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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2015.05.26 백두대간 15차: 한계령 ~ 망대암산 ~ 점봉산 ~ 오색 삼거리 ~ 오색약수 주차장

산행일시: 2015년 5월 26일 화요일 (맑음)
산행코스: 한계령 ~ 망대암산 ~ 점봉산 ~ 오색 삼거리 ~ 오색약수 주차장
산행거리: 대간 9.4km + 접속 3.8km = 13.2km
산행시간: 10:15 ~ 19:30
등산지도:

 

봄이 되어 지난 겨울 건너뛰었던 설악산 구간을 다시 간다.

오늘은 한계령에서 오색 삼거리까지의 구간을 잇게 된다.

그런데 이 구간이 금지구간이라 한계령에서 시작을 하지 못하고 서울에서 한계령으로 가기 1km 전쯤 공사를 하고 있는 곳, 출입금지 표시판이 있는 곳에서 올라갔다.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가면 천연보호비가 나온다.

산죽 꽃이 만발하였다.

 

산죽

산죽 꽃은 몇 십 년 만에 한 번 핀다고 하는데 꽃이 피고 열매가 맺은 다음에는 말라죽는다고 한다.

와, 그 귀한 꽃을 보다니 이거 완전 횡재한 거 아닌가?

이곳에서 왼쪽으로 능선을 따라가다가 두 번째 천연보호비가 나오는 곳에서 또다시 왼쪽으로 갔다.

비법정탐방로이지만 등로는 뚜렷하다.

 

한동안 길을 따라가고 있는데 앞서 가던 대장님께서 이 길이 아니라며 되돌아오신다.

오른쪽으로는 양양으로 가는 차도가 보인다.

 

저 차도를 건너가야 한다는데.

우왕좌왕하다가 몇몇 남자 분들은 바로 가파른 차도로 내려가 철조망이 끊어진 곳에서 차도를 건너고 나머지 사람들은 한동안 차도와 평행하게 산길을 가다가 경사가 낮은 곳에서 내려가 길을 건넜다.

길을 건넌 후 또다시 출입금지 표시판이 있는 곳에서 산길로 올라가게 된다.

 

아, 오늘 양심 되게 찔리네. ㅠㅠ

마음도 불편하고 날씨가 너무 더워 몸도 불편하고 산행이 즐겁지 않으려는 순간 큰앵초 꽃이 보였다.

 

큰앵초 

이후 활짝 핀 앵초 꽃을 계속해서 볼 수 있었다.

드디어 조망이 터지는가 싶더니 스릴 만점의 암릉 구간이 나온다.

 

한 사람씩 올라가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암릉에 올라서니 멀리 한계령 휴게소가 보인다.

 

사방의 산들이 여기도 와보라고 소리치는 것 같다.

오냐, 내가 다 가주마!

 

멋진 조망에 홀려 정신없이 사진을 찍다가 시간이 또다시 많이 지체되었다.

암릉 구간을 벗어나면 산죽 구간이 기다리고 있다.

 

무성한 산죽을 헤치고 나아가다 보니 이게 길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그냥 앞사람을 따라간다.

12담 계곡 갈림길을 지나서는 다시 오르막이다.

오늘 정말 덥다. ㅠㅠ

추운 건 열심히 걸으면 되니까 괜찮은데 더운 건 정말 못 참겠다.

연신 부채질을 해가며 걸어갔다.

가다 보니 왼쪽으로 이런 바위가 있는데 이 앞에서 냉장고 바람이 나온다.

 

잠시 앉아 열을 식히고 다시 올라갔다.

좀 전까지 같이 있던 일행들은 어디로 갔는지 다 사라지고 또다시 난 후미다.

가다 보니 또 암릉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우회 길도 있는데 바위가 있으면 일단 기어 올라가 봐야지.

그랬더니 거기가 망대암산이었다.

 

망대암산 정상

안 올라가고 그냥 지나쳤으면 큰일 날 뻔했네.

멋진 바위들도 보이고,

 

작년 오색 약수로 내려갈 때 그토록 황홀케 했던 설악의 모습도 보이고.

 

가야 할 점봉산도 보인다.

 

                점봉산

망대암산을 지나고 나서부터는 갑자기 길이 좋아진다.

 

둘레길과 같은 편안한 길을 한동안 걷다가 점봉산을 향한 긴 오르막이 시작된다.

오늘 엄청 덥지만 이곳은 아직도 철쭉이 한창이었다.

 

지면에서는 여러 가지 야생화가 앞을 다투어 꽃을 피우고 있었다.

 

붉은병꽃

금마타리

연령초

벌깨덩굴

검은종덩굴

요강나물

그리고 이것들은 뭐지?

 

가다가 지치면 쉬면서 지나온 망대암산을 되돌아본다.

 

망대암산이 점점 멀어지더니 드디어 점봉산에 도착하였다.

 

점봉산 정상

이미 다른 회원들은 점봉산에 올라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나도 배낭을 베고 누워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며 휴식을 취하였다.

낮에 나온 하얀 반달이 보인다.

행복은 특별난 게 아닌데...

 

점봉산 정상에서 직진하면 작은점봉산과 곰배령으로 가는 길이다.

 

여긴 철쭉이 아직 꽃봉오리 상태다.

족히 1주는 지나야 만개할 것 같다.

 

점봉산 정상에서 단목령 쪽으로 내려갔다.

난이도 중간 정도의 내리막이 2.1km 계속되는데 승마가 지천이었다.

 

승마 

나무 문을 지나 오색 삼거리에 도착하였다.

 

여기까지는 정말 좋았다.

남들이 힘들다고 하는 암릉 구간도 난 재미있기만 하였다.

그런데 여기에서 왼쪽 오색리로 고도를 1,000m 이상 낮추며 내려가는 3km가 마의 구간이었다.

'지난번에 한 번 내려가 봤으니까 좀 낫겠지?'라고 생각한 건 오산이었다.

흙먼지를 풀풀 날리며 미끄러지는 길은 지난번보다 더 힘들었다.

얼굴은 활화산처럼 타오르지, 스틱을 짚느라 힘을 준 어깨와 팔은 저리지, 허벅지는 터질 것 같지.

아, 정말 울고 싶었다. ㅠㅠ

그러나 내가 여기서 울면 나 자신에 대한 모독이지.

이를 악물고 내려갔다.

드디어 출입금지 밧줄이 보인다.

 

해냈다는 성취감보다는 아직도 이것밖에 안되나 하는 생각에 조금은 울적한 마음으로 산행을 종료하였다.

아, 내가 또 교만해지는구나.

오늘 만났던 호쾌한 암릉과 예쁜 꽃들, 가슴을 울리는 산그리메, 평안을 주는 숲, 맑고 파란 하늘, 더 이상 뭘 바라랴?

항상 초심을 잃지 말고 감사하며 다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