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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 외

2022.02.07 소백산 자락길 3자락 <죽령옛길> <용부원길> <장림말길>, 4자락 <가리점마을옛길>

산행일시: 2022년 2월 7일 (흐림)
산행코스: 희방사역 ~ 죽령옛길 ~ 죽령 ~ 음지마을 ~ 당동리 ~ 마조리 ~ 노동리 ~ 기촌리
산행거리: 23.9km
산행시간: 09:52 ~ 16:37
산행트랙:

소백산자락길 3, 4 20220207.gpx
0.12MB

등산지도:


낮에도 기온이 영하에 머문다는 예보에 잔뜩 껴입고 나섰다.
단양을 지나는데 강이 꽝꽝 얼어있다.
아무렴, 겨울엔 추워야 제 맛이지. ㅎ
오늘은 3자락과 4자락을 연결하여 걷는다.
소백산 자락길 3자락은 <죽령옛길>, <용부원길>, <장림말길>로 이루어진다.
희방사역에서 죽령마루까지가 <죽령옛길>이다.
2020년 폐역이 된 희방사역에서 오늘의 트레킹을 시작하였다.

 

희방사역에서 중앙고속도로 교각 아래를 지나가면 <죽령옛길>과 신라시대 이 길을 만든 죽죽이라는 사람에 대한 안내판이 나온다.

 

눈이 덮인 죽렁옛길을 따라 죽령마루까지 올라가는 길에는 그 옛날 이 길을 지나던 나그네들이 쉬어가던 주막터가 있다.
첩첩산중에서 주막을 운영하던 사람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잠시 그들의 사연을 상상해본다.

 

주막터

길은 점점 가팔라지는가 싶더니 죽령마루에 도착하였다.
죽령마루에는 죽령루가 있다.
반대편에는 영남제1관이라는 현판이 붙어있었다.

 

죽령루

이곳은 경북 영주와 충북 단양의 경계이며, 소백산에서 흘러내린 백두대간 줄기가 도솔봉으로 연결되는 지점이다
죽령루 길 건너편에는 죽령주막이라는 음식점이 있어 대간꾼들의 쉼터가 되고 있다.

 

죽령에는 뭐가 많이 있었다.
백두대간 표지석과 죽령 표지석이 있으며, 죽령 휴게소와 소백산국립공원 죽령 분소가 있다.

오랜만에 백두대간 죽령 표지석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들게 걸었던 길인데, 매번 울면서 걸었던 길인데 지금은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하지만 이내 가슴 한 쪽이 아려온다.
도솔봉에는 로즈퀸 님의 추모패가 있다.
그리고 산돌이 대장님과 선두에서 깔지를 깔고 다니시던 남설악 님도 산길에서 별이 되었다.
산돌이 대장님 외에는 그리 친하지도 않았는데 왜 아직도 이리 마음이 아플까?

그분들이 베풀었던 친절 때문인가?

때로 기억력이 좋다는 것은 고통스럽다.
아마 그래서 내가 사람들과 인연을 잘 맺지 않으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쉽게 스쳐지나가고, 쉽게 잊는 사람들도 있지만 난 그게 잘 안 된다.
2013년 이 산악회에 두 번째로 나왔을 때 만난 분이 산돌이 대장님이다.
대장 노릇 하시며 욕도 많이 먹으셨지만 나를 유난히 예뻐하시고 참 잘해주셨던 것 같다.
아마 체력도 안 되고, 실력도 안 되는 내가 허덕이면서도 끝까지 쫓아다니는 모습이 대견하셨던 것 같다.

내가 대간을 완주할 수 있었던 것도 다른 사람들의 원성을 들으면서까지 날 배려해주셨던 대장님 덕택이었는데.
대장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제대로 못 드렸던 것 같아요.
소백산 칼바람이 부는 죽령에서 먼저 가신 분들을 잠시 추모하였다.

죽령

소백산국립공원 죽령 분소 건너편에는 죽령옛고개명품마을(용부원2리)이 보이는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 왼쪽에 있는 데크 계단을 내려가면 <용부원길>이 이어진다.

 

죽령에서 용부사 입구까지는 포장도로로 변한 <죽령옛길>을 따라간다.
다자구할매를 모신 죽령 산신당을 지나 내려가면 머리가 잘려나간 장육불이 있는 보국사지가 나온다.

 

죽령 산신당

보국사지 장육불

죽령옛고개마을(용부원2리)을 지나 직진하여 가다가 좌측 용부사 쪽으로 간다.


용부사 입구에서 우측 데크 계단으로 내려간 후 한동안 계곡 옆의 데크로를 따라간다.
하얀 눈까지 깔려 더없이 아름다운 길이다.
손잡고 걸어가고 싶은 길이다.

