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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2019.07.24 ~ 28 Mongolia (3)

날짜: 2019년 7월 26일 금요일 (맑은 후 흐림)
장소: 플로라의 초원 ~ 하위르깅 다와 ~ 테를지 마을

 

텐트 안으로 빛이 들기 시작해 잠이 깼다.
새벽 4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밖으로 나가보니 세상에 종말이 오듯 난리를 치던 하늘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평온하였다.

 

대장님은 침낭을 판초마냥 두른 채 텐트 뒤쪽에 서계셨다.
밤새 걱정이 되어 잠을 주무시지 않고 보초를 서서 눈이 충혈 되어있었다.

이번에 운학 대장님을 처음 뵈었는데 여러 가지로 산우들을 위해 애쓰시는 모습에 감사한 마음이 절로 우러났다.
하나, 둘 깨어 밖으로 나온 사람들은 다들 어젯밤의 경이로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나중에 얘기를 들으니 몽골에서 이렇게 심하게 천둥, 번개가 치며 폭우가 쏟아지는 것이 흔치 않은 일이라고 한다.
몽골에서는 비가 오면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 뜻이라는데 몸서리치게 좋은 사람을 만나려는 모양이다.

정말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밤이 될 것이다.
몽골의 자연을 너무나도 생생하게 느끼고 간다.

그리고 인간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도 다시 한 번 느끼고 간다.

계란 프라이와 소시지, 야채, 몽골 스프로 아침을 먹고 난 후 텐트를 정리하고 길을 떠났다.

 

(어젯밤을 무사히 지낸 용사들)

푸르공을 타고 30분쯤 달려 하위르깅 다와로 갔다.

하위르깅 다와는 몽골 대초원이 끝나고 산맥들이 시작되는 지점이란다.

몽골에서도 오지에 속하는 곳이다 보니 이곳에서부터는 그나마 있던 도로의 흔적도 없어지고 걷거나 말을 타고 가야 한다.

캠프 사장님 말로는 이곳이 테를지 국립공원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하는데 제주도 같기도 하고, 알프스 같기도 하고, 노르웨이 같기도 하고, 뉴질랜드 같기도 하고.

 

산부추 꽃이 만발한 하위르깅 다와

하위르깅 다와에서 경치를 감상한 후 테를지 마을로 향하였다.

버스긍 다리까지 되돌아 간 다음에 테를지 마을로 가는데 어제 비가 많이 와서 여기저기 물길이 더 많이 생기고 물은 더 불어 있었다.
결국 또다시 차 시동이 꺼지기도 하고 진흙탕에 빠져 바퀴가 헛돌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갔다.

 

어제 시동이 꺼졌던 곳을 다시 건너며 찍은 동영상

버스긍 다리를 지나 솜다리와 쑥부쟁이가 만발한 초원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름하여 삼겹살 바베큐와 라면!
이번에 훈누 캠프 사장님께서 신경을 많이 쓰셨다.
직원들이나 손님들을 대하는 걸 보니 정말 좋은 분인 것 같다.

음식을 너무 많이 준비하셔서 어쩔 수 없이 남기는 것이 미안할 따름이었다.

저렇게 해서도 사업이 되나 걱정이 될 정도이다.

 

삼겹살과 라면을 맛있게 먹고 다시 길을 떠났다.
이 지역이 오지 중의 오지라 그런지 길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고 그냥 가면 길이다.
테를지 마을 쪽으로 가자 차들이 많이 다녀 땅이 깊게 파였고 거기가 물구덩이가 되어 도로(?) 사정은 더 나빠졌다.
그래도 용케 요리조리 잘 간다.

한국 운전자들이 세상에서 운전을 제일 잘하는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몽골 운전자들이 세계 최고 아닐까 생각된다.

Off-Road Rally에 나가면 다들 우승할 것 같다.

신나게 덜컹거리며 갔지만 마지막에 심하게 불어난 강 앞에서는 무릎을 꿇고 말았다.
결국 짐은 푸르공에 놔둔 채 사람들만 내려서 나무다리를 건너 걸어가기로 하고, 트럭을 불러 푸르공을 끌어서 강을 건너기로 하였다.
강가에는 웨딩 촬영을 하러 온 신랑, 신부들이 있었다.
여기도 이런 걸 하나 보네.

 

(이 큰 강을 차로 건너가야 한단다. ㅠㅠ)

강을 건너 테를지 호텔(Terelj Hotel)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푸르공이 강을 건너오기를 기다렸다.
테를지 호텔은 겉보기보다 멋진 호텔이었다.

좀 오래되었지만 5등급 호텔답게 품위가 느껴지는 호텔이다.

 

테를지 호텔(Terelj Hotel)

야외 커피숍에 앉아서 푸르공이 강을 건너오길 기다리는데 트럭이 와서 견인을 해도 영 건너오지를 못한다. 

 

트럭으로 푸르공을 견인하는 모습

결국 푸르공은 왔던 길을 되돌아 캠프로 가기로 하고, 호텔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우리를 태우고 갈 버스를 기다리기로 하였다.
강물 때문에 일정에 없던 호텔 식사까지 하게 되네.
사장님 이러다 진짜 손해 보는 거 아니신지 모르겠다.
먼저 묽은 우유에 소금을 친 따끈한 티와 빵이 나왔다.
우유가 아니라 염소젖이나 양젖 같은 맛이다.

 

메인 요리로는 갈빗살과 튀김 만두, 그냥 만두, 샐러드 세 종류가 나왔다.

소갈비 스테이크라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소는 아닌 것 같다.
난 왜 다 양 냄새가 나는 걸까?
한 입씩 맛보고는 말았다. ㅠㅠ

 

식사 후 버스를 타고 거북바위로 갔다.

원래는 거북바위를 본 후 엉거츠(Ongots)산을 등산하는 일정인데 이미 날이 어두워져 사진만 찍고 버스를 탄 후 훈누 캠프로 돌아갔다.

 

거북바위

훈누 캠프로 돌아가서 전신 마사지를 받았다.

옷을 입고 받는 중국식 건식 마시지일 줄 알았는데 탈의하고 엉덩이만 수건을 덮은 채 엎드려서 받는 오일 마사지였다.
난 남자 마사지사가 걸려서 무척 당황스러웠다.

여자로 바꿔달라고 하였는데 말이 통해야 말이지. ㅠㅠ

결국 그 남자 마사지사에게 받았다.
게다가 마사지실은 왜 그리 추운지 마사지가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마사지를 받은 후 러시아식 사우나인 비냐 체험을 하라는데 너무 피곤해서 그냥 샤워를 하고 자기로 했다.
그나저나 내가 탔던 푸르공은 어디로 갔나?
거기 세면용품이랑 잠옷이 있는데. ㅜㅜ

어쨌든 더운물로 깨끗이 씻을 수 있고, 폭신한 침대에서 잘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