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19년 2월 10일 일요일 (맑음)
장소: 인천 ~ Istanbul ~ Athens ~ Arachova ~ Kalambaka
친하게 지내는 부부와 함께 그리스, 터키 여행을 하게 되었다.
오래전부터 함께 여행을 가자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동안 실행을 못하다가 드디어 올해 같이 가게 된 것이다.
재미있고 유쾌한 분들인 데다 이번 여행이 바울의 전도 여행지를 포함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좋은 여행이 될 것 같다.
밤 12시 30분 터키 항공 TK91편으로 인천공항을 출발하였다.
비행기를 타자마자 잠들어 버렸다.
한참 졸고 있는데 밥을 먹으라고 깨운다.
이 밤 중에 웬 밥?
도착지 시간에 맞추어 식사가 나오다 보니 새벽 1시 30분에 식사가 나오는 것이다.
귀찮아서 그냥 자려다가 비빔밥이라는 말에 일어나 먹었다.
백김치와 함께 나오는데 음, 꽤 맛있다.
식후 홍차도 맛있고.
맛있게 먹고 나니 잠이 달아나 버렸다.
터키 항공은 가격도 싼데다 서비스도 좋은 것 같다.
승무원 중 한국어를 아주 유창하게 하는 사람이 있어서 어디에서 배웠느냐고 하니까 수원대 국어국문학과 출신이란다.
실내화, 양말, 안대, 귀마개, 칫솔, 치약, 립밤이 들어있는 어메니티 백도 주고 생수도 병째로 준다.
진한 주홍색 헤드폰은 넘나 귀여워.
가져가고 싶당.
또한 좌석에 발받침이 있어 편하다.
영화도 너무 재미있는 것이 많다.
고민 끝에 <The Nutcracker and The Four Realms>를 골랐다.
<해리 포터> 같을 줄 알았는데 그냥 애들 영화. ㅜㅜ
영화를 본 후 깜박 졸고 일어나서 이번에는 <Ayla>를 보았다.
6.25 전쟁에 참전한 터키 군인의 실제 이야기를 영화화한 것인데 눈물, 콧물 흘리며 봤다.
6.25 전쟁 당시 우리나라에 와서 싸워준 외국 군인들의 은혜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며, 오늘의 대한민국의 발전을 우리만 누릴 것이 아니라 우리를 도와줬던 모든 나라들과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혜를 잊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그 은혜를 다른 나라들에도 흘려보낼 수 있기를.
그런 의미에서 한미 동맹이 흔들리는 요즘 우리의 자세를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또다시 졸다 일어나서 아침을 먹으며 <Water For Elephant>를 보다가 6시 45분 이스탄불에 도착하였다.
인천에서 11시간 15분 걸렸다.
8시 30분에 TK1845편 타고 1시간 30분 정도 날아 아테네 공항에 9시에 도착하였다.
가이드를 만나 버스를 타고 국회의사당과 신타그마 광장, 제우스 신전을 보며 아크로폴리스로 갔다.
신타그마 광장(Sintagma Square)은 <헌법 광장>이라는 뜻으로 1843년 이곳에서 최초의 헌법이 공포되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유럽 어느 곳이나 중심가에 있는 광장들은 다 비슷한 것 같다.
주요 건물들이 있고, 카페들이 있고, 이곳을 중심으로 전국으로 뻗은 도로들이 있고.
아크로폴리스(Acropolis)는 그리스 도시국가의 중심지에 있는 언덕을 말한다.
수비하기 알맞은 곳을 선정하여 그곳에 성벽을 쌓았으며, 여러 신전을 세워 도시국가의 신앙의 중심지로 삼았다.
각 도시국가에는 원칙적으로 아크로폴리스가 있었지만 오늘날 아크로폴리스라고 할 때에는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를 가리킨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는 해발 156m가량의 석회암 언덕으로 서쪽 입구를 제외한 세 방향은 모두 절벽이다.
우뚝 솟은 바위 언덕 위에 니케 신전, 에렉티온 신전과 그 유명한 파르테논 신전이 있었다.
파르테논 신전(Parthenon)은 아크로폴리스 최대의 신전으로 아테네의 수호여신인 아테나(Athēna)를 모시던 곳이다.
도리아식 양식 최고의 건물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파르테논 신전은 수평으로 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아치 모양으로 살짝 휘어져 있으며 기둥 사이의 간격도 일정치 않다.
하지만 이것은 당시의 기술자들이 눈의 착시 현상까지 계산하여 멀리서 바라보도록 만든 것이라고 한다.
본전에는 금과 상아로 만든 높이 12m의 아테나 상이 있었다고 한다.
파르테논 신전은 1687년 전쟁 당시 베네치아 군의 포격으로 파괴되었으며 이후 주요 유물들이 런던의 대영박물관,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등으로 옮겨지게 되었다.
아크로폴리스 아래로는 디오니소스 극장과 제우스 신전, 아레오파고스 언덕, 아테네 시가 내려다 보였다.
헤로데스 아티쿠스(Herodes Atticus) 극장
프로필라이온(propylaion)과 니케(Nike) 신전
에렉티온(Erecthion) 신전
파르테논(Parthenon) 신전
디오니소스 극장(Theater of Dionysos)
제우스 신전(Temple of Zeus)
리카비투스(Lycabettus) 언덕
성경에서 아테네는 <아덴>, 아테나 여신은 <아데미>로 나오고 있다.
