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16년 2월 5일 금요일 (맑음)
장소: Chiang Rai & Golden Triangle
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나 아직도 떠있는 달을 보며 아침을 먹었다.
치앙라이와 골든 트라이앵글을 구경하기 위하여 북쪽으로 향하였다.
산을 두 개 넘어야 한다는데 옛 대관령 길같이 꼬불꼬불한 길을 넘어가야 했다.
게다가 차는 얼마나 덜컹거리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4시간가량 고생을 하고는 치앙라이에 있는 백색사원/왓롱쿤(Wat Rong Khun)에 도착하였다.
백색으로 칠해져 있고 유리조각으로 장식이 되어 있는 왓롱쿤은 태국에서 제일 아름다운 사원 중의 하나라고 한다.
아직도 계속 공사가 진행 중이며 앞으로 몇 십 년 더 있어야 완공된다는데.
건물 사이로 공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태국에서 제일가는 불교 예술가가 자기가 직접 그린 불화를 판매한 수익금으로 공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 사람이 어렸을 때 동네에서 쫓겨날 정도로 말썽꾸러기였는데 개과천선한 후 부처의 은덕에 감사하기 위해 사원을 건립하고 있는 거라고 한다.
지옥과 극락을 표현한 사원이라 그런지 입구에서부터 무시무시한 머리들이 나무에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입장료는 무료이지만 반바지를 입은 사람들은 입장이 안 된다.
멋모르고 반바지를 입고 간 둘째는 입장을 거부당해 밖에서 구경해야만 했다.
가이드가 이런 주의사항도 말을 안 해주고 뭐하는 거야! ㅠㅠ
사원 안으로 들어가려면 신발을 벗어야 하며, 사원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도 안 된다.
다리 양쪽에 있는 것은 아마 지옥에 떨어져 간절하게 구원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손을 표현한 것 같다.
유일하게 금색인 이 아름다운 건물은 화장실이다.
(이건 뭐임?)
다시 차를 타고 태국 최북단 도시 메사이(Maesai)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었다.
이제 국경을 통과하여 미얀마(Myanmar)로 넘어갈 것이다.
아래 사진의 건물을 지나면 미얀마이다.
VIP 비자를 사서 출입국 심사를 하지 않은 채 빨리 통과할 수 있었다.
미얀마 쪽 국경 도시는 타칠레익(Tachileik)이다.
미얀마로 넘어가서 우리 아이들이 하는 첫 마디가 "여기 왜 이렇게 못 살아?"였다.
태국에 비해 확연하게 빈곤한 티가 난다.
리더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세계 여러 나라가 광속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일신양명을 위해 정쟁이나 일삼고 있는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 희망이 있을까?
멍청한 정치인들 때문에 기업가들이 얼마나 속이 탈지 알 것 같다.
트럭 승합차인 썽테우(Songthaew)를 타고 관광을 하였다.
화물차를 타고 관광을 해보기는 처음인 것 같다.
먼저 고산족 마을을 구경하였다.
태국과 미얀마, 라오스의 최고의 관광자원 중 하나가 고산족이라고 한다.
소수민족으로 돈벌이를 하는 것이지.
그중 긴 목으로 유명한 카렌(Karen)족이 있다.
그들은 목에 링을 여러 개 두른 게 아니라 하나의 구리선을 코일 모양으로 목 주변에 감은 것이라고 한다.
목 자체가 길어지는 게 아니라 어깨 주변이 주저앉아 목이 길어 보이는 효과라고 하는데 고개도 마음대로 숙이지 못했다.
요즘은 의무나 강요가 아닌 개인의 선택에 맡기고 있다니 다행이긴 하지만 이 사람들이 돈 때문에 강요가 아니더라도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팠다.
고산족 마을을 구경한 후 츠위타컨 황금불탑(Shwedagon Pagoda)을 보러 갔다.
미얀마의 구 수도인 양곤(Yangon)에 있는 순금 99톤의 황금탑인 슈웨다곤 탑(Shwedagon Pagoda)을 본떠 만든 탑이다.
이곳에서도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
반바지 차림도 안 되는데 다행히 입구에 긴치마가 있어서 무료로 빌려 입고 들어갈 수 있다.
