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등산

2024.09.19 (하동) 성제봉/형제봉(1,115m)

산행일시: 2024년 9월 19일 목요일 (맑음)
산행코스: 강선암 주차장 ~ 구름다리 ~ 성제2봉 ~ 성제1봉 ~ 신선대 ~ 윗재 ~ 신선봉 ~ 최참판댁 ~ 평사리 주차장
산행거리: 10.4km
산행시간: 11:16 ~ 17:04
산행트랙:

(하동)성제봉 20240919.gpx
0.05MB

등산지도:

추석이 지났는데도 30도가 넘는 날씨가 지속된다.
남편 말을 듣고 툰드라 지역에 땅을 좀 사놓을 걸 그랬나?  ㅋ
오늘 악양면이 34도까지 올라간다지만 버스 안은 시원하니 잠시라도 좋다.
지난주에 너무 덥고, 너무 많이 물어 뜯겼기에 나름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갔다.
찬 음료, 아이스 패치, 손 선풍기, 전자모기퇴치제, 붙이는 모기약, 뿌리는 모기약.
이 정도면 괜찮겠지?
산행 공지 상 들머리인 노전마을 입구에서 성제봉까지는 6.7km나 되고 고도를 1,000m 이상 올려야 한다.
그래서 대장님께서 강선암에서 올라가는 B코스를 만들어주셨다.
신선대 구름다리에서 성제1봉까지 약 1.6km(왕복 3.2km) 갔다 와야 하지만 강선암의 고도가 310m니까 노전마을 입구에서 올라가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낫겠지.
노전마을 입구에서 일행들을 내려준 후 대장님과 4명만 강선암 주차장으로 갔다.

 

강선암 주차장

강선암 주차장에서 신선대까지는 1.6km이며 고도를 600m 올려야 한다.
과천 향교에서 연주대로 올라가는 길 정도 되겠네.
내 기준은 언제나 내 사랑 관악산이다.ㅎ
우리 집 서재 창문으로 관악산 주능선이 조금 보이는데 그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재건축 후에도 관악산이 보이는 집에서 살게 해 주세요.
조망도 없는 숲길을 계속해서 올라간다.
한계령 삼거리로 올라가는 길 같다.
아니, 그것보다 더 가파르다.
에고, 힘들어. ㅜㅜ
가파르긴 해도 등로가 그다지 거칠지 않고 거리가 짧다는 것이 다행이랄까?
어차피 여기만 올라서면 그다음에는 크게 힘들 것이 없을 것 같아 쉬엄쉬엄 올라갔다.

 

강선암 주차장에서 신선대 구름다리까지 1시간 20분 걸렸다.
갈림길 직전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멋진 조망터가 나온다.
신선대 구름다리와 악양 들판, 섬진강이 보인다.
사실 앞으로 계속 조망이 좋지만 힘들게 올라가서 처음 본 경치라 그런지 이곳에서 보는 경치가 제일 멋있었다.

 

조망터에서 점심을 먹고 성제봉으로 향하였다.
신선대 구름다리에서 성제2봉까지는 1.4km이다.
목계단을 한참 올라가는데 힘들다는 느낌이 안 든다.
점심을 먹어서 그런가?
경치를 바라보며 올라가서 그런가?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 그런가?
능선에서는 햇볕이 따가워서 그렇지 바람은 시원하였다.
하긴 아래보다 4~5도는 낮을 테니까.
덥다, 덥다 해도 벌써 억새가 피었다.

 

기분 좋게 올라가는 길에는 행글라이더를 타는 사람들이 보였다.
내가 저거 하고 싶어서 대학교 때 명동에 있는 협회를 찾아갔다.
그런데 몸무게 미달로 입회가 거절된 쓰라린 상처가 있다. ㅎ

 

목계단을 올라가면 헬기장이 나온다.
헬기장 한쪽 구석에는 철쭉 제단이 있다.
헬기장을 지나 한동안 편안한 숲길을 나는 듯이 걷다가 가파르게 올라가면 무덤이 나온다.
어떻게 여기까지 관을 메고 올라왔을까?
누군지 참 후손들 고생시켰네.

 

헬기장

철쭉 제단

무덤에서 11시 방향으로 가파르게 올라가면 성제2봉이 나온다.
신선대에서 여기까지가 1.4km이다.
성제2봉에서는 지나온 헬기장과 가야 할 성제1봉, 그리고 지리산 주능선이 천왕봉까지 보인다.
성제2봉에 있던 산객께서 보이차를 주셨다.
따끈한 보이차를 두 잔 마시니 오히려 더위도 가시고 기운이 나는 것 같았다.
포도도 먹고 가라고 하시는데 갈 길이 멀어 보이차만 감사히 마신 후 성제1봉으로 향하였다.

