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23년 5월 4일 목요일 (맑음)
산행코스: 동학사 ~ 쌀개봉 ~ 천황봉 ~ 머리봉 ~ 신원사
산행거리: 9.5km
산행시간: 09:36 ~ 16:16
산행트랙:
등산지도:
고대하던 계룡산 천황봉을 가는데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암릉 구간이 있기 때문이다.
갈 수 있을까?
가고 싶은데.
무사히 하산하게 해주세요.
산행 중 쥐나지 않게 해주세요.
체력도 안 되고, 실력도 안 되니 항상 기도하는 마음으로 다니게 된다.
동학사 주차장에서 내려 동학사 쪽으로 올라간다.
이달부터 사찰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고 지역 TV에서 인터뷰를 하러 나왔다.
좋긴 한데 국가에서 보존해 주기로 했다니 결국 내 세금으로 내는 거 아닌가?
도대체가 봉이 김선달 식이다.
녹음이 제법 짙어진 동학사로 올라가는 길에는 관음암 옆에 길상암, 길상암 옆에 미타암이 나란히 붙어있다.
향토제를 한다고 지역 어르신들이 관복을 입고 계셨다.
관음암
등산로 입구로 들어선 후 돌길을 지나 500개가 넘는 계단을 올라간다.
초반부터 운동 빡세게 하네.
계단에 올라서니 동학사가 저~ 아래 보인다.
가야 할 능선을 바라보고 다시 돌계단을 올라갔다가 은선폭포 전망대까지 내려간다.
은선폭포
은선폭포 전망대에서 900m 더 올라가면 관음봉 1.4km 이정표가 나온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스며든다.
길도 없는 가풀막을 치고 오르면 암릉이 시작된다.
완전 칼바위 능선을 기어 올라간다.
아이고, 무서워라. ㅜㅜ
천황봉으로 가는 코스가 몇 개 있는데 하필 제일 어려운 코스로 가는 건 뭐임?
조망터에서는 삼불봉에서 관음봉에 이르는 주능선이 보인다.
멋진 풍경에 힘들어도 즐겁다.
무지 무서운데 기쁘다.
이게 말이 되나?
아무튼 벌벌 떨며 올라가면서도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드디어 최대 난코스에 도착했다.
수직의 바위 절벽을 횡단하는 구간이다.
선답자들의 블로그에서 여길 보고 새가슴 misscat은 일주일 내내 불안에 떨었다.
대장님께서 걱정 말라고, 하네스 가져간다고 하셨는데 딱 하네스만 가져오셨다.
가터벨트도 아니고, 이것만 하고 어쩌라고요? ㅜㅜ
결국 맨 몸으로 건너가는데 일단 좀 울고.
울고 나면 오히려 진정이 되는 것 같다.
두려움에 정신없이 건넜는데 사진 찍는 걸 잊었네. ㅜㅜ
사진 찍자고 다시 갈 수도 없고.
이후 너덜길을 가파르게 올라 주능선에 도착하였다.
왼쪽으로 쌀개봉을 향해 간다.
가는 길도 암릉의 연속이라 조망이 백만 불짜리다.
계룡산 주능선
연천봉과 등운암(맨 왼쪽)
드디어 천황봉이 보이기 시작한다.
뒤돌아보면 장군봉에서 관음봉에 이르는 계룡산 주능선이 너무 멋지다.
연천봉으로 갈라지는 능선도 멋있고, 건너편 갑하산도 멋있고, 천왕봉과 향적봉에 이르는 능선도 멋있다.
몇 번 밧줄 구간을 지나고, 밧줄이 없는 위험 구간에서는 자일을 내려주셨다.
천황봉과 쌀개봉(오른쪽)
쌀개봉 정상에는 군 시설물이 있다.
왼쪽으로 돌아 내려가면 천황봉 아래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좀 헤매었다.
내가 검색한 바로는 왼쪽으로 가야 하는데 대장님께서는 애초에 군부대 안에 있는 천단에 갈 생각은 없으신 듯했다.
통신탑 아래에 있는 천단 정상석이 보였는데... ㅜㅜ
아쉬워라.
개구멍을 통해 군부대를 오른쪽으로 돌아갔다.
가파른 산 사면이라 암릉이 아닌 데도 벌벌 떨며 갔다.
쌀개봉 정상
천황봉
(통신탑 아래 천단이 보인다.)
정상에 있는 군부대에는 군인의 모습이 보였다.
분명 우리가 보였을 텐데도 부대로 접근을 안 해서 그런지 아무 말도 없었다.
정상 아래에는 사자 모습의 바위가 있었다.
저게 사자바위인가?
천황봉(계룡산) 정상
천황봉에서 암릉을 타고 머리봉까지 간다.
향적산까지 이어지는 장쾌한 능선에 가슴이 뛴다.
무섭지만 오늘 정말 행복한 날이다.
비가 온다고 했었는데 날씨도 너무 좋다.
내가 다시는 이곳에 오지 못할 것을 아시고 은혜를 베푸시나 보다.
머리봉에서 향적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천황봉
머리봉
암릉을 따라 내려가면 사자바위가 나온다.
사자바위 위에서 사진을 찍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서 무서웠다.
사자바위는 보는 위치에 따라 정도령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일명 정도령바위라고도 하는데 어느 블로거께서는 유서 없는 정도령바위라는 이름을 절대 사용해선 안 된다고 하였다.
사자바위
사자바위를 지나 내려가면 문다래미가 나온다.
강아지와 두꺼비가 입맞춤하는 모습이라나?
문다래미
문다래미에서 내려간 후 머리봉으로 올라간다.
머리봉으로 올라가는 암릉은 홀드가 있어 보기보다는 괜찮았다.
머리봉에는 앙증맞은 정상석이 있었다.
천황봉에서 내려온 능선과 향적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그리고 드넓은 황산벌이 보인다.
머리봉 정상
천황봉에서 내려온 길
향적산과 황산벌
머리봉에서 마지막으로 조망을 즐긴 후 신원사로 내려갔다.
중간에 약간의 알바.
머리봉 아래
알바 구간(숫용추폭포)
신원사로 가는 길에 계룡산을 바라보니 오늘 우리가 걸은 능선이 새록새록 생각난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제정신이라면 절대 못 갔을 것 같다.
불과 몇 시간 전에 저곳을 걸었는데 마치 꿈을 꾼 것 같다.
아름답고 멋진 꿈을 꾼 것 같다.
그 꿈을 또 꾸고 싶어서 다음 산행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