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20년 7월 8일 수요일 (맑음)
산행코스: 대구미마을 ~ 심봉 ~ 상왕봉(정상) ~ 하느재 ~ 백운봉 ~ 업진봉 ~ 숙승봉 ~ 불목리
산행거리: 9.8km
산행시간: 11:55 ~ 16:55
산행트랙:
등산지도:
비가 온다고 하여 취소하였던 완도 오봉산 산행을 날씨가 바뀌어서 부랴부랴 다시 신청을 하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오늘은 멀리 가기 때문에 6시 40분에 출발한다.
평상시보다 20분 먼저 떠나는 바람에 막 떠나고 있는 버스를 간신히 잡아탔다.
예전에는 무박으로 가던 곳인데 당일로 나와 좋긴 하지만 멀긴 진짜 멀다.
앉아 있느라고 엉덩이가 아플 정도이다.
이제는 멀리 가는 거 정말 싫은데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가야 할 것 같아 열심히 다니는 거다. ㅜㅜ
내 체력에 자신이 없다 보니 예순 이전에 끝내야 한다는 조바심이 있었는데 550개 정도의 산을 오르고 나니 이제는 좀 여유가 생긴다.
앞으로 50개 정도의 산만 가면 내가 가고 싶은 산은 다 가는 거니까.
산행 공지만 제대로 올라온다면 목표했던 산들을 내년까지면 다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뭐하나?
갔던 곳을 또 가고 싶진 않고, 친목 위주의 동호회 산악회도 맞질 않고.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고 오늘은 오늘 산행에만 집중하자.
남창교를 건너 달도에 들어서니 두 사람이 버스에 올라 일일이 체온을 쟀다.
우린 산행만 하고 갈 건데.
그래도 이렇게 해주니 오히려 안심이 된다.
완도대교를 건너 날머리인 대구미마을에 도착하였다.
상왕봉까지는 3.3km이다.
잠시 임도를 따라가다 왼쪽 등로로 들어서 오봉능선을 올라간다.
흔히 완도 상왕봉으로 알려진 이 산의 이름은 오봉산이다.
그 오봉산의 정상이 상왕봉인 것이고.
그런데 난 심봉, 상왕봉, 백운봉, 업진봉, 숙승봉을 합쳐 5봉인 줄 알았는데 아닌가?
대구미마을에서 상왕봉까지의 능선이 오봉 능선이라고 표기되어있는 지도도 있으니 말이다.
섬에 있는 산은 높이에 상관없이 항상 가파르게 올라가야 한다.
첫 번째 봉우리까지 가파르게 올라간 다음 잔 봉을 세 개 넘으며 간다.
올라가는 길에는 하늘말나리가 많이 피어있었다.
그리고 중간 중간 조망터가 있어 힘들어도 기분 좋은 산길이었다.
하늘말나리
완도방조제
잠시 동백나무가 우거진 편안한 숲을 지난 후 삼거리에서부터 300m 가파르게 올라가면 원추리가 흐드러지게 핀 심봉에 도착한다.
심봉은 밧줄을 잡고 올라가도 되고, 왼쪽으로 우회하여 올라가도 된다.
심봉과 앞으로 가게 될 네 개의 봉우리는 모두 암봉으로 조망이 기가 막힌 곳들이다.
지나온 능선과 가야 할 상왕봉이 보이고, 보석 같은 남해 섬들이 내려다보인다.
오늘 비가 온다고 해서 산행을 취소했다가 막판에 비가 안 온다고 하여 다시 신청을 한 건데 (다행히 빈자리가 있었다!) 안 왔더라면 정말 속상할 뻔했다.
(밧줄을 잡고 올라가도 되고, 왼쪽으로 우회하여 올라갈 수도 있다.)
심봉 정상
상왕봉
지나온 능선과 완도방조제
심봉을 살짝 내려섰다가 데크 전망대가 있는 상왕봉으로 올라간다.
상왕봉에는 정상석이 두 개 있다.
전망대에는 투명 바닥으로 된 스카이워크도 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이런 조망이 난 정말 좋다.
행복감이 풀로 충전되는 느낌이다.
상왕봉 정상
이후 삼거리에서 백운봉 쪽으로 간다.
백운봉까지는 2.5km.
상왕봉에서 잠시 편안하게 능선을 따라간다.
중간에 조망터도 있고 데크 전망대도 있어 발걸음도 편하고, 눈도 즐겁다.
