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4년 12월 2일 화요일 (눈)
산행코스: 추암마을 ~ 임종국 공덕비 ~ 축령산 ~ 건강숲길 ~ 임종국 수목장 나무 ~ 추암마을
산행거리: 7.4km
산행시간: 10:30 ~ 3:30
등산지도:
어제부터 기온이 급강하하며 눈이 내리고 바람이 많이 불기 시작했다.
오늘 축령산 날씨는 영하 4도 ~ 1도에 풍속 7m, 아침까지 눈이 오다 개일 것이라는 예보다.
기온보다 바람이 강하게 불 것이 걱정되었지만 그렇다고 산행을 안 할 수는 없지.
서울을 떠날 때는 눈이 안 왔는데 아래로 내려갈수록 눈발이 굵어지기 시작한다.
장성에 도착하니 아예 함박눈이 내린다.
이미 눈은 많이 쌓여있고.
그래도 오전에 그친다는 일기예보를 믿으며 산행을 시작하였다.
추암마을 주차장에서 해인사 쪽으로 올라가다보면 임종국 공덕비가 나온다.
여기까지는 처음에는 차도였다가 이후 넓은 임도로 되어있어서 초반에 좀 가파르긴 해도 편안하게 갈 수 있다.
이후 왼쪽에 있는 등산로로 올라가게 되는데 장난이 아니다.
수북이 쌓인 눈길에 급경사 오르막이다.
다행히 먼저 올라간 두 사람의 발자국이 있어 계단을 가늠하며 올라갈 수 있었다.
축령산은 편백나무로 유명하던데 과연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편백나무들이 눈을 시원하게 해 준다.
조금 전에 본 공덕비의 주인공인 임종국이라는 분이 이 축령산에 편백나무들을 심었다는데 한 사람의 수고가 얼마나 멋진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보게 된다.
다른 때 같았으면 진한 피톤치드도 맡을 수 있었을 텐데 오늘은 얼굴을 꽁꽁 싸맨 바람에 그저 눈으로만 즐기며 올라간다.
가다가 도도한 도널드 덕도 만나고.
나무 벤치에서 누구누구 엉덩이가 더 큰가 겨뤄보기도 하고.
(가운데가 내 꺼 ㅋㅋ)
600m를 헉헉거리고 올라가니 정상이다.
축령산 정상
블랙야크 100 산을 하는 임병수운님과 k현민님이 인증 사진을 찍기 위해 정상석을 찾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팔각정과 안내판만 있지 정상석이 안 보인다.
그래서 안내판 옆에서 인증사진을 찍고 팔각정 밑에 있는 대피소에서 점심을 먹었다.
오늘 점심을 같이 먹기로 한 사람들이 음식을 분담하여 준비해왔는데 꺼내놓고 보니 라면이 없다.
어? 누가 라면을 가져오기로 했더라?
다행히 햇반을 가져온 게 있어서 어묵과 야채, 햇반, 고추장을 넣고 끓여서 오리지널 꿀꿀이죽을 해 먹었다.
비장의 목살 구이도.ㅋㅋㅋ
맛있게 커피까지 마시고 다시 길을 떠났다.
오전에 그칠 것이라는 눈은 잠시 그치는가 싶더니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면 그나마 있던 선답자들의 발자국도 사라져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길을 찾기는 어렵지 않지만 아이젠에 달라붙는 눈 때문에 걷기가 힘들었다.
첫 번째 갈림길에서 의논을 한 결과 오늘은 천천히 즐기며 산행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래서 원래는 금곡영화마을까지 갔다가 오려고 했는데 이곳에서 바로 임종국 수목장 나무가 있는 곳으로 내려가기로 하였다.
내려가기 전에 눈 위에서 시체놀이도 해보고 천사도 만들어보며 짧은 산행의 아쉬움을 달랬다.
내려가는 길도 가파르지만 눈이 쌓여있을 때는 오히려 내려가기가 수월한 것 같다.
스키를 타듯이 미끄러지며 내려간다.
그러다 보니 올라갈 때보다 배 이상 빨리 내려가 버렸다.
이곳에서 <숲내음숲길>로 가려고 했었는데 동행한 산우들이 눈 때문에 걷기 힘들다며 편하게 임도로 가자고 한다.
잠시 늪지를 둘러본 후 임도로 향하였다.
그 결과 천천히 즐기며 산행하자는 우리의 뜻은 임도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ㅠㅠ
산행 거리가 좀 짧아 아쉽기는 했지만 정말 멋진 하루였다.
진눈깨비도 아니고 싸라기눈도 아니고 함박눈.
얼지도 않고 녹지도 않을 정도의 적당히 추운 날씨.
바람도 별로 안 불고.
12월 첫 산행의 스타트가 정말 좋다.
왠지 올 겨울 내내 멋진 산행을 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나중에 다시 와서 그때는 계획했던 코스대로 산행하며 편백나무 향기를 마음껏 맡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