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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2015.11.24 백두대간 27차: 어의곡 ~ 비로봉 ~ 연화봉 ~ 죽령

산행일시: 2015년 11월 24일 화요일 (맑은 후 흐려짐)
산행코스: 어의곡리 ~ 어의곡 삼거리 ~ 비로봉(소백산) ~ 연화봉 ~ 죽령
산행거리: 대간 11.7km(11.3km) + 접속 4.7km = 16.4km(16.0km)
산행시간: 10:00 ~ 16:30
산행트랙:

어의곡~비로봉~죽령 20151124_1001.gpx
0.08MB

등산지도: 

 

여행을 갔다 오느라 12일가량 산행을 안 하고 쉬었는데 오히려 무릎이 아프다.

게다가 신경 쓸 일이 또 한 가지 생겨서 머리도 아프고.

이래서 대간 산행할 수 있겠나?

 

어의곡리 을전에서 내려 비로봉 방향으로 조금만 가면 어의곡 탐방지원센터가 나온다.

 

어의곡 탐방지원센터

지원센터 안에 있던 여자 분이 나와서 어디로 가느냐, 몇 명이냐 묻고는 사진을 찍는다.

지난번에 갔던 국망봉에서 어의곡 삼거리 구간은 산불방지기간 중이라 출입금지란다.

 

어제 비가 와서 올라가는 길옆의 계곡 물소리가 시원(?)하다.

벌써 <시원하다>고 말하기에는 추운 계절이 돌아왔다.

하지만 사진만 보면 이끼 낀 계곡이 흡사 여름철 계곡 같다.

어의곡에서 어의곡 삼거리까지의 4.7km는 계속 오르막이다.

1,000m 이상 고도를 높이는데 거의 5km에 걸쳐 오르기 때문에 그다지 급경사 오르막은 아니다.

그래도 두 시간 이상 씩씩거리며 올라가자니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다.

머리도 맑아지는 것 같고.

비로소 가슴이 트이고 숨을 제대로 쉴 것 같다.

역시 난 산에 가야 해. ^^

2/3쯤 지나 목책으로 만들어 놓은 계단을 지나면 갑자기 전나무 숲이 나타난다.

 

이거 전나무 맞나?

아직도 전나무와 소나무, 잣나무를 구별하지 못하겠다.

아무래도 나무치인가보다. ㅠㅠ

전나무 숲을 지나자 갑자기 구름 속에 잠긴다.

 

내가 좋아하는 산의 모습이다.

나를 calm down 시키는 산의 모습이다.

울적해 보일 수 있는 이런 날씨에 나는 오히려 마음이 평안해지고 위로받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곧이어 구름을 뚫고 올라갔다.

 

그리고 눈에 띈 나무들.

와~~ 상고대가 너무 예쁘게 피었다!!!

 

이 정도면 진짜 빙화(氷花) 아닌가?

바람 한 점 없는 날씨에 어떻게 이런 상고대가 필 수 있었을까?

 

크리스마스 선물을 앞당겨 받은 것 같다.

내 마음을 짓누르던 고민거리는 어디론가 다 날아가 버리고 첫눈을 본 강아지마냥 신이 나서 돌아다녔다.

하나님께서 밤새 예쁜 frost flowers를 만들어놓고 날 기다리신 것 같다.

남이야 뭐라 하건 나에겐 풀 죽은 나를 위로하려는 하나님의 마음처럼 느껴졌다.

 

어의곡 삼거리에 이르러 국망봉 쪽을 바라보니 지난번 운무에 갇혀있던 충북 쪽만 하얗게 머리가 셌다.

 

                 어의곡 삼거리

하늘의 기를 받아랏, 얏!

 

국망봉 쪽에는 금줄이 쳐 있었다.

 

우리 진짜 타이밍 하나 기가 막히게 맞춘 것 같다.

잠깐 대간 거리를 따져보자면 지난번에 비로봉까지 왔었기 때문에 어의곡 삼거리에서 비로봉까지의 400m는 빼야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큰 의미 없지만.

비로봉에 이르러 사진을 찍고 천동 삼거리 방향으로 갔다.

