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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2024.11.21 (정선) 반륜산(1,010m), 반론산(1,068m)

산행일시: 2024년 11월 21일 목요일 (흐림)
산행코스: 고양4교 ~ 반륜산 ~ 반론산 ~ 아우라지역
산행거리: 10.5km
산행시간: 11:05 ~ 16:28
산행트랙:

(정선)반륜산, 반론산 20241121.gpx
0.05MB

등산지도:

고양산 산행을 하러 큰골에 도착하니 산림청 감시원이 떡하니 지키고 있다.
대장님은 분명 고양산은 산불방지기간 출입금지 지역이 아니라고 하는데 그분은 절대 안 된단다.
실랑이를 하다 결국 버스를 돌렸다.

 

되돌아가다가 급히 근처에 있는 반륜산, 반론산으로 산행지를 바꿨다.
고양4교에서 내려 잽싸게 산으로 올라갔다.
남의 밭을 지나 막산을 타고 올라간다.
가파르기도 하고 혹시라도 감시원이 쫓아올까 봐 앞사람 뒤꿈치만 보며 부리나케 올라갔다.
안부를 지난 후 다시 가파르게 올라간다.
이제는 앞사람 뒤꿈치도 안 보이고 그저 땅만 바라보며 올라간다.

 

봉우리를 4, 5개 넘은 후 반륜산 정상에 도착하였다.
반륜산 정상으로 가기 직전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에 서래야님의 찢어진 반륜산 정상 표시 코팅지가 있는데 정상은 앞에 있는 봉우리다.
고양4교에서 반륜산 정상까지는 2.14km이다.
반륜산 정상에는 서래야님의 코팅지와 글씨가 다 지워진 반륜산 팻말, 그리고 누군가 스티로폼 도시락 뚜껑에 <반륜산>이라고 써놓은 것이 있다.

 

정상 직전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

반륜산 정상

아무 조망이 없는 반륜산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떠났다.
이후 반론산까지는 길이 없다.
물론 이정표도 없다.
리본조차 눈에 띄지 않는다.
선두가 남긴 낙엽 눌린 자국을 찾아 따라간다.

<반론산 철쭉나무, 분취류 자생지 0.8km>라고 쓰여있는 파란색 이정표를 지나면 길이 미친듯이 험해진다.

 

가파르게 암봉을 하나 넘으면 암봉이 또 나온다.
왼쪽으로 우회하는 길이 있긴 한데 옆이 낭떠러지고 험해서 차라리 직등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젖 먹던 힘까지 다 짜내어 암봉을 올라갔다.
그런데 문제는 내려가는 길이다.
거의 고꾸라지다시피 내려가야 하는데 낙엽까지 수북이 깔려 얼마나 미끄럽던지 그냥 앉아서 엉덩이로 밀면서 내려갔다.
이정표가 나올 때까지 계속 이런 상태다.
나 오늘 세상 하직하는 줄 알았다.
생존에 신경 쓰느라 사진 못 찍음.
더 큰 문제는 반론산에 갔다가 이 길을 되돌아와야 한다는 것이다. ㅜㅜ
오, 주여!

그런데 이 근처에 산호동굴이 있나 보네.

 

죽을 고생을 한 후 <반론산정상 0.50km> 이정표가 있는 곳에 도착하였다.
오늘 처음으로 본 이정표이다.
반론산 정상에 갔다가 이곳으로 되돌아 와야 하기 때문에 이정표에 배낭을 걸어두고 반론산 정상으로 향하였다.

 

반론산 정상까지 가려면 븡우리를 몇 개 더 넘어야 하지만 길은 한결 순해졌다.
가는 길에는 철쭉나무 및 분취류 자생지가 있다.
가파르게 나무계단을 올라가면 정선군에서 관리하는 철쭉나무가 나온다.

 

다시 가파르게 나무계단을 올라가면 반론산 정상에 도착한다.
반론산 정상에서도 조망은 없다.
정상석도 없다.
대신 커다란 정상 표시판과 이정표가 있다.
반론산 정상에 있는 이정표에는 반륜산까지 0.9km라고 나와 있는데 말도 안 된다!
그보다 배는 된다.

 

반론산 정상

반론산 정상에서 이정표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 배낭을 챙겨 멨다.
아, 여기서 하산하고 싶다. ㅜㅜ

다시 끔찍한 봉우리들을 넘는다.
다치지 않고 무사히 돌아가게 해주세요.
이후 오른쪽 능선을 타고 아우라지를 향해 간다.
오지 중의 오지다.
오지 산행을 매주 다니지만 이런 산은 처음이다.
갈림길 이정표 이후 이정표도 없어요, 리본도 없어요, 길도 없다.
낙엽이 너무 많이 쌓여있어 선두가 지나간 흔적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선두팀이 드문드문 깔지와 리본을 달아두었다.

 

반론산(왼쪽)에서 지나온 능선

봉우리를 몇 개 넘었는지 모른다.
너덜길을 몇 번 내려갔는지 모르겠다.
잡목 사이를 뚫고 내려가느라 귀싸대기를 여러 번 맞았다.
내가 뭘 그리 잘못했다고. ㅜㅜ
억새밭을 몇 번 지나면 소나무 숲이 나온다.
이제는 깔지와 리본도 보이지 않는다.
그냥 방향만 잡고 나무 사이로 막 간다.
소나무 숲을 헤치고 내려가면 염장봉이 버티고 있다.
누구 염장 지를 일 있나?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염장봉 밑을 지난다.
아름드리 멋진 편백숲을 지난 후 산 사면을 따라가면 염장봉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나게 되고 이후 아우라지로 내려갔다.

 

가리왕산

마을로 내려가자 등산로 입구에 산림청 차가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뭐라 하지는 않는다.
아우라지역 앞에 있는 식당으로 가서 식사를 하였다.

 


너무 힘이 들어 아무 집이나 들어갔는데 여기가 맛집이었다.

곤드레 밥과 메밀부침을 너무, 너무 맛있게 먹었다.
배고파서 그렇다고?
하산하면서 이것저것 먹어서 배는 안 고팠다.
어쨌든 맛있게 먹고 나니 비로소 무사히 하산했다는 안도감이 밀려온다.
오늘은 너무 힘이 들고 길을 찾느라 신경이 곤두서서 사진도 거의 안 찍었다.
그런데 경량 패딩과 바람막이 자켓을 입고 산행했는데도 전혀 더운 줄 몰랐으니 별로 힘이 안 들었던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