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25년 2월 21일 금요일 (맑음)
장소: 카이로(Cairo) ~ 인천
7박 9일의 이집트 여행을 끝냈다.
고생스러울까 봐 걱정을 했던 여행지.
미루다가 나이 먹을수록 더 힘들어질 것 같아 여행을 결심하였다.
결론은 참 잘 갔다 왔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들을 보았다.
엄청난 유적과 유물들을 통해 당시의 수준이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세계 4대 문명의 발생지 중 하나였으며 오늘날까지도 불가사의라고 부를 정도로 놀라운 건축술과 상형문자, 파피루스, 달력, 의술 등 당시로서는 최첨단을 달리던 선진국이었던 이집트.
하지만 현재는 우리나라의 50, 6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가난한 나라.
어딜 가나 짓다 만 것처럼 철근들이 삐죽이 나와 있거나 무너진 것 같은 건물들이 대부분이었고, 건물 옥상에는 건축 폐기물들이 쌓여있었다.
그런 곳에 사람들이 버젓이 살고 있다.
게다가 사방이 쓰레기 천지라 흡사 전쟁 직후의 폐허처럼 보이는 곳들이 많았다.
차선도 없고 신호등도 없는 도로에 차들이 뒤엉켜 다닌다.
여기저기에서 구걸하는 아이들과 사람들.
이곳 아이들의 최애 사탕이 말랑 카우란다.
내가 먹으려고 가지고 갔던 말랑 카우를 모두 아이들에게 줬다.
관광객들만 보면 one dollar를 외치는 사람들.
관광객들을 봉으로 아는 장사꾼들.
스카프는 유적지에 들어갈 때는 5달러, 나갈 때는 2달러다.
공중 화장실은 혼자 가나 넷이 가나 다 one dollar다.
그것도 그들의 삶의 방식이고, 우리 또한 60, 70년 전에는 그랬기 때문에 그들을 비하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그 옛날의 영광과 대조되어 안쓰럽고 허망하게 느껴질 뿐이다.
그토록 찬란한 문명과 문화를 지니고 있던 나라였지만 이제는 지나간 과거일 뿐이다.
전도서 말씀대로 이 땅에서 영원한 것은 없으며 모든 것은 헛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한국을 떠나기 전 가이드가 춥다는 말을 여러 번 해서 여름옷은 거의 가져가지 않았다.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해서 스웨터나 경량 패딩 재킷이 필요했지만 낮에는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햇빛이 강하고 더웠다.
모자보다는 양산이 필수!
이곳 사람들이 터번을 두르고 통으로 된 옷을 입고 다니는 이유를 알겠다.
뜨거운 햇볕과 모래 먼지 때문에 나도 내내 스카프를 두르고 다녔다.
밤에는 호텔 방이 좀 추울 때가 있어서 급하게 사가지고 간 전기방석을 유용하게 사용했다.
음식도 괜찮았다.
약간의 향이 있기는 하지만 거부감은 없었다.
담백하고 구수한 빵도 맛있고, 과일과 채소들은 너무 싱싱하다.
특히 단단하고 새콤한 딸기는 많이 그리울 것 같다.
멜론도 너무 달고 맛있다고 하는데 난 그쪽 과일은 안 좋아해서...
단지 고기들이 기름기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뻑뻑하고 질겼다.
호텔 욕실에서 흙탕물이 나온다는 글들이 있었지만 내가 묵은 호텔이나 크루즈 선은 좋은 곳들이라 그런지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카이로는 매연과 먼지 때문에 항상 흐리다고 했지만 내가 있는 동안에는 맑았다.
하지만 모래 먼지는 어쩔 수 없었다.
가뜩이나 모래 먼지 때문에 목이 칼칼한데 담배는 왜 또 그렇게 피워대는지...
어딜 가나 검색대를 통과해야 하고 너무 가난한 모습들을 보는 것이 불편하기는 했지만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임에는 틀림없다.
인천공항에 내리니 차갑고 신선한 공기가 일상으로 복귀했음을 알려준다.
한국 공기가 좋다고 느끼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ㅎ
항상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목이 아팠는데...
사진으로만 보던, TV로만 보던 엄청난 고대 이집트의 모습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어 정말 좋았던 여행이다.
그래도 내 나라가, 내 집이 좋다. ^^
Home, sweet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