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15년 7월 18일 토요일 (흐리고 때에 따라 비)
장소: Grotli ~ Stalheim, Norway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온다.
오늘이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피요르드 관광을 하는 날인데 비가 오다니. ㅠㅠ
그런데 이쪽 지역이 1년에 270일 이상 비가 오는 곳이란다.
비가 안 오는 날은 열흘 안팎이라는 말이다.
헐!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아침부터 연어가 나왔다!) 그로틀리(Grotli)를 출발하여 게이랑에르(Geiranger)를 향해 갔다.
해발 1.030m에 도착하니 초겨울 날씨다.
호수가 꽝꽝 얼어있고 주위는 듬성듬성 만년설로 덮여 있었다.
이후 <요정의 길>(Tollstigen)을 통해 게이랑에르로 내려갔다.
80여 년간의 공사 끝에 완공된 <요정의 길>은 노르웨이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11개의 고개를 넘어 지그재그로 내려가는 길이 정말 환상적이었다.
요정의 길 (퍼온 사진)
<반지의 제왕>에서 프로도가 절대 반지를 가지고 가는 장면 중 하나가 이곳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눈이 녹아 흘러내리는 수백 개의 폭포들이 장관을 이루는 가운데 멀리 피요르드를 내려다보며 굽이쳐 내려가는 길은 숨이 막히도록 아름다웠다.
저절로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에 대한 경외심이 생겨났다.
버스를 타고 가느라 내려서 눈물 나게 아름다운 이곳을 사진 찍을 수 없는 것이 원통할 정도였다.
노르웨이 요정은 우리가 생각하는 팅커벨과 같은 요정이 아니다.
<트롤>이라고 부르는데 <해리 포터>에서 나오는 트롤하고는 또 다르게 생겼다.
오히려 <해리 포터>에서 나오는 집요정과 비슷하다.
요정의 길을 내려가 게이랑에르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었다.
(내려가서 본 요정의 길)
게이랑에르
게이랑에르에는 노르웨이의 3대 크루즈 선박 항구가 있어 여행 성수기인 4개월 동안 많은 선박과 크루즈 여행객들이 이 마을을 방문한다고 한다.
나도 처음엔 북유럽 크루즈 여행을 하려고 계획했었는데 그러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그로틀리에서 게이랑에르에 이르는 환상의 길을 가려면 어차피 차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크루즈로 오게 되면 게이랑에르에서 버스를 타고 반 밖에 못 갔다 왔을 거 같다.
게이랑에르와 헬레쉴트(Hellesylt) 사이에 있는 게이랑에르 피요르드(Geirangerfjord)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유람선에 버스까지 싣고 게이랑에르 피요르드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17km에 달하는 게이랑에르 피요르드는 해발 1,500m가 넘는 산맥들 사이에 있는데, 7자매폭포 등 산 꼭대기에서 떨어지는 수많은 절벽 폭포들로 인해 그 아름다움이 배가 되는 곳이었다.
알래스카의 피요르드, 뉴질랜드의 피요르드를 가봤지만, 그리고 나중에 노르웨이의 노르드 피요르드와 송네 피요르드, 하당에르 피요르드를 봤지만 내가 본 것들 중에서는 게이랑에르 피요르드가 제일 멋있는 것 같다.
7 자매 폭포
사진에서 실처럼 보이는 것들이 다 폭포인데 가까이 가서 보면 엄청나게 크다.
이런 폭포들을 하도 많이 봤더니 나중에는 웬만한 건 봐도 별 감흥이 없었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 폭포들은 명함도 내밀기 힘들겠지만 난 산행 중 더위를 씻겨줄 우리나라 계곡에 있는 몇 미터짜리 폭포들이 더 좋다.
대단한 애국심이지 않은가? ㅋㅋ
약 1시간 20분 동안 유람선을 타고 피요르드를 구경하며 헬레쉴트로 건너갔다.
헬레쉴트에서 배에 싣고 온 버스로 갈아탄 후 브릭스달(Biksdal)로 갔다.
호수를 끼고 가는 길이 계속 다음과 같은 풍경의 연속이었다.
아직 시차 적응이 안 되어 졸렸지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날씨가 맑았어도 좋았겠지만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 더 운치 있는 풍경들이 연출되는 것 같았다.
