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15년 7월 17일 금요일 (맑음)
장소: Oslo ~ Grotli, Norway
배의 흔들림 때문에 역시나 깊은 잠은 자지 못하였다.
아침을 먹고 오슬로(Oslo)에 도착하기 전 갑판에 올라가 산책을 하였다.
바람은 서있기가 힘들 정도로 강하지만 그다지 춥지는 않았다.
배는 천천히 바이킹의 수도인 오슬로를 향하여 미끄러져 들어갔다.
9시 45분 오슬로에 도착한 후 기다리고 있던 버스에 올랐다.
이 버스는 장거리용 버스라는데 버스에 콘센트가 있다!!!
참고로 북유럽은 220V라 어댑터 없이 한국 가전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
버스를 타고 오슬로 시내를 지나는데 가이드가 아래 사진의 음식점이 노르웨이에서 가장 비싼 집이라고 하였다.
햄버거 스테이크 하나에 37만 원이라나!
보통 오슬로에서 조그마한 맥도널드 햄버거 하나가 18,000원 정도 한다고 한다.
입이 떡 벌어지는 값이다.
국민소득이 9만 불이 넘는다는데 일본처럼 나라만 잘 살뿐 살인적인 물가에 국민들은 별로 잘 사는 것 같지 않았다.
그나마 복지제도가 잘 되어 있는 것이 장점이겠지만 거의 공산국가처럼 국가가 모든 것을 통제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하긴 사회주의 국가니까.
먼저 오슬로 교외에 있는 비겔란 조각공원(Vigeland Museet og parken)에 갔다.
비겔란 동상
이곳은 노르웨이의 조각가인 구스타브 비겔란(Gustav Vigeland)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공원이다.
공원에 들어서면 인공호수 위의 다리에서부터 조각상들이 늘어서있다.
다리 초입 오른쪽에 있는 조각상은 인생의 실패(또는 좌절)를 표현한 것이라고 하고,
왼쪽에 있는 것은 인생의 승리(또는 투쟁)를 표현한 것이라고 하는데,
전체적으로 인간의 탄생에서부터 죽음까지의 과정을 통해 이러한 개념이 표현되어 있는 작품들이 공원에 전시되어 있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화난 아이>(신나타켄)이라는 동상이란다.
사람들이 얼마나 이 동상의 손을 잡고 사진을 찍었는지 왼쪽 손만 반짝반짝 윤이 난다.
화난 아이(신나타켄)
나도 손을 잡고 사진을 찍으려 했으나 사진 찍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대신 그 옆에 있는 여자아이 손을 잡고 사진을 찍었다.
내 눈엔 여자아이 표정이 너무 슬퍼 보이는데 사람들이 남자아이하고만 사진을 찍어서 상처 받았나?
다리를 건너가면 여섯 명의 남자들이 거대한 물 쟁반을 받치고 있는 분수대가 있다.
분수대 벽면은 탄생에서부터 죽음까지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었다.
분수대를 지나 더 들어가면 이 공원의 하이라이트인 <모노리트>(Monolith)라는 조각상이 나온다.
17.3m의 화강암 기둥에 서로 위로 올라가려는 121명의 사람들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모노리트(Monolith)
그리고 공원 끝에는 윤회 사상을 표현한 <삶의 바퀴>라는 조각상이 있다.
삶의 바퀴
조각상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 그저 수박 겉핥기식으로 보고 지나가야 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다음에는 노르웨이 국립미술관으로 갔다.
뭉크, 피카소, 마네, 세잔 등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중에서 제일 유명한 것은 물론 뭉크의 <절규>인데 뭉크 방에는 경비원이 지키고 서서 사진 촬영을 금지하고 있었다.
그 외에도 여러 유명한 작품들이 있었지만 내 눈을 가장 잡아 끌어당긴 작품은 이 그림이다.
이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거 누가 그린 건지 모르겠네.
마네인가?
그림만 쳐다보고 작가 이름은 보지도 않았다. ㅋㅋ
미술관을 나와 일식집에 가서 점심으로 김치찌개를 먹었다.
(특별히 한국 관광객들을 위해 점심에만 김치찌개를 판다고 한다.)
그다음 피요르드와 만년설, 빙하를 보기 위해 장장 6시간이 넘게 버스를 타고 그로틀리(Grotli)로 올라갔다.
오슬로 시내를 벗어나니 곧이어 밀밭이 나타났고, 그 후 호수와 강이 연이어 나타났다.
중간에 릴레함메르(Lillehammer)를 지나게 되었는데 1994년 동계 올림픽이 열렸던 곳이라고 한다.
여전히 남아있는 스키 슬로프가 보였다.
차 창밖을 스치는 그림 같은 풍경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였다.
수면에 비친 그림자가 마치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모습을 연출하는 풍경들이 연이어서 지나갔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롬(Lom) 민속촌에는 모든 건물들이 검은색과 밤색으로 통일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는 12세기 초반에 지어진 롬 목조 교회(LomLom Stave Church)가 있었다.
롬 목조 교회는 못을 사용하지 않고 목재를 짜 맞추는 스칸디나비아 전통 건축술로 지어졌다고 한다.
롬 목조 교회(Lom Stave Church)
그런데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교회보다도 교회 마당에 있는 묘지들이었다.
이렇게 예쁜 공동묘지는 귀신이 나올 것 같은 무시무시한 공동묘지가 아니라 누구든 와보고 싶어 하는 공동묘지가 아닐까?
그러고 보니 북유럽에는 교회 마당에 공동묘지들이 있다.
호주나 일본에도 공동묘지가 마을 안이나 마을 가까이에 있던데 그거 정말 좋은 생각인 거 같다.
생각나면 언제든지 가볼 수도 있고.
우리 장묘 문화도 그렇게 바뀌었으면 좋겠다.
명당자리 찾는다고 산속에 묏자리를 만들어 자손들 고생시키지 말고.
북쪽으로 갈수록 서서히 눈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지난 겨울 내린 눈은 녹아서 폭포를 만들며 흘러내리고 있었는데 수백 미터 되는 그런 폭포들이 쉴 새 없이 보였다.
산꼭대기에서 떨어지는 폭포들은 족히 1,000m가 넘으리라.
나머지 녹지 않고 만년설이 된 눈들은 희끗희끗 산을 덮고 있었다.
이곳은 자작나무와 소나무, 전나무가 수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자작나무는 가로수로 쓰일 정도로 흔했는데 특히 해발 900m를 지나서는 자작나무 외에 다른 나무들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가니 그나마 자작나무도 보이지 않고 이끼류와 야생 블루베리가 지면을 뒤덮고 있었다.
저녁 8시가 넘어 그로틀리 산장 호텔(Grotli Hoyfjellshotel)에 도착하였다.
목조로 마감된 예쁜 호텔에서 서둘러 저녁을 먹었다.
어김없이 또 다양한 방식으로 요리된 연어가 나왔다.
그리고 역시나 디저트는 나를 감동시켰다.
도대체 왜 이렇게 케이크들이 맛있는 거야!
배가 불러도 계속 먹게 되는 마법의 디저트이다.
나 여기 정말 마음에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