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23년 5월 13일 토요일 (맑음)
장소: Virginia Tech
어제는 너무 고단해서 그랬는지 잠을 잘 잤다.
덕분에 시차 적응이 수월하게 될 듯하다.
어제 작은 애가 호텔에 와서 같이 잤기 때문에 호텔에서 조식을 먹는데 1인을 추가해야 했다.
내일 아침은 안 먹을 테니 대신 오늘 세 명이 먹을 수 있게 해달라고 했더니 리셉션 데스크에 있는 할머니 직원께서 큰 애를 보고는 12살이라고 하고 그냥 공짜로 먹으라고 하셨다.
이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
큰 애가 동안이기는 하지만 12살이라니!
하긴 나도 미국에서 박사 과정 공부를 할 때 초등학생으로 오해를 받아 항상 ID를 제시해야 하긴 했었다.
그리하여 29살짜리가 12살로 둔갑하였다.
아, 미국이 다시 좋아지려고 하네. ㅎ
호텔 로비에는 버지니아 공대 졸업생들을 위한 포토 존이 있었다.
사진을 찍고 공항으로 가서 드디어 짐을 찾고 블랙스버그로 향하였다.
여행자보험에 수화물 지연에 대한 보상도 있던데 커버가 되는지 알아봐야겠다.
로녹에서 블랙스버그까지는 50분 정도 걸린다.
블랙스버그는 버지니아 주 내륙 해발 700m 정도에 위치한 작은 대학 도시이다.
한국인들에게는 오래전에 있었던 한국계 미국인의 총기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지만 사실은 문을 잠그지 않고 살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한 곳이다.
작은 도시에서 자란 우리 아이들은 이런 조용한 소도시를 좋아한다.
작은 애가 대학원도 이곳에서 다니기 원했던 이유 중 하나가 그것이다.
이곳에 있는 버지니아 공대(Virginia Tech)는 학교 이름은 버지니아 공대라고 되어 있지만 지금은 공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문, 사회대학도 있다.
학교 구경을 하며 졸업 사진을 찍었다.
난 이상한 엄마(?)라 해외 트레킹은 다니면서도 딸이 공부하고 있는 이곳은 한 번도 와보질 않았다.
딱히 버지니아 주에 볼 것도 없고. ㅎ
작은 애 졸업 사진을 찍으며 큰 애도 졸업 가운을 입고 사진을 찍었다.
큰 애가 졸업하던 해 코로나 사태가 터져 큰 애는 졸업식을 못하였다.
본인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난 무척 아쉬웠는데 동생 졸업식에서나마 졸업 가운을 입고 사진을 찍으니 마음이 좋다.
이후 대학원에서 작은 애를 지도하게 될 교수님과 점심 식사를 하였다.
작은 애를 딸처럼 생각하시겠다고 한다.
참으로 고마운 분이다.
점심 식사 후 작은 애의 룸메이트 졸업식에 갔다.
단과대학마다 졸업식 시간이 달라서 기계공학과인 룸 메이트는 3시 30분에 졸업식을 하고, 전자공학과인 작은 애는 저녁 7시에 졸업식을 한다.
오늘은 날씨가 후덥지근해서 두 시간 동안 스타디움에 앉아있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룸메이트의 졸업식이 끝난 후 차에서 잠시 쪽잠을 자고 작은 애의 졸업식에 참석하였다.
작은 애 졸업식은 저녁 7시라 더위가 가셔 한결 나았다.
미국은 학부 졸업식을 대단하게 한다.
아마 입학하기보다 졸업하기가 훨씬 힘들어서 그런가 보다.
특히 버지니아 공대는 다른 학교들보다 이수해야 하는 학점 수가 많아서 더 힘들다.
작은 애도 144학점을 이수하였다.
졸업식에서는 학생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부르며 총장과 학과장이 악수를 해주는데 총장은 며칠 동안 하루에 몇 번씩 수백 명의 학생들과 악수를 해야 한다.
그것도 매번 환하게 웃으며 축하한다고 말하면서.
대학 총장 노릇하기도 진짜 힘들겠다.
이름을 호명할 때는 축하하러 온 가족들과 지인들이 소리를 지르며 응원한다.
나도 질세라 일당백 노릇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마지막에는 학사모를 하늘 높이 던진다.
시원섭섭함의 표현?
새로운 앞날에 대한 기대?
수고했어, 우리 딸.♡
지금은 공부하느라고 힘들지만 훗날 이때가 얼마나 아름다웠지 알게 될 거야.
이번 졸업식에서 보니 인도 학생들이 진짜 많았다.
80년대 한국 사람들이 유학을 많이 가면서 한국이 많이 발전했고, 그 후 2000년대 초반에는 중국 사람들이 유학을 많이 가면서 중국이 놀랍게 발전했다.
인도 학생들이 이렇게 많은 걸 보니 앞으로는 인도가 무섭게 발전할 것 같다.
대한민국 진짜 정신 차려야 하는데... ㅜㅜ
졸업식이 끝난 후 로녹으로 돌아갔다.
이곳 고속도로에서는 속도 제한을 무시하고 차들이 시속 80~90마일로 달린다.
심지어 화물차조차 그 속도로 달린다.
달도 없는 어두운 밤에 내비 보랴 신경 쓰며 빠르게 운전하느라 힘들었다.
젊을 때에는 하루에 10시간을 운전하며 다니기도 했지만 이젠 운전하기가 정말 싫다.
그런데 우리 애들 둘 다 장롱면허니 내가 하는 수밖에... ㅜㅜ
오늘도 긴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