나름 상념에 빠지게 하는 풍경들이다.
너무 아름답고, 너무 감사하다.
중간에 올덴(Olden)이라는 곳을 지나게 되었는데 그곳 물이 그렇게 좋단다.
에비앙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 비싸다는데 한국 연예인들은 그 물로 세수도 하고 목욕도 한다고...
이건 "카더라"라 아니라 가이드와 친분이 있는 탤런트 한** 가 직접 한 말이라고 한다.
먹기도 아까운 그 물로 씻으면 뭐가 달라지나?
브릭스달(Briksdal)에 도착하여 폭포 옆에 위치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사방의 벽과 천장이 유리라 밖의 풍경이 시원하게 내다보이는 식당이었는데 역시 또 연어가 나왔다.
그리고 맛있는 디저트.^^
식사 후 6인용 전동차를 타고 브릭스달의 <푸른 빙하>를 보러 갔다.
차 안에 있는 파란색 비닐 거적은 가다가 만나게 되는 거대한 폭포의 물벼락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전동차에서 내려 15~20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빙하를 볼 수 있다.
빙하들은 다 푸른색이던데 특별히 <브릭스달의 푸른 빙하>라고 하는 이유가 뭘까?
아마 이곳 빙하도 많이 녹아서 없어졌을 거 같다.
지금도 계속해서 빙하가 녹아 흘러내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지구온난화의 현장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브릭스달의 푸른 빙하
이곳 빙하 계곡에서는 래프팅도 하는가 보다.
물살이 세서 꽤 재미있을 것 같다.
그런데 잘못해서 빠지면 빙하 물에 심장마비 일어나지 않을까?
역시 이곳도 자작나무와 이끼류가 무성하였다.
이곳은 지금 야생화의 천국이었다.
노르웨이에 야생화 종류가 3,000여 종이 된다고 하는데 그 꽃들이 여름에 한꺼번에 다 피는 것이다.
개중에는 한국에서 보았던 야생화들도 있었다.
빙하를 구경한 후 다시 전동차를 타고 내려갔다.
빙하뿐만 아니라 만년설과 산 중턱에 걸친 구름, 절벽 폭포가 감탄을 자아내는 브릭스달(Briksdal)이었다.
버스에 올라 오늘 밤 숙박하게 될 스탈하임(Stalheim)을 향해 떠났다.
역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송네 피요르드(Sognefjord)를 지나갔는데, 길이 204km, 깊이 1,309m로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송네 피요르드는 너무 커서 피요르드 느낌이 안 날 정도였다.
그리고 그 큰 송네 피요르드를 가로질러 24.5km나 되는 세계 최장 터널인 래르달 터널(Laerdal Tunnel)이 있었다.
2000년에 개통된 래르달 터널의 내부 마감을 하는데 삼성 기술진이 참여하여 국위 선양을 하였다고 가이드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오늘도 8시가 다 되어 스텔하임 호텔(Stalheim Hotel)에 도착하였다.
중세 풍으로 장식되어 있는 멋진 호텔이다.
하지만 정말 멋있는 것은 호텔 주위의 풍경이다.
절벽 위에 위치한 이 호텔에서는 협곡과 만년설이 보이며 바로 밑에는 씨블레와 씨브랑이라는 폭포가 있다.
물론 폭포는 수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자세히 볼 수 없지만 그 웅장한 소리는 들을 수 있었다.
역시나 연어가 나온 뷔페에서 늦은 저녁 식사를 하였다
매번 내 배를 채우는 건 요리가 아니라 맛있는 디저트이다.
11시가 되었어도 훤하지만 내일 여행을 위해 자야 한다.
시간이 아까운 여행객들에게는 정말 좋은 날씨지만 밴쿠버에서의 경험이 있는 나에겐 나머지 해가 짧은 8개월이 어떨지 상상이 간다.
노르웨이 국민의 80% 이상이 우울증에 걸려있다고 하며 따라서 국가에서 마약 성분이 섞여있는 Happy pill이라는 약을 시판하도록 허용했다고 한다.
여름 한 철 좋으면 뭐하나.
그저 내 나라 대한민국이 최고다. ^^
세계 여러 곳을 돌아다녀 봤지만, 또 외국 체질이라고 눌러앉아 살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난 미우나 고우나 대한민국이 제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