9km = 12.7km
산행시간: 10:30 ~ 18:40
산행트랙:

갈령~문장대__20160524.gpx
0.08MB

산지도:

 

또 비가 온다.

지난 대간 때 쫄딱 젖어서 고생을 했는데 오늘 또 비가 온다.

사당역에서 버스에 오르니 다들 한 마디씩 한다.

"이 비 오는 날 집에 있지 산엔 왜 가?"

글쎄 말이다.

무슨 정성이 뻗쳐서 이 비 오는 날 산엘 가는지 모르겠다.

산행하러 다니는 게 아니라 극기 훈련하러 다니는 거 같다.

다른 산행 같으면 취소하고 안 갈 텐데 대간은 그러기도 뭐하고.

할 수 없이 가긴 가는데, 오늘 구간에 바윗길이 많아 대장님도 걱정이 되시는지 코스를 변경하자고 하신다.

갈령에서 화령재까지로 바꾸면 조망도 없는 숲길이기 때문에 비가 와도 괜찮다고.

정말 그랬으면 좋겠는데 무슨 심보인지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죽어도 속리산을 가야 한단다.

그래서 갈령에서 문장대로 코스를 변경하여 가기로 하였다.

힝, 정말 미워. ㅠㅠ

이런 비 오는 날 그냥 좀 수월하게 갈령에서 화령재로 가지.

단단히 준비를 하고 갈령에서 내렸다. 


                 갈령

지난번에 우비를 입고 그 위에 배낭을 메었더니 레인커버를 했는데도 배낭 속까지 다 젖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배낭을 멘 다음에 그 위에 우비를 입었다.

스패츠도 무릎까지 오는 긴 걸로 하고 장갑이 젖어도 손이 덜 시리도록 두꺼운 장갑을 꼈다.

이 정도면 될까?

갈령에서 갈령 삼거리까지는 가파른 오르막이다.

 

갑자기 코스가 변경되는 바람에 대장님께서 언제까지 내려오라는 말씀을 안 하셔서 내 pace대로 걸어갔다.

하긴 시간을 정해주셨더라도 더 빨리 가지는 못했겠지만.

올라가는 길에 기묘한 바위들이 있었다.

이건 입을 벌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이건 테디베어처럼 보인다.

 

등로 양 옆으로는 쇠물푸레나무들이 많았다.

이게 쇠물푸레나무 꽃인가?


                쇠물푸레나무 꽃

갈령 삼거리에 도착하여 휴식을 취하였다.

이곳에서부터 백두대간 길이다.

오늘은 오른쪽에 있는 형제봉, 천왕봉으로 간다.

형제봉까지는 0.6km, 천왕봉까지는 6.6km이다.


                갈령 삼거리

중간 중간 조망터도 나오고 등로에 야생화들도 많이 피었는데 비가 와서 사진이고 뭐고 귀찮다.

그래도 형제봉에 도착해서는 사진을 찍었다.

 

                형제봉 정상

이제 피앗재로 간다.

직진하여 가다 보니 오룩스 맵에서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라는 경고가 나오는 것이었다.

이 길이 아닌가?

되돌아가서 다른 길로 가보아도 마찬가지였다.

리본도 있고 길이 분명한데 뭐가 잘못된 걸까?

한동안 이리저리 헤매다가 다시 형제봉으로 되돌아 가보았다.

아뿔싸! 여기 이정표가 있었네.

 

형제봉을 내려가서 오른쪽으로 가야 하는데, 대장님께서 그리로 간 것을 보았는데도 불구하고 아무 생각 없이 앞사람을 쫓아 직진해버린 것이다.

오늘 또다시 깨닫는다.

정신 차리고 다니자!

이정표를 잘 볼 것!

기계에 너무 의존하지 말 것!

만약 오룩스 맵이 없었다면 신경 써서 이정표를 봤을 것이다.

그런데 트랙이 있다고 생각하고 안이했던 것 같다.

기계는 기계일 뿐.

선택과 판단은 내가 하는 것임을 명심하자.

