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안도현
오래 전에 읽었던 <연어>를 다시 읽었다.
예전에 밴쿠버에 살 때 연어가 산란하는 계곡을 방문한 적이 있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어느 가을날, 좁은 계곡 상류를 거슬러 올라가느라 온 몸이 너덜너덜 헤어졌던 연어들.
허연 배를 드러내고 여기저기에 죽어있던 연어들.
측은함을 넘어 경이로움까지 느꼈던 모습이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연어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그 위험한 여행을 하는 걸까?
은빛연어는 그 여행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한다.
단순히 알을 낳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여행의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태어나서 자라고, 결혼하고, 자식을 낳아 기르고, 나이 들어 죽는 게 과연 우리 인생의 목적일까?
그건 너무 평범하잖아.
내 삶의 이유는 무엇일까?
산란터에 이르러 눈맑은연어가 은빛연어에게 삶의 이유를 찾았는지 물어보는 대목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 질문이 마치 나에게 물어보는 말 같았다.
젊었을 때는 평범하게 살고 싶지 않았다.
꿈은 높았고, 의욕은 불탔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역술가는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닭의 몸에 봉황의 머리를 가졌다고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난 항상 내 한계를 뛰어넘으려했다.
그것이 힘들면서도 즐거웠고 내가 살아가는 이유였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순간, 평범하게 사는 것이 행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생에서 뭔가 이루려고 했던 것이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빨리 내려놓은 것일까?
나처럼 사는 것은 공부한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라는 말까지 들었지만 내적 동기가 사라져버렸기 때문에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과연 잘 살고 있는 것인지,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 것인지 항상 의문이 들었다.
꿈을 찾아, 삶의 이유를 찾아 헤매었지만 항상 내 길이 아닌 것 같았고.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나의 질문에 답을 해주는 것 같다.
초록강은 삶의 이유가 지금 여기 존재한다는 그 자체라고 말한다.
삶의 이유가 존재 자체라니!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가!
존재 자체로 사랑받을 수 있고, 존재 자체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면 그 이상 무엇이 더 필요할까?
그래서 내겐 예수님이 필요하다.
내 모습 있는 그대로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주시는 분이기 때문에.
“묵묵히 바라보거나 나란히 헤엄치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
나도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