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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 외

2022.02.21 소백산 자락길 6자락 <온달평강로맨스길>

산행일시: 2022년 2월 21일 월요일 (맑은 후 눈)
산행코스: 보발재 ~ 방터 ~ 온달산성 ~ 영춘면사무소
산행거리: 14.5km
산행시간: 09:50 ~ 14:20
산행트랙:

소백산자락길 6__20220221.gpx
0.08MB

등산지도:


날씨가 따뜻해졌다가 추워졌다가 변덕을 부린다.
그 덕에 내 몸과 마음도 덩달아 변덕을 부린다.
이럴 땐 목적산행이나 트레킹이 도움이 된다.
죽으나 사나 가야 하니까.
그리고 일단 집을 나서고 나면 평정을 되찾을 수 있으니까.
지난주에는 좀 아팠다, 몸도 마음도.
오늘 소백산 자락길을 걷고 나면 으레 그렇듯이 툭툭 털고 일어날 것이다.
소백산 자락길 6자락 <온달평강로맨스길>은 보발재에서 시작한다.

 

오늘도 임도를 계속 걷게 된다.
보발재에서 왼쪽으로 연화봉을 바라보며 차마고도와 같은 임도를 걸어간다.
이런 비포장 임도는 지프차를 타고 달려야 하는데...
모퉁이에는 간간이 벤치가 있어 쉬어갈 수 있고, 예술적인 화장실도 있다.
그런데 겉보기만큼 내부는 깨끗하지 않다고.

 

꾸준히 올라갔다가 보발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간다.

방터로 내려가는 길은 음지마다 눈이 쌓여있었다.
살짝 얼어서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나는 눈길이 참으로 청량하다.
이 길이 <온달평강로맨스길>이다.
과연 나라면 온달과 결혼할 수 있었을까?
내 딸이 온달과 결혼하겠다고 하면 기쁜 마음으로 축복할 수 있을까?
평강공주의 부모님 속이 얼마나 탔을까?

 

멋진 잣나무 숲을 지나 내려가면 방터가 나온다.
이곳에서 꼬리표는 오른쪽으로 가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이정표에 온달산성은 왼쪽으로 가라고 나와 있어서 잠시 고민을 하다 왼쪽으로 가기로 하였다.

 

그런데 왼쪽으로 가는 길은 좀 돌아가는 길 같다.

온달산성까지는 0.4km가 아니라 2.4km 정도 된다.


온달산성은 성벽을 수리 중이었지만 성벽 위에 올라갈 볼 수 있었다.

 

온달산성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추워져서 옷을 다 꺼내 입고 후드까지 뒤집어 썼다.
데크 계단을 내려가면 정자가 나온다.
예전에는 강이 내려다보였겠지만 지금은 나무에 가려 조망이 없었다.

 

다시 데크 계단을 내려가면 온달관광지가 나온다.

 

식당에서 곤드레 비빔밥을 사먹고 온달관광지를 구경하였다.(대인 5,000원)
안에는 드라마 세트장과 온달동굴이 있다.
먼저 온달동굴로 갔다.
안전모를 쓰고 들어가는데 여긴 필히 안전모를 써야 한다.
동굴 통로가 좁고 낮아 오리걸음으로 가야 하는 곳이 꽤 있었다.
아무런 기대도 안하고 갔는데 여기가 오늘의 하이라이트였다.
아마 오늘 여길 구경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은데? ㅎ

 

온달동굴

(머리를 찧을까봐 바위가 돌출되는 곳마다 패드를 붙여놓았다.)

(동굴 안에서 이끼와 풀도 자라고 있다.)

동굴을 나가 드라마 세트장을 둘러보았다.
고구려 시대에도 2층집이 있었나?
그 옛날치고는 건물 양식이 너무 럭셔리한 것 같다.

시간이 많지 않아 서둘러 돌아보고 나가야 해서 아쉬웠다.

 

남한강을 따라 영춘면사무소까지 가서 6자락을 끝냈다.
차가운 강물에는 고니가 무리지어 놀고 있었다.

 

이후 버스를 타고 단양강잔도길 5코스인 <수양개역사문화길>을 걸으러 갔다.
수양개선사유물전시관 앞에서 내리니 맑은 하늘에서 눈이 펑펑 내린다.
너무 좋다.
내 마음에도 소복이 쌓여 모든 번뇌를 덮었으면 좋겠다.
이끼터널에는 겨울이라 이끼가 거의 없었다.

 

이끼터널

도로를 따라가다 잠시 산길을 걷는다.

이 길이 참 좋은데 사람들은 모르고 그랬는지 알고도 그랬는지 그냥 도로를 계속 가고 있었다.

왜들 그럴까잉?

 

<시루섬의 기적>을 지나고 무지개 빛 램프로 장식된 터널을 지나 만천하스카이워크 입구에서 단양강잔도로 들어섰다.

 

만천하스카이워크

단양에서는 800m 길이의 잔도가 공짜다. ㅎ
하얗게 눈이 쌓인 강을 바라보며 잔도를 걸어가노라니 불현듯 우울해하는 나의 감정적 사치가 부끄러워졌다.
내가 후원해오던 청년이 오랜 투병 끝에 며칠 전 하늘나라로 갔다.
그렇게 살려고 애를 썼는데...
내가 살고 있는 오늘은 어제 죽은 누군가가 그토록 살고 싶어 했던 내일이라던데...

그를 데려 가신 하나님의 뜻을 우리는 알 수 없지만 이 땅에 있는 동안 감사하며 기쁘게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