형제봉에서 알바를 하며 우왕좌왕하는 중에 임병수운 님이 부르는 소리를 듣고 조급한 마음으로 가다 나무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무지 아프다. ㅠㅠ

금방 왼쪽 손등이 퍼렇게 멍이 들었다

이 때는 몰랐는데 하루 자고 나니 오른쪽 어깨도 부딪혔는지 아프고, 또 하루 자고 나니 갈비뼈도 아프고.ㅠㅠ

어쨌든 형제봉에서 오른쪽으로 가파르게 내려갔다.

피앗재까지 가는 길에는 민백미꽃이 많이 피어있었다.


                  민백미꽃

피앗재에 도착한 후 빗속에 서서 약밥 한 조각을 먹었다.

이게 무슨 짓인지. ㅠㅠ


                     피앗재

지난번 비올 때 제인 언니를 보니까 먹을 것을 보조 가방에 넣어 앞에 메고 다니다 꺼내먹는 것이었다.

먹을 것을 꺼내기 위해 배낭을 열 필요가 없으니까 편리할 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은 나도 보조 가방을 메고 먹을 것을 전부 그 안에 넣었다.

어차피 비가 와서 앉아서 도시락을 먹을 수는 없을 테니 행동식 몇 가지만 넣으면 된다.

그리고 물통도 커버에 넣어 앞으로 맸다.

먹고 마실 게 앞에 있으니까 쉽게 꺼낼 수는 있는데 왠지 좀 불편하다.

처량하게 비를 맞으며 점심을 먹고 천왕봉으로 향하였다.

피앗재에서 천왕봉까지 5.6km는 가파르게 올라가야 한다.

 

긴 스패츠를 하고 우비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바람에 날리는 우비 사이로 허벅지가 젖더니 그 빗물이 흘러내려 양말까지 다 젖었다.

그리고 우비 소매 사이로 들이친 비에 팔도 다 젖었다.

장갑은 주먹만 꽉 쥐어도 물이 줄줄 흘러내릴 정도로 젖었고.

다행히 지난번처럼 춥지는 않다.

하지만 여러 가지가 겹쳐 짜증이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비 오는 날 좀 짧고 쉬운 코스로 산행하면 좋을 텐데 꼭 속리산을 가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들로 인한 짜증.

우비 입고 스패츠 차고 단단히 준비를 했음에도 또다시 쫄딱 젖어버린데 대한 짜증.

알바한 것도 모자라 나무에 걸려 넘어져서 다친 것에 대한 짜증.

투덜투덜 아무리 속으로 불평을 해대도 소용이 없다.

그래도 가야 한다는 것뿐.

그렇게 힘들게 천왕봉에 도착하였다.


                  속리산(천왕봉) 정상

비가 어느 정도 그쳐 우비를 벗고 천왕봉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떡을 먹었다.

올라올 때는 금방 죽을 것 같이 그러더니 올라오고 나니 또 괜찮아진다.

하여튼 변덕이 죽 끓듯 한다니까.

천왕봉에서 내려간 후 장각동 삼거리를 지나고 나니 바위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집채만 한, 아니, 빌딩만 한 바위들이다.

상학봉, 묘봉 쪽에만 바위들이 있는 줄 알았는데 여기에도 이렇게 바위들이 많네.

다시 법주사로 내려갈 수 있는 삼거리를 지나고 나니 석문이 나타났다.
천왕봉에서 900m 지점이다.

주위에는 함박꽃이 만발하였다.

 

                   함박꽃

온갖 짜증은 봄눈 녹듯 사라지고 바위들 구경에 정신이 없다.
숲이 걷히고 본격적으로 기암괴석들을 구경할 수 있는 구간이 나타나는데 구름 때문에 자세히 볼 수가 없어서 속상하다. ㅠㅠ

 

                   두껍등바위(보는 위치에 따라 신발 같기도 하고 두꺼비 등 같기도 하단다.)

계단을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며 가다 보면 고릴라바위(상고외석문)가 나온다.

 

고릴라바위(상고외석문)

진짜 엄마 고릴라와 아기 고릴라같이 보인다.

어마무시 크다.

