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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The Order of Time)

지은이: Carlo Rovelli

 

나이를 먹을수록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이 아쉬워서 제목만 보고 집어든 책인데 저자가 이론 물리학자다!
이런, 제일 싫어하는 것이 물리학인데. ㅜㅜ
이왕 빌려온 책이니 읽긴 읽어야겠지.
책이 두껍지 않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나뉘어있다.
1부에서는 물리학이 지금까지 시간에 대해 알아낸 것들을 기술하고 있다.
첫 장에서부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나온다!
시간은 어떤 곳에서는 천천히 흐르고, 어떤 곳에서는 빨리 흐른다.
따라서 낮은 곳에 사는 사람은 높은 곳에 사는 사람보다 덜 늙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아파트도 고층보다는 저층에 사는 것이 노화 방지에 좋다는 말이 되나?
물체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중력 때문이라고 배웠는데 이 책에서는 아래쪽의 시간이 느리게 흐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왜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쪽으로 물체가 떨어질까?
이론물리학자에게 물어봤더니 그 말이 그 말이지만 계산을 해서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복잡하단다.
치, 나 이해할 수 있는데...
또한 시간은 움직이는 속도에 의해 다르게 흐른다.
바삐 움직이면 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움직이지 않고 멈춰 있으면 빨리 흐른다고 한다.
어렸을 때는 시간이 천천히 가는 것 같은데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활동량에 의해 시간이 다르게 흐르기 때문이겠지?
활동적인 사람이 덜 늙는다는 말을 뒷받침해주는 말이니 부지런히 움직이며 살아야 하겠다.
저자는 시간에 있어서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열이 뜨거운 물체에서 차가운 물체 쪽으로만 이동할 뿐 그 반대로는 이동하지 않는 것처럼 시간도 역주행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이것이 과거와 미래를 설명하는 법칙이다.
과거와 미래 사이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없지만 우리가 사건들에 특수성을 부여했는가 아닌가에 의해 과거와 미래의 차이가 결정된다고 한다.
과거의 사건들은 정리가 되어있고, 즉 특수성이 부여되어 있고, 미래의 사건들은 정리가 되어있지 않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시간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고대부터 논의되어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간은 변화의 척도라고 하였다.
사물은 계속 변화하고 이러한 변화를 측정하고 계산하기 위해 시간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면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하지만 뉴턴은 사물의 변화와 상관없이 흐르는 절대적인 시간이 있다고 하였다.
상반되는 두 거장의 생각을 통합한 사람은 아인슈타인이다.
아인슈타인은 중력장으로 두 개념을 통합했다고 하는데 솔직히 그 부분은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것 역시 계산을 해서 설명해야 하는 부분이라 그냥 말로는 이해할 수가 없는 거라고. ㅜㅜ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중력장에 의한 상대성이론 또한 양자역학에 의해 무너졌다고 한다.
양자역학에 의하면 흔히 생각하듯 시간은 연속적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최소 단위의 간격으로 된 특정 값들이 있을 뿐이다.
이것은 음향학에서 소리를 녹음, 재생할 때 사용하는 디지털 방식을 생각하니 쉽게 이해가 되었다.
2부에서는 자신의 루프양자중력이론으로 시간을 설명하고 있다.
시간과 열, 엔트로피를 연관 지어 설명하는 루프양자중력이론은 단순한 가설일 뿐 아직 검증된 것이 아니다.
시간이 무엇인지에 대해 과학자들이 끊임없이 가설을 세우고 연구해 나가는 모습들이 재미있기도 하고 '왜 골치 아프게 이런 연구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생활이 편하기는 하지만 과연 그것이 인간에게 꼭 이로운 것인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3부에서는 갑자기 아우구스티누스, 칸트, 하이데거 등을 인용하며 인간이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철학적인 듯 하기도 하고 아닌 듯 하기도 하고...
시간이 무엇인지 아무리 알아내려 해도 아직 알 수 없기에 결과적으로는 철학으로 되돌아가는 것 같다.
시간에 대한 호기심을 갖는 것이야 상관할 바 아니지만 시간이 무엇인지 안다고 뭐가 달라질까?
그런다고 내 인생이 달라지나?
난 영원불멸을 꿈꾸지도 않고,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지도 않고, 굳이 미래를 알고 싶지도 않다.
과학자들은 현재는 없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저 내게 주어진 순간순간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Carpe di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