 

비로봉(소백산) 정상

앞으로 가야 할 능선이다.

저기 멀리 보이는 게 소백산 천문대겠지?

 

대피소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니 구름이 온통 주위를 삼켜버려 사방이 하나도 안 보였다.

바람도 불기 시작해 우모복이랑 재킷을 꺼내 입었다.

fleece 장갑을 꼈는데도 손이 얼어붙는 것 같고 너무 아프다. ㅠㅠ

다음 산행에서는 완전 겨울 채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운무 속을 걸어가다 연리목을 만났다.

참으로 오래된 나무인 것 같은데 그 긴 세월 서로 껴안고 살아온 삶이 어떠했을까?

이번 양쯔강 크루즈에서 회혼례를 맞이하여 여행을 오신 80대 부부가 있었다.

60년을 같이 살면 어떤 느낌일까?

그래도 여전히 사랑할까?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겠지?

혹 지겹지는 않을까?

또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네.

 

조금 더 가다 보니 곰처럼 생긴 바위가 있었다.

이거 완전 곰이 앉아있는 뒷모습 같지 않은가?

 

비로봉에서 연화봉까지는 거의 평지 수준이다.

약간의 오르내림은 있지만 힘들지 않게 갈 수 있다.

그런데 난 한동안 산행을 안 하다 해서 그런지 무지 힘들었다.

정말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아까 상고대를 보고는 너무 좋아서 감사하다는 말을 남발하며 역시 난 산에 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힘들어지니 금방 괜히 여길 왔다고 후회하고 있다.

아, 변덕이 죽 끓듯 하는 misscat, 정말 너 싫다!

연화봉까지 가는 길에는 이런 길도 있고,

 

이런 길도 있고,

 

이런 길도 있고,

 

또 이런 길도 있고,

 

이런 길도 있다.

 

비로봉에서 제1연화봉을 지나 4km 정도 가니 갑자기 데크 길이 나타났다.

 

소백산 천문대가 가까운 것 같다.

곧이어 삼거리에 이르니 연화봉은 왼쪽으로 200m 올라가야 한단다.

 

연화봉을 거쳐서 이곳으로 왔어야 하는데 어딘가에서 우회로로 빠진 것 같다.

목책에 배낭을 걸어 두고 연화봉을 올라갔다.

 

연화봉 정상

다시 천문대 삼거리로 내려갔다.

천문대 삼거리에는 화장실이 있다.

 

이후 죽령으로 내려가는 길에 화장실이 한 군데 더 있다.

난 산행 중 화장실을 안 가는데 상태가 어떤지 보려고 들어가 봤더니 자연발효식 화장실이라는데 생각보다 깨끗했다.

추워서 그런지 냄새도 별로 안 나고 게다가 화장지까지 있다!!

소백산 천문대를 지나 죽령으로 내려가는 길은 7km가 아스팔트 길이다.

 

소백산 천문대

어마 무지 큰 제2연화봉 표지석을 지나 죽령으로 내려갔다.

처음에는 아스팔트 길이라 빨리 갈 수 있다고 좋아했는데 7km를 걷고 나니 발바닥에서 불이 났다. ㅠㅠ

 

죽령

남들은 일찍 내려와서 저기 휴게소에서 뭣도 사 먹고 그러는데 난 오늘도 6시간 30분을 꽉 채워서 내려왔다.

항상 후미대장을 자청하여 꼴찌로 가는 나와 동행해주는 임병수운 님이 우리가 제일 시간을 잘 맞춰(?) 산행을 했다고 하신다.

무엇 하러 빨리 내려가느냐고, 여유 있게 산행하고 주어진 시간에 맞춰 내려가면 된다고.

꿈보다 해몽이 좋은데 어쨌든 그런 낙관주의자 시라 항상 조급하고 예민한 날 중화시켜 주는 고마운 분이다.

 

예기치 못한 멋진 상고대를 만난 날.

삶의 모퉁이를 돌면 이렇듯 멋진 일들이 날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어의곡~비로봉~죽령 20151124_1001.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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