 

가는 도중 오른쪽으로 단양 제2팔경이라는 죽령폭포가 있다.
데크 계단을 내려갔다 다시 올라와야 하지만 장담하건데 내 생애 죽령폭포를 다시 볼 일은 없을 테니까 기필코 보고 가야 한다.
폭포가 얼어 사진보다 훨씬 멋있었다.

 

다시 데크 계단을 올라가 아름다운 <죽령옛길>을 2km 정도 가면 출렁다리가 나온다.
다리 한가운데 부분은 상당히 많이 출렁거려 재미있었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장림말길>이 시작되는 것 같다.
죽령천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용부원1리 음지마을로 갔다.

음지마을은 일조량이 적어 사람들이 장수한다고 한다.

흠, 햇빛을 쬐지 말아야 오래 사는 걸까? 
이곳에서 주의해야 하는데, 북하리로 가면 안 되고 중앙고속도로 교각이 보이는 오른쪽 도로를 따라가야 한다.

 

용부원1리 음지마을

교각 아래 죽령옛길과 음지마을 표지석이 있다.

표지석을 지나면 4차선 도로 갓길로 가게 된다.
데크 길은 바라지도 않지만 펜스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한 가지 팁은 단양TG 진출로를 지나자마자 도로를 무단 횡단하는 게 편하다.
안 그러면 한참 내려갔다가 길을 건너 거슬러 올라와야 한다.

중앙고속도로 교각 아래에 4자락 표시가 있다.
그런데 4자락이 시작되는 이곳은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것처럼 장림리가 아니라 당동리이다.

 

소백산 자락길 4자락 시작점

마침 점심 먹을 시간이 되어 이곳에 있는 <고향집두부>에서 점심을 먹었다.
순두부 백반과 해물파전을 먹었는데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았음에도 순두부도 맛있고 반찬 하나하나 다 맛있어서 밥을 2/3공기나 먹었다.

 

배불리 먹고 소백산 자락길 4자락 <가리점마을옛길>을 이어갔다.
4자락은 처음부터 끝까지 포장도로이거나 비포장 임도이다.
도로를 따라 노루고개까지 가파르게 올라간다.

배불리 먹었더니 몸이 무거워져서 그런지 올라가기가 힘들었다.
노루고개에는 성황당 터를 지키는 멋진 소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도솔봉

노루고개

노루고개에서 오른쪽 임도를 따라 마조리까지 간다.
이 길이 <가리점옛길>이다.
그런데 옛길이라기보다는 화악터널에서 중봉으로 가는 군사도로 같았다.
이렇게 계속 올라가는 도로, 산길보다 더 힘들다. ㅜㅜ
하늘에 닿을 듯이 계속 올라가다가 한없이 내려가면 조리 모양의 마을이라는 마조리 가리점마을에 도착한다.

 

마조리 가리점마을

마을길을 따라 노동리까지 내려간 다음 노동동굴 삼거리를 지나 기촌리로 간다.
기촌리로 가기 위해서는 가파른 도로를 또 올라가야 한다.
점심 먹은 것이 벌써 다 소화되었는지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파서 속도가 나질 않았다.
그냥 지나가는 차 있으면 잡아타고 가면 딱 좋겠네. ㅜㅜ
힘들게 갈 지(之) 자로 걸어 고개까지 올라간 후 신나게 내려간다.

내려가는 길에는 누가 여기까지 사격을 하러 올지 모르겠지만 클레이 사격장이 있었다.

 

그나저나 도대체 얼마나 남은 거야?
2km정도 남은 거 같은데 시간은 15분 남았네.

점심을 너무 오래 먹었나?
혹시 몰라 대장님께 전화를 한 후 분유 먹던 힘까지 짜내어 속력을 냈다.
문득 나는 내 인생 길에서 어디 정도 갔을까? 얼마나 빨리 가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얼마나 갔는지 아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단지 너무 빨리 가느라 오늘 하루 놓친 것은 없는지, 사랑을 보여주었는지 뒤돌아볼 뿐이다.
기촌교로 내려가니 7분 늦었다.

다시 대장님께 전화를 하는데 어떤 승용차가 지나가다가 유턴을 하여 오더니 저 위에 산악회 버스가 있다고 태워다 주겠단다.
사실 대장님이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버스가 내려가면서 태울 것이라고 해서 버스가 있는 곳까지 올라갈 필요가 없는데 굳이 태워다 주겠다고 친절을 베푸시는 바람에 할 수없이 차를 타고 버스가 있는 곳까지 갔다.
사랑을 보여줘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금방 이런 친절을 만나게 되네. ^^

 

기촌교 앞 5자락 시작점

오랜만에 24km 가까이 걸었더니 몸은 피곤했지만 어수선하던 마음과 머리는 한결 편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