 

(지나온 능선)

성제2봉 정상

지리산 주능선

성제2봉에서 성제1봉까지는 170m다.
신선대 구름다리에서 성제1봉까지 가는데 1시간 걸렸다.
여기가 주봉인가 보다.
그러나 조망은 성제2봉이 더 낫다.
성제1봉과 2봉을 합쳐 형제봉이라고도 한다.

 

성제1봉 정상

성제1봉에서 신선대로 돌아갔다.
성제2봉을 왼쪽으로 우회한 후 헬기장을 지나 목계단을 내려가다가 중간에 있는 소나무 쉼터에서 쉬어갔는데도 돌아갈 때는 40분 걸렸다.

 

헬기장이 있는 봉우리와 성제2봉

다시 헬기장을 지나,

구름다리를 건너 신선대로 갔다.
구름다리가 여기저기 많이 있는데 구름다리는 다 멋있는 것 같다.

 

신선대 구름다리

신나게 구름다리를 건넌 후 계단을 내려가서 왼쪽으로 내려간다.
앗, 가파른 바위길이네.
이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대부분 바위길이거나 너덜길이기 때문에 거칠다.
청학사에서 성제봉으로 올라가는 길은 이거보다 더 거칠다는데 그쪽으로 올라간 사람들 고생하겠네.
그러게 강선암 주차장으로 가자니까...

 

강아지바위(?)

윗재까지 가파르게 내려가는 길에는 신선대와 구름다리를 볼 수 있는 조망터가 있다.

 

신선대와 구름다리

조망터를 지나 계속 가파르게 내려가면 윗재에 도착한다.

 

(내려온 철계단)

윗재

윗재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보문사를 지나 지리산 둘레길을 따라 최참판댁으로 갈 수 있다.
아직 시간도 있고, 둘레길은 땡볕일 것 같아 산길로 진행하기로 하였다.
직진하여 가파르게 올라가면 신선봉이 나온다.
대개 신선봉은 조망이 좋던데 이 신선봉에서는 조망이 전혀 트이지 않는다.

 

신선봉 정상

이후 암봉을 몇 개 넘는다.
이거 북한산 아냐?
마지막으로 목계단을 가파르게 올라가면 584봉이 나온다.
지도에는 여기가 봉수대로 표시되어 있는데 조망이 하나도 없네.
이게 봉수대 터인가?
584봉 아래에 묘들이 몇 개 있는 거 보면 옛날에는 조망이 트이는 장소였는지도 모르겠다.

 

584봉 정상

584봉에서 다시 가파른 바위길과 철계단을 내려가면 통천문이 나온다.
통천문 아래에는 조망터가 있다.
악양 들판과 섬진강이 가까이 보인다.
악양 들판 가운데 섬처럼 있는 부부송도 보이고 최참판댁도 보인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 속 캐릭터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이다.
<토지>의 서희는 한국판 스칼렛 오하라라고 생각한다.
최참판댁을 바라보자 서희의 인생이 너무 안쓰러워서 울컥하였다.
조망터에서 사과를 먹으며 소설 속 장면들을 그려보다가 내려갔다.

 

통천문

부부송

최참판댁(오른쪽 아래 까만 기와집)

다시 가파르게 내려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고소성 0.2km 이정표 있는 곳)
오는 동안에도 갈림길이 몇 개 있었는데 사유지인지 다 막아놓았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내려간다.
가파르고 미끄럽다.
신선대 구름다리 이후 5km 넘게 가파른 내리막길이 이어지자 나중에는 허벅지가 뻐근하였다.
이후 도로를 따라 최참판댁을 지나 평사리 대형주차장으로 가서 산행을 끝냈다.

 

평사리 갈림길

주차장에 있는 화장실에서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근처 음식점에서 열무국수와 재첩전을 먹었다.
오, 좋아 좋아!
난 강선암 주차장에서 올라갔기 때문에 신선대 구름다리까지 올라가는 1.6km 빼고는 크게 힘들지 않고 여유 있게 산행을 할 수 있었는데 노전마을 입구에서 올라간 사람들은 고생을 많이 했단다.
30분이나 늦게 상경하였는데도 시간이 없어 식사도 못하고 상경하였다!
목요산행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심지어 항상 선두로 다니는 카라조차 더위를 먹어 힘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발 빠른 애가 날 따라잡지 못한 걸 보니 엄청 힘들었나 보다.
역시 순간의 선택이 중요하네.
오늘도 현명한 선택에 자화자찬을 해본다. ㅋ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