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16년 2월 6일 토요일 (맑음)
장소: Chiang Mai
아침을 먹고 도이수텝(Doi Suthep)으로 이동하였다.
<도이>는 <산>이라는 뜻이니까 도이수텝은 수텝산이라는 말이다.
이곳에는 높은 산들이 많이 있다.
보기에는 별로 높지 않은 것 같은데 대부분 1,000m가 넘는 산들이고 2,000m가 넘는 산들도 여럿 있었다.
도이수텝도 1,677m나 된다.
그 산을 차를 타고 올라갔다.
어제 치앙라이로 가면서도 꼬불거리는 길을 가느라 고생했는데 오늘도 마찬가지이다.
여행이 아니라 고행인 것 같다. ㅠㅠ
도이수텝에는 도이푸이(Doi Pui)라는 고산족 마을이 있다.
인구 약 65,000명으로 카렌족 다음으로 많은 메오족(Meo Tribal) 마을을 관광객들에게 공개하고 있는 것이다.
도이푸이에서 만난 멋진 닭
고산족들은 쉽게 말해 주민등록번호가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교육도 못 받고, 취직도 안 되고 해외여행도 안 된다는 말이다.
그들로 인해 관광 수입을 얻으면서 혜택은 하나도 안 준다는 것이지.
알아서 자급자족해야 한다는데 그러다 보니 인권이라는 것 하고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직도 세계 도처에 고통 받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받은 복에 감사하지만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나아가 복의 통로가 되는, 복을 나누어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아이들이 차별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이 하루속히 오길...)
도이수텝 중턱에는 태국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사원 중 하나로 손꼽히는 왓 프라탓(Wat Phrathat)이 있다.
290개의 계단을 오르면 왓 프라탓의 하이라이트인 황금 대형 불탑을 만날 수 있다.
다행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란나 왕조 시절 부처의 사리를 운반하던 흰 코끼리가 스스로 도이수텝까지 올라가 그 자리에서 울고 탑을 세 바퀴 돌다 쓰러져 죽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데, 당시 흰 코끼리가 운반해 왔다는 부처의 사리가 22m의 황금 불탑에 안치되어 있다고 한다.
사원 안은 참배객들로 몹시 붐볐다.
참배객들은 노란 국화를 들고 탑 주위를 빙빙 돌며 기도를 하고 있었으며,
여기저기에 있는 불상 앞에서도 기도를 하고 있었다.
사원 밖에는 불상이 아니라 고승들의 상이 있었는데 그 앞에서도 사람들이 기도를 하고 있었다.
관광객들과 참배객들이 뒤엉켜 여기가 사원인지 관광지인지 모르겠다.
또한 태국은 어디를 가나 국왕의 사진이 걸려있었는데 이 사원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점심으로 비빔밥을 먹고 우산공예로 유명한 보상(Bosang) 마을에 갔다.
이곳에서는 우산 제작 과정을 볼 수 있었으며, 휴대폰 케이스에 그림을 그려주기도 하고 여러 가지 수공예품을 팔고 있었다.
다음으로는 치앙마이에서 35㎞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 룽아룬 온천(Roong Aroon Hot Springs)에 갔다.
섭씨 100도가 넘는 유황 온천수가 나오는 곳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황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는데 입구에서부터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곳 온천장은 한국과 같은 공중욕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집에 있는 욕실과 같은 1인용 욕조가 있는 방에 들어가서 온천욕을 하는 것이다.
시설은 fancy하지 않지만 오히려 혼자 깨끗하게 온천욕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치앙마이에는 천여 개의 사원들이 있다고 한다.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에 동네에 있는 작은 사원을 하나 더 둘러보았다.
지키는 사람은 없었지만 신발을 벗고 들어가라는 안내판과 함께 CCTV가 켜져 있었다.
마지막 일정으로 칸톡 디너쇼(Khantoke Dinner Show)를 하는 곳에서 저녁을 먹었다.
<칸톡>이란 옛날 태국 북부 지역에서 결혼식, 경축식 등에서 사용되었던 작은 원형 개다리소반을 말한다.
이 소반 위에 닭 튀김, 돼지고기 찜, 쌀 튀김, 양배추 절인 것, 토마토와 고추 소스, 오이 등의 반찬이 나오며 국과 밥, 후식으로 먹는 찹쌀밥이 나온다.
그리고 식사하는 동안 태국의 전통 춤이 공연된다.
공연은 형편없었지만 비행기 시간이 11시 55분이므로 공연을 끝까지 보며 최대한 천천히 식사를 하다가 식당이 문을 닫는 9시에 나왔다.
공항에 와서 체크인을 하고 나니 10시도 안 되었다.
두 시간 동안 뭘 하나?
출국심사를 하고 들어가니 마사지 숍이 있었다.
30분에 200바트(약 6,600원), 1시간에 400바트(약 13,200원).
시내보다는 배로 비싼 값이다.
하지만 한국 돈으로 계산하면 여지없이 싸다.
마사지로 피로를 풀고 비행기에 올랐다.
2월 7일 일요일 아침 6시 45분 인천공항에 도착하였다.
비행기 안에 빈 좌석이 많아 가운데 네 좌석이 있는 곳에서 누워 잘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3일간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많이 힘들었다.
6시 이후에는 호텔에서 쉬어야 하는데 저녁 늦게까지 돌아다니다 보니 지쳐서 여행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 같다.
어떻게든 옵션 관광을 하나라도 더 팔아먹으려고 하는 가이드도 마음에 안 들었고.
쇼핑센터 다니는 것도 싫고.
하지만 아시아에서는 아무래도 치안이 불안하여 싱가폴이나 일본 빼놓고는 개인 여행하기가 마음이 안 놓인다.
그러다 보니 패키지 여행을 하게 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멕시코 티후아나Tijuana)나 칸쿤(Cancon)에서도 개인적으로 여행을 했었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내가 너무 겁먹고 있는 건가?
이제 정말 늙었나?
다음에는 되도록이면 개인 여행을 하고 패키지 여행은 하지 말아야겠다.
사실 내가 하고 싶었던 여행은 코끼리를 타고 열대우림을 트레킹 하는 것이었다.
Four Seasons에서 하는 캠프였던 것 같은데 텐트에서 자며 코끼리 트레킹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런데 그 텐트가 그냥 텐트가 아니라 완전 럭셔리한 텐트이다.
침대에 더운 물이 나오는 욕조까지 있는.
가볼까 했는데 예약을 하려다 엄청난 가격에 식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죽기 전에 그런 여행 해볼 수 있을까?
* Four Seasons Tented Camp Golden Triangle (http://www.fourseasons.com/goldentrian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