입구를 들어서면 여자들이 양산을 들고 하나씩 따라붙는다.
"예쁘다"는 말을 남발하며 불상 앞에서는 "절 세 번"이라고 얘기를 해주며 열심히 뭐라 설명을 해준다.
팁을 주고 싶었지만 팁을 주지 말라는 가이드의 경고(?)가 있어 매정하게 그냥 돌아서는데도 "안녕히 가세요."하고 인사를 한다.
이럴 때 참 난감하다.
동남아시아 나라들을 여행할 때면 아이들이나 여자들이 구걸을 하거나 팁을 바라고 작은 친절을 베푸는 경우가 있는데 가이드들은 절대 돈을 주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나?
1달러면 큰돈이기 때문에 부모들이 구걸을 시키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단다.
그래서 그들의 자립을 위해서는 돈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 말에는 동의하지만 보면 불쌍하다. ㅠㅠ
다시 썽테우를 타고 국경으로 돌아가 시장을 통해 태국 메사이로 돌아가는 길에 마약 복용 금지 안내판들을 볼 수 있었다.
이 지역들이 과거 아편 재배로 유명했던 곳이다 보니 아직도 아편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길거리에는 여자들이 아이들을 하나씩 안고 앉아서 구걸을 하고 있었다.
이제 정권이 바뀌었으니 이 나라도 변할까?
행복은 상대적인 것이지만 어느 정도의 생활 안정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세계 상위 1%에 드는 사람들이라고 하던데 그만큼 행복한가 반문해본다.
어쨌든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란 것에 감사하지만 그러한 축복이 도리어 독이 되지 않도록 항상 조심해야 할 것이다.
메사이에서 차를 타고 골든 트라이앵글(Golden Triangle)을 구경하기 위하여 치앙센(Chiang Saen)으로 갔다.
골든 트라이앵글(황금의 삼각주)이란 태국, 미얀마, 라오스의 국경이 접한 지역으로 과거 세계 최대 아편 경작지였고 이곳에서 재배된 아편이 금으로 거래되었기 때문에 골든 트라이앵글이라는 명칭이 생겼다고 한다.
이곳은 루악강(Ruak River)과 콩강(메콩/Mae Khong)이 합쳐지는 곳으로 우리나라 두물머리와 풍경이 비슷하였다.
퍼 온 사진(왼쪽이 루악강, 오른쪽이 콩강)
참고로 앞서 설명한 대로 <메>란 글자는 <강>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메콩강>이라고 하면 <한강>을 <한강강>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이곳에서 배를 타고 라오스 돈사오(Don Sao) 섬으로 갔다.
배가 너무 낮아 사람이 많이 타면 빠질 것 같이 불안하였다.
덕분에 물보라로 시원하게 샤워를 하였다.
이쪽은 태국 쪽
이쪽은 중국인이 운영하고 있는 카지노가 있는 라오스 쪽
돈사오 섬은 경제특구라고 하지만 노점상만 있는 허름한 지역이었다.
온갖 짝퉁이란 짝퉁은 다 있는 곳인데 뭐라도 하나 사고 싶어도 살 것이 없었다.
이 섬에 온 이유는 골든 트라이앵글의 한 지역인 라오스 땅을 밟는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
다시 차를 타고 4시간가량 정신없이 꼬불꼬불한 고개를 넘어 저녁 8시가 지나서야 녹다운이 된 채 치앙마이로 귀환하였다.
저녁은 수끼를 먹었다.
난 기름진 음식 외에는 대부분 잘 먹고 또 쌀국수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니까 맛있게 자~알 먹었다.
여행만 오면 살이 찌니 그것도 고민이라면 고민이다.
오늘도 10시가 넘어 호텔에 도착하였다.
도대체 무슨 여행을 이렇게 강행군을 하나 모르겠다.
이거 전혀 내 스타일이 아닌데. ㅠㅠ
여행 일정이 짧다 보니 어쩔 수 없긴 한데 전혀 enjoyable 하지가 않다.
또다시 패키지 여행은 할 것이 못 된다는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