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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2019.07.24 ~ 28 Mongolia (4)

날짜: 2019년 7월 27일 토요일 (간간이 비)
장소: Tsetsee Gun(체체궁)산 ~ 울란바토르

 

 

아침에 일어나 맨 먼저 마주하는 것은 어김없이 저 멀리 서있는 은빛 칭기즈칸 기마상이다.
일부는 거북바위를 다시 본다고 아침 일찍 떠나고, 일부는 캠프에 남아서 승마를 하였다.
오늘은 아침부터 바람이 많이 불고 구름이 잔뜩 끼어있다.
행방불명이 되었던 짐은 로비에 도착해 있었다.
아침을 먹고 승마를 하러 갔다.
난 말이랑 별로 안 친해서 사진만 찍어주고 게르로 돌아가 짐을 쌌다.

 

9시 30분에 버스를 타고 오늘 산행 시 먹을 도시락을 하나씩 받았다.
에그, 등산을 해야 하는데 도시락을 이렇게 싸주면 어떡하나?  ㅜㅜ

그냥 주먹밥이나 하나 주지.

 

먼저 칭기즈칸 기마상으로 갔다.
이 허허벌판에 칭기즈칸 기마상을 세운 이유는 칭기즈칸이 이곳에서 잃어버렸던 활을 찾았기 때문이란다.
칭기즈칸은 고향을 바라보고 있고, 근처에 있는 칭기즈칸의 어머니는 칭기즈칸을 바라보고 있다.

늙으나 젊으나  부모는 자식 걱정이지.

우리가 버스에서 내리자 독수리를 어깨에 앉힌 아저씨가 "독수리, 독수리"하고 외치며 다가오신다.

독수리랑 사진을 찍게 하고 돈을 받나 보다.
저 큰 맹수를 어떻게 길들였을까?

 

징기즈칸 기마상

다시 버스에 올라 복드칸(Bogd Khaan) 국립공원으로 향하였다.
몽골의 마지막 황제의 이름을 따서 지은 복드칸 국립공원에는 동서남북으로 4개의 큰 산이 있는데, 그중 가장 높은 산이 해발 2,268m의 체체궁산이다.
오늘은 그 체체궁산을 올라간다.


산행코스: 만조시르 ~ 체체궁산 ~ 만조시르
산행거리: 12.2km
산행시간: 11:20 ~ 16:14

 

산행 들머리인 만조시르(Manzushr)가 해발 1,630m에 위치하니까 약 600m 이상 고도를 올려야 한다.

관악산 올라가는 정도 되겠네.

만조시르에는 사원이 20여 개 있었지만 몽골 공산혁명 때 거의 다 파괴되었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 한글로 된 안내판이 있었다.

 

만조시르(Manzushr)

푸른 초원을 완만하게 올라가면 울창한 숲이 나온다.

여긴 동물들이 없어서 그런지 파리가 없어서 좋다.

야생화가 만발한 숲길을 올라간다.

식생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것 같다.

용담도 있고, 기린초도 있고, 진범도 있고, 투구꽃도 있고, 쑥부쟁이도 있고, 구절초, 도라지 모싯대도 있다.

 

얼마 올라가지 않아 시루떡 같은 바위들이 나온다.

 

다시 숲길을 지나가며 애추 지역을 몇 번 만난다.

 

숲을 벗어나자 비가 내리기 시작해 우비를 입고 산행을 하였다.

등로는 험하지 않지만 비 때문에 곳곳에 웅덩이가 생겨 편히 갈 수만은 없었다.

게다가 진흙 때문에 자꾸 미끄러진다.

 

어제 작은 애 등산화가 젖어 푸르공에 깔창을 뺀 채 놓고 내렸는데 짐을 갖다 주면서 깔창을 하나 빼먹고 갖다 주었다.
그래서 운동화를 신었더니 뒤꿈치가 까지고 말았다.
지나가던 한국인 등산객에게 반창고를 얻어 붙이고 산행을 하는데 발이 아프다 보니 빨리 가지를 못한다.
진흙탕에서 자꾸 미끄러지더니 끝내 그만 내려가자고 한다.

여기까지 와서 정상을 못 밟고 가야 하나? ㅠㅠ
그래도 작은 애와 함께 해야 하니 어쩔 수 없지.

정상까지는 못 올라가더라도 정상이나 보고 가자고 달래서 조금 더 가니 저 멀리 바위 봉우리로 된 정상이 보였다.

일행들은 벌써 바위를 올라가고 있었다.
작은 애는 정상을 보자 기운이 났는지 내가 그만 내려가자고 하는데도 웬일인지 정상까지 올라가겠다고 한다.

