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6년 1월 12일 화요일 (맑음)
산행코스: 저수령 ~ 문복대 ~ 들목재 ~ 벌재 ~ 폐백이재 ~ 황장재 ~ 방곡리
산행거리: 대간 10.1km + 접속 4.8km = 14.9km
산행시간: 09:50 ~ 16:55
산행트랙:
등산지도:
모처럼 찾아온 추위 속에 대간 산행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저수령에 도착하니 우려했던 것만큼 그렇게 춥지는 않았다.
저수령
용두산 등산로 방향 짧은 계단을 올라가면 해맞이 제단석이 나온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정말 멋있다.
전봇대가 거슬리긴 하지만 굽이굽이 아스라이 보이는 산들이 지리산에서 보는 풍경과 다를 바 없다.
사진을 찍었는데 역광이라 그런지 제대로 나오지를 않았다.
가파른 오르막을 지나 살포시 내려 간 후 좁은 임도를 가로지른다.
여기서부터 벌재까지가 <문경오미자길>이다.
어떤 나무가 오미자인지 모르겠는데 하여튼 여기 오미자나무가 많은가 보다.
문복대까지 2km 정도는 가파른 오르막이다.
왼쪽으로 잎사귀를 떨궈낸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멋진 산이 힘든 오르막길에 위로가 되어주었다.
이 산이 산행하는 내내 계속 보였는데 너무 멋있어서 물어보니 혹자는 그냥 동네 뒷산이다, 혹자는 천주산이다 라고 하였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천주산이 맞았다.
오늘 산행 중 가장 높은 곳인 문복대에 이르러 맑은 하늘 아래 조망을 즐겼다.
문복대/운수봉(운장산) 정상
운수봉이라고도 하는 문복대의 본래 이름은 운장산이었다고 한다.
본래의 문복대는 북으로 더 올라가 수리봉, 황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시작되는 곳이었는데, 백두대간이 문경 땅에서 처음으로 올려 세운 첫 산이라서 2001년 표지석이 운수봉 자리에 세워지면서 자연스럽게 문복대라는 이름으로 굳어져가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문경 쪽 조망이 정말 뛰어나다.
가운데 뾰쪽하게 솟은 산이 천주산, 그 오른쪽이 공덕산이다.
들목재를 지나고 나면 올라올 때만큼 가파른 내리막이 기다리고 있다.
넘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며 내려가면 벌재에 도착한다.
이 나무다리를 건너 동물이동통로로 해서 황장산 쪽으로 갈 수도 있는데 벌재 표지석을 찍기 위해 내려갔다.
벌재
길 건너에 벌재 공원지킴터가 있고 떡하니 출입금지라는 표지판이 있었다.
벌재 공원지킴터
화요일은 국공들이 쉬는 날이라고 하던데 텅 빈 지킴터에는 <순찰 중>이라는 팻말이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또다시 빡센 오르막이다.
올라가는 길이기에 망정이지 내려가는 길이었다면 그냥 굴러 떨어져 것 같다.
힘들게 100여 미터 올라가면 헬기장이 있다.
그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다음부터는 가볍게 오르내리는 길인데, 등로를 따라 진달래인지 철쭉인지가 계속 나타났다.
꽃이 필 때는 이곳도 장관일 것 같다.
잠깐 폐백이재로 내려갔다가는 다시 오르막이다.
오늘은 그동안 후미로 함께 가주던 산우님들이 없어서 그런지 너무 힘들다.
고맙게도 다른 분들이 빈자리를 대신해주지만 왠지 혼자 가는 느낌이다.
정강이가 아프더니, 허벅지가 아프고, 그다음에는 엉덩이까지 아프다.
계속 함께 가주며 괴로움을 잊게 해주는 천주산과 공덕산이 아니었다면 오늘 산행 엄청 힘들 뻔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난 봐도, 봐도 질리지가 않고 멋있다.
언젠가 저 산에 꼭 가봐야지.
집에 와서 천주산에 대해 검색해보니 멀리서 보면 큰 붕어가 입을 벌리고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어서 붕어산이라고도 한다고 한다.
8백여 미터에 불과 하지만 어떤 산보다도 우뚝함을 자랑하고 벼랑을 이룬 곳이 많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하는데 정말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 같은 산이다.
폐백이재를 지나면 치마바위가 나온다.
지금까지 육산이던 등로에 암릉 구간이 나타난다.
두 군데 정도 위험한 구간이 나오는데 나 혼자 요란 떨며 올라가지 다른 사람들은 모두 크게 힘들이지 않고 올라가는 것 같다.
치마바위 능선에 올라서면 왼쪽으로는 문경 쪽, 오른쪽으로는 단양 쪽이 시원스레 내려다보인다.
단양 쪽에 있는 악산이 설악산처럼 멋있는데 알고 보니 도락산이었다.
산행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도락산에 갔다가 죽을 뻔 한 고생을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이렇게 멀리서 보니 그 당시 정말 뭣도 모르니까 갔다는 생각이 든다.
암릉 구간을 지나면 헬기장이 나오고, 헬기장 지나면 황장재가 나온다.
황장재
황장재에는 생달리 쪽으로 뽑혀 널브러진 이정표가 있었다.
황장재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생달리,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문안골을 거쳐 방곡리로 가게 된다.
오늘은 문안골로 내려가고 다음에는 생달리로 내려간다.
문안골로 내려가는 길은 다행히 급경사 내리막은 없지만 5km가량 긴 접속 구간이다.
어떤 사람들은 접속 구간이 싫다고 하는데 난 접속 구간이 좋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가보겠는가?
생전 가볼 일이 없는 곳들인데 대간을 하며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좋다.
그래서 오늘도 긴 접속 구간을 기쁜 마음으로 내려간다. ^^
오랜만엔 보는 산죽길이다.
오늘 예상외로 날씨가 따뜻했는데 문안골은 북쪽이라 그런지 바람이 차다.
계곡에는 얼음이 꽝꽝 얼어 있었다.
몇 번 계곡을 가로질러 내려가다 보면 작성산성이 나온다.
작성산성
이런 곳에 산성이 있었다니!
문까지 보존되어 있는 산성이다.
보물을 찾은 느낌이다.
도대체 이런 곳을 접속 구간이 아니라면 와볼 일이 있겠느냐고.
긴 접속 구간을 내려가 방곡리에 도착하였다.
단성면과 대강면의 경계이다.
오늘 하산 시간이 30분 가까이 늦었지만 느는 게 배짱뿐이라 걱정도 안 한다. ㅋㅋ
그보다는 뒤처지지 않으려고 헐레벌떡 쫓아가느라 사진을 제대로 못 찍은 것이 아쉬웠다.
남아있는 사람에 대한 고마움과 떠난 사람에 대한 아쉬움이 있지만, 이 땅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사실, 사람은 믿고 의지할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내가 마땅히 바라봐야 할 분이 누구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 대간 길이었다.
내게 대간은 단순히 산행의 의미만 지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을 통해 여러 가지 면에서 나를 훈련하시는 것이라 생각한다.
참아내는 훈련, 더 나아가 연약하고 흠이 많은 사람들을 보듬어주고 사랑할 수 있는 훈련.
이 대간이 끝나면 나는 한 뼘 더 자라 있을 것이다.
나 자신의 연약함과 다른 사람들의 연약함을 마음의 상처 없이 넉넉하게 품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있기를.
그리하여 내가 준비되어 있다고 여기실 때 오래전 꿈꾸었던 그 일도 하게 하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