이후 제1전망대, 제2전망대 방향으로 간다.
조릿대 사이 길로 걸어가면 제1전망대가 나온다.
백운봉을 바라보니 한숨부터 나온다.
뚝~ 떨어졌다가 가파르게 올라가야 하겠네. ㅜㅜ
임도와 만나는 하느재까지 가파르게 떨어진다.
제1전망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백운봉
하느재
임도를 가로질러 백운봉 쪽으로 올라간다.
백운봉까지 1.1km.
제2전망대가 있는 잔 봉을 넘은 후 숯가마 터를 지나 안부까지 계속 내려간다.
왜 자꾸 내려가냐고!!
마지막 하산 코스가 아니라면 내려가는 게 반갑지가 않다.
내려가는 만큼 올라가야 하니까 말이다.
이정표가 있는 안부에 도착하면 하느재라는 팻말이 붙어있는데 하느재는 이곳이 아니라 아까 임도와 만난 곳이다.
제2전망대
안부
안부에서부터 700m를 가파르게 올라간다.
생각 없이 등로를 따라가다 보면 백운봉 정상을 지나치게 된다.
백운봉은 등로에서 오른쪽에 있는 바위를 기어 올라가야 한다.
오늘의 하이라이트이기 때문에 꼭! 꼭! 올라가 봐야 한다.
바위도 멋있고, 바위에 새긴 정상석도 멋있고, 조망도 좋고.
상왕봉에서부터 지나온 능선이 시원한 게 보인다.
여름 날씨치곤 오늘 그다지 덥지도 않고 정말 축복받은 날이다.
감사가 저절로 나온다.
백운봉 정상
백운봉을 내려선 후 업진봉으로 올라간다.
업진봉 옆 조망터에서 지나온 백운봉이 보인다.
그런데 설마 저게 숙승봉은 아니겠지?
업진봉 정상석은 오른쪽에 있는데 나무에 가려 안보이니 잘 찾아봐야 한다.
백운봉
숙승봉과 불목리
업진봉 정상
철탑을 지나 임도를 가로지른 후 숙승봉을 향해 간다.
아이고, 저게 숙승봉이 맞나 보네.
왜 불길한 예감은 항상 맞을까?
숙승봉으로 가까이 갈수록 그 위용이 실감 났다.
멋있긴 한데 올라갈 생각을 하면 좀 그렇지요. ㅜㅜ
임도
숙승봉
지나온 백운봉과 업진봉
기린초
거대한 암봉인 숙승봉
숙승봉 아래 삼거리에서 숙승봉 정상까지 100m는 무지 가파르다.
철 계단이 이리도 반가울 줄이야!
숙승봉 정상 부근에서 불목리로 내려가는 길이 있으니 이 삼거리에 배낭을 벗어두고 가면 안 된다.
숙승봉에도 원추리가 만발하였다.
오늘 원추리는 원 없이 본다.
역시나 조망 좋고.
상왕봉에서부터 백운봉, 업진봉을 거쳐 지나온 능선이 보인다.
오늘 나의 궤적이다.
여긴 봉우리마다 커다란 정상석이 있어서 더 좋다.
힘들게 올라갔는데 커다란 정상석이 있으면 왠지 보상받는 기분이다.
숙승봉 정상
(왼쪽부터) 상왕봉, 백운봉, 업진봉
숙승봉에서 불목리까지 1.4km는 계속 내리막이다.
철 계단도 여러 군데 있다.
이 산에 동백 숲이 참 많은데 동백꽃이 필 때 오면 더 좋을 것 같다.
불목저수지 앞에서 등로가 끝나고, 오른쪽으로 도로를 따라 내려간다.
불목저수지
완도청소년수련원을 지나 주차장에서 산행을 마쳤다.
주차장에 깨끗한 화장실이 있는 것도 마음에 든다.
시원한 음료수를 사 마실 수 있는 가게만 있다면 금상첨화인데.
산행 중에는 물을 거의 마시지 않는데 여름철에는 내려오고 난 후 엄청 갈증이 난다.
다행히 만사 대장님이 냉커피를 주셔서 두 잔이나 마셨다.
덕분에 오늘 밤도 잠은 못 자겠지. ㅠㅠ
섬 산행은 언제나 산행 만족도 100%이다.
오고 가는 길이 멀지만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는 완도 오봉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