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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 외

2022.01.17 소백산 자락길 1자락 <선비길> <구곡길> <달밭길>

산행일시: 2022년 1월 16일 월요일 (맑음)
산행코스: 소수서원 ~ 금성단 ~ 배점 주차장 ~ 죽계구곡 ~ 초암사 ~ 달밭골 ~ 삼가 주차장
산행거리: 13.0km
산행시간: 09:50 ~ 13:55
산행트랙:

소백산자락길1 20220117.gpx
0.07MB

등산지도:

 

아직 둘레길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갈 만한 공지가 없어 또다시 둘레길을 간다.
이번에는 모두 12자락으로 되어있는 소백산 자락길이다.

 

소백산 자락길 1자락은 <선비길>, <구곡길>, <달밭길>로 이루어져있다.
<선비길>은 소수서원에서 시작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라지만 담장 밖에서 슬쩍 쳐다보고는 이정표를 따라 금성대군신단으로 갔다.
소수서원 주차장에서 금성대군신단을 안 거치고 바로 순흥 저수지로 갈 수도 있지만 짧게나마 <단종애사 대군길>을 밟아본다.

 

소백산을 사이에 두고 영월에는 단종이 유배되어 있었고 순흥에는 수양대군에 저항하던 금성대군이 유배되어 있었다.

그들은 고치령을 오가며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복위 운동을 준비하던 중 거사가 발각되어 모두 죽음을 당했다.

그것을 마음 아파한 백성들이 고치령에 산령각을 세우고 단종을 태백산의 산신으로, 금성대군을 소백산의 산신으로 모시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곳 순흥에는 금성대군신단이 마련되어 있다.

슬픈 역사의 현장이다.

욕심 부리지 않고, 싸우지 않고 살 수는 없을까?

 

금성대군신단

금성대군신단은 잠겨있어 담장 너머로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순흥의 흥망성쇠와 함께 했다는 1,100년 된 은행나무를 지나고, 사과나무 밭을 지나간다.

멀리 살짝 머리가 센 소백산이 보였다.


금성대군신단의 은행나무

순흥향교 갈림길에서 순흥향교에 갔다 올까 하다가 귀찮아서 그냥 가기로 하였다.
향교가 다 거기서 거기겠지, 뭐.

 

고인돌 고분에서 왼쪽으로 가면 도로를 만난다.
도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순흥 저수지가 나온다.
저수지 둘레에 데크 길을 만들어 놓았다.
이 시골에 저기 걷는 사람들이 있을까?

 

고인돌 고분

순흥 저수지

색색의 바람개비가 돌아가고 있는 배점리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당산나무가 있는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가도 되고 직진해도 된다.

 

이후 조금만 가면 소백산국립공원 부석 분소가 있는 배점 주차장에 도착한다.
배점 주차장에서 <구곡길>이 연결된다.

 

도로를 따라 가면 죽계구곡이 시작된다.
죽계구곡 이정표가 있어 옛길로 내려가 봤는데 길이 없는 것 같아 다시 되돌아가 도로를 따라 갔다.

 

바람도 심하지 않고 해가 나서 정말 걷기 좋은 겨울날이다.

머지않아 도로에서 오른쪽으로 빠져 사과나무 과수원 옆에 있는 데크 길을 걷게 된다.
사실 여기도 그냥 도로를 따라 올라가도 된다.

자락길을 걷는 사람들이 사과를 많이 따갔는지 곳곳에 경고문이 있었다.
걸어가다 사과 하나 따먹는 것이 도보여행자들에게는 낭만이겠지만 과수원 주인은 고역이리라.

 

이후 다시 도로로 나갔다가 죽계구곡 탐방로로 들어가면 숲길이 나온다.
죽계구곡은 9곡부터 거슬러 올라가는데 초입에 있던 9곡은 그냥 지나쳐버렸다.
죽계계곡은 큰 계곡이 아니라 그다지 멋있지는 않았다.
죽계계곡을 따라 초암사로 올라갈수록 바람이 점점 강하게 불어 무지 추웠다.
너무 손이 시려 사진 찍기도 싫을 정도였다.

 

8곡 관란대

7곡 탁영담

그러나 꽝꽝 언 계곡물도 사랑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는지 계곡 한 귀퉁이에 예쁜 하트가 만들어져 있었다.

 

사랑은 어디에나 있다.

돌멩이에도, 나뭇잎에도, 흘러가는 구름 속에도, 얼어붙은 계곡물에도.

우리 눈이 어두워 못 볼 뿐이다.

사랑을 찾으며 계곡을 따라 올라갔다.

 

6곡 목욕담

5곡 청련동애

초암 주차장에 도착하니 바람이 더욱 거세다.

따뜻한 화장실에서 몸을 녹인 후 단단히 옷을 여미고 초암사로 올라갔다.

 

초암 주차장

초암 탐방지원센터

4, 3, 2곡을 지나 초암사로 올라가니 소백산 칼바람에 초암사 풍경이 미친 듯이 춤을 추고 있었다.


풍경 달다 / 정호승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 처마 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도대체 누가 날 이렇게 미친 듯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일까? ㅎ

 

4곡 용추

3곡 척수대

2곡 청운대

초암사

바람을 피해 초암사 대웅전 옆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빨리 일어났다.
초암사에서 <달밭길>이 이어진다.
달밭골은 초암사와 비로사 사이의 계곡 길이다.

 

1곡을 지나면 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비로사 쪽으로 간다.

 

1곡 금당반석

월전 계곡을 따라가다가 이후 성재(달밭재)까지 약간 가파르게 올라간다.
오늘 산행에 84세 되신 할머니가 오셨다!
진짜 대단하신 분이다.
70세인 진주 언니가 내 롤 모델이었는데 이제 롤 모델을 바꿔야 하나?
일단은 70세까지라도 언니처럼 산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성재로 올라가는 길에는 군데군데 민가가 있었다.

 

사진에 나오신 분이 84세 되신 여산우님

월전 계곡

성재에는 벤치가 있어 쉬어갈 수 있다.
성재에서 삼가 주차장까지는 3.2km이며, 성재에서 오른쪽에 있는 금줄을 넘어 올라가면 비로봉으로 갈 수 있다.

성재/달밭재

멋진 잣나무 숲을 지나 달밭골마을로 내려갔다.

 

달밭골마을

산골마을 같지 않게 생긴 달밭골마을을 지난 후 도로 옆 데크 길을 따라 내려간다.
비로사를 지나고, 달맞이길 탐방로 아치를 지나 계속 데크 길을 따라 간다.
산행하고 내려와서 주차장까지 아스팔트 도로를 걸어 내려가는 것이 싫었는데 이런 거 정말 잘해놓은 것 같다.
중간에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촉 지도와 무장애 탐방로가 있다.
시도는 좋은데 디테일이 떨어져서 좀 아쉽다.
이왕 만드는 거 장애인들을 참여시켜 제대로 만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비로사

삼가 야영장에는 소백산국립공원 희방 분소와 소백산 자락길 홍보관이 있는데 홍보관은 문이 잠겨있었다.

이후 삼가 주차장으로 내려가서 1자락을 끝냈다.

 

13km를 4시간 만에 걸었다.
소백산 칼바람조차 반가운 날이었다.
그리도 고생하며 걷던 대간 길이 그리워진다.
올해에는 진달래가 핀 소백산 능선을 꼭 걸어봐야 할 텐데.

그곳에도 겨우내 잠자던 사랑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