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22년 12월 30일 금요일 (맑음)
거리: 6.2km
지도:
세밑에 광화문에서 열리는 서울 빛초롱 축제를 보러 갈까 하다가 사람들이 너무 많을 것 같아 남산 야행으로 바꿨다.
동대입구역 6번 출구로 나가 동국대학교를 지나고, 장충야구장을 지나고, 운치 있는 한옥 카페를 지나 국립극장으로 올라간다.
좀 춥지만 쪽반달이 비춰주는 밤길이 걷기에 좋다.
이 길을 대체 몇 년 만에 걸어보는지 모르겠다.
중, 고등학교 때는 국립극장에 가느라 뻔질나게 걸어 다녔는데.
그때도 언덕 오르내리기가 참 힘들었다.
겨울에는 얼마나 춥고 미끄러운지.
그래도 친구들이랑 깔깔거리며 다녔지.
옛 추억을 더듬어 보는데 그 이외에는 학창 시절에 대해 별로 기억나는 것이 없다.
하긴 그 시절 내 세계는 공부와 음악뿐이었으니까.
변한 건 사람뿐이라고, 옛 모습 그대로의 국립극장을 지나 남산순환도로로 접어든다.
원래 여긴 이렇게 사람들이 안 다니나?
호젓한 길이 딱 내 취향이다.
이 길은 서울숲 남산길, 한양도성길 3코스, 남산둘레길이 겹치는 곳이다.
복원된 옛 성곽들도 보이고, 왼쪽으로는 서울 야경이 황홀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자동차들의 행렬이 마치 크리스마스 장식 같다.
소나무숲길도 있어 낮에 오면 더 좋을 것 같다.
완전 데이트 코스인 걸.
드디어 남산서울타워가 보이고, 곧이어 서울타워에 도착하였다.
여기도 거의 20년 만에 온 것 같다.
서울의 중심에 있어 어느 쪽으로 봐도 조망이 훌륭하다.
서울타워 앞 철제 난간에는 사랑을 맹세하는 커플들의 자물쇠가 빼곡하게 달려있다.
이렇게 수많은 커플들 가운데 지금까지 인연을 맺고 있는 커플들이 몇이나 될까?
허무한 사랑의 약속.
그저 사랑하는 순간에 충실하길.
남산서울타워에서 계단을 한참 내려간다.
아, 케이블카 타고 내려가고 싶다.~
내려가다 보니 낯익은 건물이 보인다.
예전에 어린이회관이었던 곳이다.
이 근처에서 초등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자주 가던 곳이다.
그러고 보니 겨울에 눈이 내리면 스쿨버스가 남산을 올라가지 못해 버스에서 내려서 걸어가던 기억이 난다.
수업은 뒷전이고, 친구들과 눈싸움을 하며 신나게 놀던 기억들.
만나면 서로들 하나도 안 변했다고 말하지만 모두들 어느새 머리에 서리가 내리고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새겨졌다.
요새는 부모님들 장례식장과 자녀들 결혼식장이 주요 만남 장소이다.
남대문시장으로 내려간 뒤 신세계 백화점으로 가서 혼자 우아하게 저녁을 먹고 신세계 백화점 크리스마스 미디어 파사드 <Magical Winter Fantasy>를 구경한 후 우아하게 BMW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 BMW: Bus, Metro subway, Walking
한 해 지나간다고 별 거 아니야.
어차피 시간은 매 순간 흘러가고 있는 것.
학창 시절 모토처럼, 후회나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