그럼 나야 좋지. ^^

 

체체궁산 정상을 배경으로

결국 일행들이 다 내려가고 난 후 맨 꼴찌로 올라갔다.

바위 봉우리는 상당히 가팔랐다.
체체궁산 정상에 정상 표시판이 없었는데 훈누 캠프 사장님이 정상 표지판을 만들어 오늘 설치해 놓으신 덕분에 정상 표시판 앞에서 인증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체체궁산 정상 올라가는 길

체체궁(Tsetsee Gun)산 정상

(오늘 설치한 체체궁산 정상 표시판을 오기 가이드가 들고 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한라산에서 보는 풍경과 비슷하다.

정상을 내려가는데 조금씩 떨어지던 비가 갑자기 마구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몽골에 비가 잘 안 온다고 하더니 어떻게 된 거야?
결국 하산하는 내내 우중산행을 하게 되었다.
발이 아프다던 작은 애도 어디에서 힘이 났는지 날아갈 듯 내려가서 우리가 다섯 번째로 하산하였다.

일행들이 내려갈 때 우리는 뒤늦게 올라갔기 때문에 우리를 기다려야 할 거라 생각했을 텐데 우리가 그렇게 빨리 내려가자 다들 놀랐다.

이래봬도 내가 대간 산행한 여자라고요. ㅎㅎ
작은 애 운동화는 빨아도 회생 불가능할 것 같아 그 자리에서 버렸다.

 

버스를 타고 1시간 30분 정도 달려 울란바토르 시내로 가서 캐시미어 매장으로 갔다.
난 해외에서 쇼핑을 절대 하지 않는데 애들 마음은 그렇지 않을 것 같아 스웨터를 사주었다.
캐시미어 값이 천차만별이기는 하지만 유니클로보다 조금 비싼 가격대이다.

 

그다음 이태준 기념공원과 자이승(Zaisan) 승전탑으로 갔다.
이태준 열사는 1914년 몽골에 들어가 <동의의국>이라는 병원을 운영하며 몽골의 마지막 황제인 복드칸의 주치의였을 뿐만 아니라 독립운동가들과 연계하여 항일 운동을 한 분이다.
2000년 재몽골한인회와 연세의료원이 주축이 되어 이태준 기념 공원을 건립하였다고 한다.
먼 타국에서 독립을 위해 애쓰셨던 순국선열들이 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

 

이태준 기념공원

자이승 승전탑은 러시아 군인들을 추모하기 위해 지은 탑이다.
계단을 올라가니 울란바토르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울란바토르는 한창 개발 중이었다.
고층 빌딩들도 있고, 아파트들도 있고, 우리나라보다 더 멋진 쇼핑몰도 있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하여 스킨푸드, 이마트, 카페베네 등이 들어와 있었다.
이렇게 땅이 넓은 나라에서도 아파트가 인기인가 보다.
벌써 이곳에도 강남이 생겼다고 한다.
나라가 발전하면 빈부격차는 어쩔 수 없는 것인가?

 

자이승(Zaisan) 승전탑

자이승 승전탑을 내려가 저녁을 먹으러 갔다.
<한국가든>이라는 한국 음식점이었다.
울란바토르에 한국 음식점이 몇 개 있는데 그중 이 집이 가장 크고 멋진 것 같았다.
불고기, 제육볶음, 생선 양념구이와 여러 가지 반찬들, 된장찌개가 나왔다.

이 정도 음식이면 한국에서 음식점을 해도 성공할 것 같은데 왜 몽골까지 왔을까?
제대로 된 한식을 먹으니 너무 좋았다.
언제 내 입맛이 이렇게 한국적이 되었지?
늙어감의 표시일까?  ㅜㅜ

 

저녁 식사 후 마지막 밤을 보낼 시내 호텔로 갔다.
흡수골 레이크(Khuvsgul Lake) 호텔은 수흐바타르(Sukhbaatar) 광장 바로 옆에 있는 초고층 호텔이다.

로비는 협소했으나 시설은 아주 좋았다.

 

흡수골 레이크(Khuvsgul Lake) 호텔

20층 룸을 줬는데 수흐바타르 광장이 바로 내려다보이는 방이라 뷰가 정말 좋았다.

수흐바타르 광장은 몽골의 독립 영웅이자 제2의 칭기즈칸이라 불리는 수흐바타르 장군을 기념하는 광장이다.

 

                 수흐바타르(Sukhbaatar) 광장 

샤워를 하러 짐을 푸니 모든 짐에서 말 냄새인지 양 냄새인지가 난다. ㅜㅜ

설마 이 냄새가 한국까지 따라가지는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