아기 고릴라 옆으로 빠져나가면 또다시 계단이 나오고 바위 통로를 지나게 된다.

 

얼마 가지 않아 임경업 장군이 속리산에서 수련한 지 7년 만에 세웠다는 높이 13m의 입석대가 나온다.

 

이 입석대를 보려면 이정표 뒤쪽으로 가야 한다.

 

입석대

입석대를 구경하고 다시 이정표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가서 직진하여 가다 보니 왼쪽으로 봉우리가 있었다.

호기심이 발동하여 올라가 보았다.

슬랩으로 되어있는 봉우리인데 이곳에서 구름 속에 희미하게 입석대가 보였다.

언뜻언뜻 구름이 몰려갈 때마다 잠깐씩 주변 경치가 보이는데 정말 끝내준다.

 

아! 속리산 또 와야겠다.

이 멋진 광경을 보러 반드시 또 와야겠다.

경업대 삼거리를 지나고 나면 신선대가 금방이다.

 

신선대 정상 

신선대에는 휴게소가 있었지만 평일이라 그런지 문을 닫았다.

주말에는 문전성시를 이룰 것 같다.

신선대 지나 오른쪽에 있는 봉우리에 또 올라가 보았다.

 

비구름 때문에. ㅠㅠ

아쉬움을 가득 남기는 산행이다.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가면,

 

봉우리가 또 나타난다.

 

문수봉이 있다고 했는데 이게 문수봉인가?

올라가 볼까 했지만 어차피 구름 때문에 조망은 포기해야 할 거 같아서 그냥 지나쳤다.

다음에 또 오는 걸로.

조금 더 가니 문장대 탐방지원센터가 보였다.

 

문장대 탐방지원센터

천왕봉에서 3.2km 지점이다.

여기에서 문장대까지는 200m이다.

 

문장대를 올라가 볼까 하다가 그냥 포기하였다.

어차피 다음에 또 올 것이고 오늘은 올라가 봐야 보이지도 않을 테니까.

이제 화북 주차장으로 3.3km를 내려간다.

 

너덜길도 있고 계단도 있는데 내려오는 숲길이 너무 한적하고 예뻤다.

 

역시 이런 호젓한 산행이 최고다.

내려가다 조망이 트이는 곳에 이르니 비로소 하늘이 개이기 시작하여 옆의 암릉이 보였다.

 

아쉽지만 어쩌랴.

다음에 또 오라는 뜻인 줄 알고 마음을 달래야지.

집채만 한 바위들을 구경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내려갔다.

 

산돌이 대장님이 전화를 하셔서 빨리 내려오라고 난리시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 볼 거 다 보고 간다.

어차피 오늘 하루 산행하러 왔는데 뭘 그리 서두르시냐고요!

성불사 갈림길에 도착하였다.

 

이게 노래에 나오는 그 성불사인가?

성불사는 별로 보고 싶은 생각이 없지만 오송폭포는 보고 싶은데.

오늘 비가 와서 폭포가 꽤 괜찮을 텐데.

하지만 다들 내려와서 기다리고 있다고 하니 그건 포기해야겠지. ㅠㅠ

오송 주차장에 이르니 파란 하늘이 고개를 내밀었다.

아잉, 미워라.

 

아스팔트 도로를 가로질러 화북 탐방지원센터 아래에 있는 매표소에 도착하였다.

 

화북 탐방지원센터

오늘도 어김없이 내가 버스를 타자 출발하였다. ㅎㅎ

 

오늘은 여러 가지로 짜증이 나서 더 힘든 산행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짜증이 나고 힘들더라도 가야 할 길은 가야 함을 배운 하루였다.

그리고 지나고 나면 그 또한 추억이 되리라는 것도.

그것도 아주 아름답고 인상적으로 기억된다는 것을.

비가 오고 다쳐서 힘들었지만 천왕봉 지나고 나서는 기암괴석들로 인해 즐거운 산행이었다.

날씨가 좋고 시간이 충분했다면 봉우리마다 올라가 보았을 텐데.

다음에 날씨 좋을 때 꼭 다시 가봐야겠다.

 

갈령~문장대__20160524.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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