사도 바울은 제2차 전도 여행 때 아테네를 방문하여 유대인 회당과 시장, 아크로폴리스 서쪽에 있는 아레오바고(아레오파고스) 언덕에서 복음을 전하거나 토론을 하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복음을 거부하였고 일부만 복음을 받아들였는데 그중의 한 명이 아레오바고의 관원이었던 디오누시오이다.
결국 바울은 아테네에 교회를 설립하지는 못한 채 고린도로 갔다. (행 17:15~34)
무너진 신전들을 보며 인간의 흥망성쇠를 생각하게 된다.
폐허가 된 옛 영광의 흔적들이 밝은 태양 아래 인생은 그런 것이라는 듯 무심하게 서있었다.
그래, 돌고 도는 거니까 이 땅에서의 삶에 연연할 필요는 없겠지.
하나님 한 분 외에는 영원하신 이가 없음을 기억하자.
아레오파고스(Areopagos) 언덕
버스로 돌아가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으로 이동하려는데 짝꿍이 안보였다.
보이스톡을 해가며 30여 분간 여러 사람이 찾아다녀야 했다.
길 눈이 어두운 사람을 챙기지 않은 내 잘못이지. ㅠㅠ
참내, 줄을 묶어서 다닐 수도 없고.
우여곡절 끝에 짝꿍을 찾고 버스가 출발하여 1896년 제1회 근대 올림픽 경기가 열렸던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Athens Stadium)으로 갔다.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은 BC331년부터 고대 경기장으로 사용되었는데 이 경기장을 건설하기 위해 아테네 북동쪽에 있는 펜텔리콘 산의 대리석이 고갈될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서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을 <질 좋은 대리석>이란 뜻의 칼리마르마로(Kallimarmaro) 또는 <고대 대리석 경기장>이라고도 부른단다.
또한 이곳에서는 1896년 4월 제1회 올림픽이 열렸다.
트랙은 말굽 모양을 하고 있으며 지붕이 없고 대리석 좌석에는 5만 명 정도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단다.
2004년도에도 이곳에서 올림픽 경기가 열렸다.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Athens Stadium)
다시 버스를 타고 북쪽으로 가서 라미아(Lamia)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으로는 샐러드와 빵, 수블라끼, 감자튀김이 나왔다.
그리스 샐러드가 유명해서 기대를 했지만 드레싱도 거의 없는 생 야채였다.
그것도 거의 대부분 양배추에다 약간의 홍당무와 치즈만 있었다.
왕 실망.
제대로 된 레스토랑이라면 달랐을까?
감자튀김이 제일 맛있었다.
점심 식사 후 아라호바로 향하였다.
버스를 타고 가며 본 그리스의 모습은 큰 산이 없는 밋밋한 지형이었다.
나무들도 없어 척박해 보이는 조만 조만한 바위산들이 보였다.
그러나 아라호바에 가까이 가자 눈 덮인 높은 산들이 보였다.
1,500m 정도 되는 산들이라는데 만년설이 아니라 며칠 전에 폭설이 내린 거란다.
깎아지른 절벽에 눈 덮인 산의 모습이 알프스 같았다.
그 높은 산을 넘어가느라 귀가 먹먹하였다.
작은 산악 마을인 아라호바(Arachova)는 아테나 여신의 노여움을 사서 거미의 모습으로 변해 영원히 거미집을 짓고 있다고 알려진 소녀 아라크네의 전설이 깃든 곳이다.
그러게 사람은 겸손해야 하는 법이여.
해발 2,455m 파르나소스 산 경사면에 아라호바 전통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붉은 지붕의 집들이 늘어서 있는데 스페인 미하스와 비슷해 보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 알려진 곳이라는데 난 TV를 보질 않아서.
아라호바(Arachova)
일요일이라 엄청 복잡한 아라호바를 빠져나간 후 고대 그리스인들이 지구의 중심이라 생각했던 델피의 아폴로 신전을 지나 북쪽으로 이동하였다.
북쪽으로 갈수록 산도 높아지고 나무도 많아졌다.
이곳에도 올리브 나무들이 많다.
저 멀리 눈 덮인 산들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었다.
해발 1,000m 이상의 고산지대와 해발 20m 정도를 오르내리는데 가파른 길을 꼬불꼬불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여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누가 가이드에게 소크라테스에 대해 물어본 거야?
가뜩이나 힘든데 교과서를 읽는 듯이 딱딱한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려니 정신 사나워 죽겠네. ㅜㅜ
그렇게 힘들게 산을 내려가 휴게소에서 쉰 다음 다시 한참을 달려 저녁 8시에 칼람바카(Kalambaka)에 도착하였다.
Antoniadis 호텔은 4성급이라는데 시골에 있는 작고 오래된 호텔이라 그런지 2.5성급이나 3성급 정도 되어 보였다.
그래도 깨끗하고 비누와 샴푸, 헤어드라이어가 있고, wi-fi가 되니까.
실내화와 커피 포트는 없다.
안토니아디스(Antoniadis) 호텔
서둘러 뷔페식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이 여행 첫날인데 일주일은 된 것 같다.
벌써 구순포진이 생겼다.
에고, 이제 해외여행도 힘들어서 못 다니겠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