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Alexander con Schönburg
며칠 전 아들 혼사를 치른 분과 이야기를 나누다 어른 노릇하기도 힘들다는 말을 들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나도 그런 생각이 종종 들곤 한다.
과연 어른이란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이 책의 들어가는 글의 제목은 <어른들이 사라진 시대에서 어른으로 산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품위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법”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아서왕의 전설을 이야기하며 아서왕에게 던져진 질문을 꺼낸다.
“여자가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흠,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이지?
잠시 생각하다 나온 답은 “나답게 사는 것”이다.
그럼 이야기에서의 답은?
자기결정권이란다.
비슷한가?
저자는 그러한 자율성의 추구에 고귀함을 덧입히고자 기독교와 기사도 정신으로부터 다음의 27가지 덕목을 가져온다.
1. 현명함: 현명함이란 여러 가지 일과 상황 앞에서 자신의 지식에 만족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가르침을
받아들여 한 번 더 깊게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다.
2. 유머: 유머는 부조리한 것, 무의미한 것들을 참아내고 자기 자신을 웃어넘길 수 있는 능력이다.
3. 열린 마음: 올바른 코스모폴리터니즘은 획일적인 세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존중하고 나아가 장려하는 것이다.
4. 자족: 절제는 “원한다면 얼마든지 달리 행동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자발적인 단념
또는 자제된 능력이다.
5. 격식: 몸에 밴 매너가 그의 역사를 증명한다.
6. 겸손: 최고의 오만함은 고개를 숙이는 것이다.
7. 충실: 사랑은 호르몬의 화학작용이 끝난 다음부터 시작된다.
“사랑하는 것이 의무일 때만, 오직 그 때에만 사랑은 어떤 변화에도 안전하고,
축복된 독립 속에서 영원히 자유를 누리고,
절망 앞에서도 영원토록 행복하게 안전할 수 있다.”
(키에르케고르)
8. 정조: 솔직하게 순진하지 말고 정직하게 순수하라.
9. 동정심: 공감은 내가 당신과 같지 않다는 깨달음에서 시작된다.
10. 인내: 사소한 불편을 참아내면 큰 역경을 견뎌내는 훈련을 하는 셈이다.
11. 정의: 정의는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다가가는 것이다.
12. 스포츠맨십: 승리와 패배, 모두 나는 성장시키는 놀이의 일부다.
13. 권위: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이 모두를 존중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내가 권위를 인정하기로 한 것은 그 덕분에 내 삶이 한결 안전하고 쾌적해지기 때문이다.
14. 데코룸(특정 상황에서 어울리는 말씨, 외양, 행동): 규칙에서 자유롭고 싶다면 먼저 규칙에 통달하라.
15. 친절: 작은 친절이 우리가 서 있는 지옥을 잊게 만든다.
16. 인자함: 타인에게 엄격한 잣대는 스스로에 대한 과대평가에서 비롯된다.
스스로의 흠을 알고 있다면 타인의 흠에 너그러워진다.
우리는 살아가며 알게 모르게 수없이 많은 용서를 받았다.
17. 솔직함: 인간은 솔직함을 좋아하지만 얼마만큼 솔직해져야 하는지는 모른다.
타인의 거짓말에는 너그럽고, 자신의 거짓말에는 엄격하라.
18. 관후함(관대함): 관대함은 자기중심의 편협함, 즉 이기심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능력이다.
19. 절제: 절제는 내 삶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으로서 나를 지배했던 우상과 결별할 때 자유가 시작된다.
20. 신중함: 어른은 하고 싶은 말과 해야 할 말을 구분할 수 있는 존재다.
21. 쿨함(coolness): 어려움도 삶의 일부이고 고통도 나의 것이다.
22. 부지런함: 게으름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정말 중요한 것이 들어설 빈틈을 마련해야 한다.
23. 극기: 극기는 어떤 일에 대한 결정권을 본인이 가진다는 것으로서 충동이 일 때마다 굴복하지 않고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때 우리는 진정한 만족을 느낀다.
24. 용기: 용기란 불행과 고통을 견디는 능력이다.
약점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는 최선의 수단이다.
25. 관용: 누군가를 존중한다는 것은 내 주장으로 상대를 누르려고 하지 않는 것, 먼저 상대방을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독자적이고 존엄을 갖춘 인간으로 지각하는 것, 설령 원한과 모순과 편견으로
가득 차 있더라도 일단 상대의 말을 잘 듣는 능력을 훈련한다는 뜻이다.
26. 자부심: 자부심은 자기 자신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문제다.
27. 감사함: 삶이 버거울수록 감사할 거리를 찾아라.
감사함이야말로 행복의 열쇠다.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느긋해 보이고, 갖은 고생도 가볍게 받아들이며, 늘 유쾌함을 잃지 않고 재치 있는 농담을 던질 수 있는 사람. 모든 자리에서 적절하게 갖춰 입고 처신할 줄 알면서도 거만하지 않고, 기꺼이 도움을 주면서도 생색내지 않는 사람.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제 의견을 똑 부러지게 말하는 사람. 그러나 언제 침묵하고 언제 눈을 감아줘야 하는지도 아는 사람. 그리고 곤란한 일이 벌어지면 중재할 줄 알고, 사람들을 잘 이끌며, 얼굴에서부터 신뢰를 줌으로써 불편한 내용조차 불편하지 않게 전달할 줄 아는 사람.”
와! 이런 완벽한 사람이 도대체 있기는 하는 걸까?
우리의 좌절감을 예상한 듯 저자는 27개의 덕목이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을 가늠할 수 있게 하고, 오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게 해주는 가이드라인일 뿐이라고 한다.
보람된 삶, 행복한 삶이란 부단히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여 자기 자신으로부터 가능한 한 최선의 상태를 끄집어내는 것이라고 하니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노력해왔던 나의 삶은 행복한 삶이었던 건가?
또한 우리가 이러한 삶을 살아갈 때에 잘못을 되풀이하고 실수를 범함으로써 완벽함과 거리가 멀고, 흠 없는 완전무결한 상태에 결코 도달할 수 없다는 말은 큰 위로가 된다.
“좌절을 딛고 더 강해진 모습으로 원래 사명으로 돌아갈 수 있고, 부족한 점을 자각하며 스스로 도움이 필요한 존재임을 깨닫기에 단점조차도 여정의 일부”가 된다.
다소 고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덕목들이지만 인간과 동물의 차이가 본성에 굴복하지 않는 것이라는데 동의한다면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
또한 이 책의 진가는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라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해박한 지식으로 이러한 덕목들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무엇을 하느냐보다는 어떤 사람이 되느냐가 더 중요한 나이가 되었으니 어제보다는 오늘이 더 낫고,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이러한 삶의 추구는 개인적인 발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또한 살 만한 세상을 만드는 일이 될 것이다.
원어로 읽어보고 싶은데 내 독일어 실력이 단어만 간신히 알 정도라 아쉽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