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4년 11월 3일 월요일 (맑음)
산행코스: 전득이고개 ~ 해명산 ~ 방개고개 ~ 낙가산 ~ 절고개 ~ 보문사
산행거리: 6.2km
산행시간: 10:20 ~ 2:20
등산지도:
추워진다고 하여 다운 점퍼를 챙겨 입고 나왔는데 화창하고 산행하기 딱 좋은 날씨이다.
버스로 강화도 외포리까지 가서 배를 타고 석모도로 건너갔다.
아주 오래전 친구들과 이곳을 와본 적이 있다.
신촌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왔는데 그 당시에는 오는 도중 몇 번 검문, 검색이 있었다.
친구들 중 한 명이 안경을 썼는데 우리는 그 친구를 골려줄 요량으로 안경도 위장의 일종이기 때문에 검문할 때 벗고 있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마침 그 친구가 신분증을 안 가져왔기 때문에 잔뜩 겁을 먹고 검문을 할 때마다 안경을 벗어 감추고는 새초롬하게 앉아있었다.
우리는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참느라 애를 썼고.
한번은 수다를 떠는 바람에 검문을 하기 위해 군인이 버스에 타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뒤늦게 알게 된 친구가 당황하여 왜 검문한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느냐며 허둥지둥 안경을 벗는 것을 보고 우리는 드디어 빵 터졌다.
웃음을 참지 못하고 낄낄대는데 그 친구 혼자서만 '얘네들이 왜 이러나?' 하는 표정으로 앉아있고.
그 모습에 우린 또 뒤집어지고.ㅋㅋㅋ
외포리에 도착하여 보문사로 갔는데 화장실을 찾으니 "스님용"과 '녀자용"이 있었다.
그것에 우린 또 눈물이 나도록 웃어댔다.
그 시절엔 뭐가 그리 우스웠는지 모르겠다.
별 것도 아닌 일에 배를 잡고 깔깔대고.
앨범을 찾아보니 앳된 여자애들 네 명이서 촌스런 옷차림으로 찍은 사진들이 있었다.
당시 청춘의 열병을 앓던 나는 수척해진 모습으로 웃고 있고.
그 때는 죽을 것 같이 힘들었는데 지나고 나니 그 또한 아름답게 느껴진다.
오히려 그러한 추억이 내게 남아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그로 인해 내 삶이 더 충만해지고 풍요로워진 것 같다.
참 아름다웠던 시절이었다.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 해도 그보다 더 열심히 살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매 순간 최선을 다했고 그래서 내 아픔조차도 소중하고 내 실수조차도 귀하다.
나중에 지금 이 순간을 회상할 때도 한 점 후회가 없도록 오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
그 옛날 배를 따라오던 갈매기들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배를 따라왔다.
작년 가을 이곳으로 야유회를 왔었는데 그때 사람들이 갈매기들에게 새우깡을 주는 것을 보고 부러워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나도 새우깡을 준비해갔는데 도저히 무서워서 팔을 길게 뻗을 수가 없었다.
갈매기들이 다가오면 뒷걸음치게 되고.
내가 무서워하는 것 중 하나가 새다.
어렸을 때 <새>라는 영화를 보고나서는 새가 영 무섭다.
사람들이 주는 새우깡에 길들여진 갈매기들은 배가 떠날 때면 일제히 날아올라 뱃전을 선회하다가 배가 선착장에 닿으면 얌전히 바다에 내려앉아 휴식을 취한다.
2017년에 연육교가 완공되고 나면 사람들이 배를 이용하기보다는 다리를 건너 외포리로 들어갈 텐데 그때 이 갈매기들은 어떻게 하나 쓸데없는 걱정을 해본다.
새우깡을 받아먹던 아이들이 먹이 사냥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자연에서 먹이를 찾는 훈련을 하도록 갈매기들에게 새우깡을 주면 안 되는 걸까?
그 놈의 머리는 또 복잡하게 굴러가고.
어쨌든 야심차게 준비해 간 새우깡을 결국 갈매기들에게 주지도 못하고 외포리에 도착하였다.
전득이고개에서 가벼운 오르막으로 산행이 시작되었다.
20여분 올라가자 조망이 터졌다.
내려다보이는 서해는 왜 이 산이 <해명산>인지 설명해주는 것 같았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바다가 눈부셨다.
편안한 숲길을 지나고 짧지만 멋진 암릉 코스도 지나서 해명산 정상에 도착하였다.
해명산 정상
다시 낙가산까지 가볍게 오르내리며 나아갔다.
가는 길에 재미있는 바위들이 많이 있었다.
어금니 바위
햄버거 바위
이건 사람 옆모습 같은데 뒤에서 보면 곰 발바닥 같기도 하고.
슬랩 구간도 있었지만 멀리서 보는 것과는 달리 쉽게 올라갈 수 있었다.
눈썹바위 위가 바로 낙가산 정상인데 정상석이 없이 나무에 달랑 종이 한 장 달려있었다.
그것이라도 있어 정상임을 알려주니 다행이긴 하지만.
낙가산 정상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느긋하게 점심을 먹으며 계속 상봉산으로 갈 것인지, 그냥 하산을 할 것인지를 의논하였다,
거리가 멀지 않고 별로 힘도 들지 않았기 때문에 상봉산에 갔다 와도 충분할 것 같았지만 오늘은 어차피 놀러 온 것이니까 여유 있게 놀다 내려가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래서 세월아, 네월아 하며 앉아서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냈다.
절고개에서 내려가는 길은 경사도가 꽤 있는 내리막이었다.
게다가 어찌나 먼지가 풀풀 나는지 앞사람 뒤를 따라가다 보니 먼지를 온통 뒤집어쓰게 되었다.
내려가다 보니 눈썹바위 밑에 마애석불이 보이는데 거기까지 가는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마침 비구니 한 분이 내려오시기에 물어보니 절을 통해 올라가야 한다고 한다.
여기에서는 막아놓아 길이 없다며.
그래서 보문사까지 내려갔다.
내려가 보니 중간에 길을 막아놓은 이유를 알겠다.
보문사 입장료가 있었다.
2,000원이 비싼 건 아니지만 몇몇 사람은 예전에 마애석불을 보았고 다른 사람들도 별로 관심이 없다고 하여 그냥 내려갔다.
다시 배를 타고 외포리로 나갔다.
강화 풍물장터에서 한 시간을 주었기 때문에 2kg짜리 숭어를 2만 원 주고 사서 회를 떠먹었다.
힘차게 펄떡이는 놈을 잡아서 그런지 회가 싱싱하고 깔끔하였다.
맛있게 회를 먹고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하였다.
화창한 날씨와 아름다운 바다, 가을에 물든 산, 좋은 산우들, 흠잡을 데 없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