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8년 9월 6일 목요일 (흐림)
산행코스: 나시객잔(2,100m) 직전 ~ 28밴드(2,670m) ~ 차마객잔(2,450m)
산행거리: 5.7km
산행시간: 16:20 ~ 19:10
산행트랙:
등산지도:
이번 여행에 다행인 것이, 원래는 아침 7시 비행기로 리장으로 가기로 되어있었는데 비행기 시간이 변경되어 10시 45분 비행기를 타게 된 것이다.
덕분에 6시까지 잔 후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느긋하게 떠날 수 있었다.
아침은 주로 중국식이었다.
난 간단하게(?) 흰 죽과 계란 2개, 고추잡채와 꽃빵 3개로. ㅎ
리장(여강, 麗江, Lijiang)으로 가기 위해 청두공항으로 갔다.
어젯밤에 도작했을 때는 몰랐는데 청두공항은 국내선 터미널도 인천공항만큼이나 크고 현대적이었다.
중국에 올 때마다 무섭게 발전하는 이 나라의 모습에 위기감을 느낀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중국에 뒤쳐지는 건 시간문제일 것 같은데 도대체 정치인들은 쓸데없이 이념 투쟁이니 적폐 청산이니 하고 있으니 나라 생각만 하면 답답하다. ㅜㅜ
10시 45분에 출발하기로 한 비행기는 11시 20분이 넘어 이륙하였다.
칭다오 항공을 이용했는데 어찌나 흔들리는지 비행기가 추락할까 봐 간이 콩알만 해졌다.
나, 아직 가야 할 곳이 많은데. ㅜㅜ
청두를 출발한 비행기는 1시간쯤 날아 리장 공항에 도착하였다.
가이드가 리장은 일 년 내내 일기예보가 <비>라고 나오지만 고산 지역이라 날씨가 변덕스러워서 알 수 없다고 하더니 정말 리장에 도착하자 해가 났다.
계속 이렇게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다.
버스를 타고 교두진까지 2시간 정도 이동하는 중간에 대장님께서 이곳 특산품이라는 복숭아를 사주셨다.
난 예쁘다고 하나 더 주셨다는 거. ㅎ
진사(Jinsha) 강을 따라 가는데 온통 흙탕물이다.
그런데 그 이유를 알겠다.
이곳의 흙이 황토도 아니고 붉은 홍토다.
비가 오면 비에 흙이 쓸려 내려가 흙탕물이 되는 거란다.
여강 시계를 벗어나 샹그릴라 시계로 들어가 교두(桥头, Qioutao)진에서 3시가 넘어 늦은 점심을 먹었다.
중국 음식은 특유의 향 때문에 별로다.
한국에서 가져간 떡국을 먹으려고 했는데 뚜껑을 버리고 가져갔더니 떡국이 빨리 익질 않아서 떡국 물에 푸석한 밥을 말아먹었다. ㅠㅠ
교두진에서 폐차 직전의 낡은 미니밴을 타고 나시객잔까지 올라가서 산행을 시작하려는데 차가 얼마나 덜컹거리는지 밥 먹은 게 다 소화되는 것 같았다.
도로공사 중이라 중간에서 내렸지만 가이드는 그래도 지난주보다 많이 올라왔다며 좋아했다.
생각보다 날씨가 더워 반팔 티셔츠를 입었음에도 더웠다.
고산이라 선선할 줄 알았는데, 일기예보도 15~23도라고 했는데 어떻게 된 거야?
그런데 맑은 하늘에 우르릉 쾅쾅 천둥이 친다.
소나기가 쏟아지려나?
제발 산행이 끝날 때까지 비가 오지 않기를.
임도를 15분 정도 올라가니 나시객잔이 나타났다.
객잔은 차마고도를 지나던 마방들이 묵었던 여관을 말하는데 현재는 현대식으로 바꾸어서 나시족(纳西族)들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나시객잔
나시족 무덤
사람들은 15분 올라가고도 벌써 힘들다고 말을 타거나 짐을 말에 싣고 가겠단다.
그러나 씩씩한 misscat은 배낭을 메고 용감하게 올라간다.^^
28밴드 시작 지점까지는 크게 힘들지 않고 올라갔는데 28밴드 가는 길은 꽤 숨이 찼다.
꼬불꼬불한 너덜길을 500m 정도 올라간다.
아이고, 내가 왜 비싼 돈 내고 여기까지 와서 사서 개고생인지 모르겠다.ㅠㅠ
가파르게 올라가기 때문에 조망은 금방 좋아진다.
딸랑딸랑 방울소리가 나더니 말을 타고 오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먼저 가라고 길을 비켜주고 뒤따라 올라가는데 진짜 말이나 다녀야 할 길을 왜 쓸데없이 걸어간다고 고생인지.
고개를 푹 숙이고 야생화만 쳐다보면 올라가는데 그 모습이 처량했는지 뒤따라오시던 대장님께서 내 배낭을 대신 메어주셔서 마지막에는 쉽게 올라갈 수 있었다. ㅎ
28밴드 시작 지점
구름을 쓴 옥룡설산
진사강
28밴드 종착점에서 사진을 찍으며 쉬었다.
장대한 옥룡설산이 보이는 곳이다.
그런데 산꼭대기의 눈은 다 녹았는지 옥룡만 보이고 설산은 안 보이네. ㅜㅜ
말을 타고 온 사람들은 여기서 내려 걸어간다.
나시객잔에서 여기까지 말을 타고 오는데 150위안, 짐 싣는데 50위안.
28밴드 종착지
28밴드 이후부터는 내려가는 길이다.
가파르게 내려가는 너덜길도 있고 평탄한 숲길도 있고.
까마득히 저 아래에는 홍톳물(?)이 흐르는 진사강이 보이고, 건너편으로는 옥룡설산이 보인다.
비가 왔거나 안개가 끼었다면 이런 걸 하나도 못 보고 가는 건데 정말 감사하다.
닭 농장이 나오면 차마객잔이 멀지 않았다.
차마객잔
오늘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느긋하게 떠난 것은 좋은데 대신 산행 시작 시간이 늦어버려서 차마객잔까지 간 후 미니밴을 타고 중도객잔으로 이동하기로 하였다.
작년에 다테야마에서는 내가 꼴찌였는데 이번에는 선두 그룹에 끼었다.
그새 산행 실력이 늘었나?
그건 아닌 것 같고, 이번에 오신 분들이 대부분 동네 산이나 다니던 분들이라. ㅎ
차마객잔에 도착해 40분 정도 기다리니 후미가 도착하였다.
차마객잔
다시 미니밴에 나눠 타고 중도객잔으로 갔다.
꼬불꼬불한 길을 한참 내려갔다가 다시 한참을 올라간다.
포장도로인데도 차가 어찌나 덜컹거리는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중도객잔에 도착하니 날이 완전히 어두워져 플래시를 켜고 가야 했다.
중도객잔 앞이 공사 중이라 어두울 때 가려니 좀 위험했다.
중도객잔에 짐을 풀고 8시가 넘어 저녁을 먹었다.
커다란 오골계 백숙이 나왔는데 느끼하지 않고 다른 음식들도 특유의 향이 없어 맛있게 먹었다.
중도객잔에는 한국 사람들이 많이 묵었는지 산악회 리본들도 한가득 보이고 식당 벽면마다 방명록도 보였다.
중도객잔은 리모델링을 해서 하룻밤 묵기에 불편함이 없었다.
더블 침대 두 개에는 전기 매트가 깔려 있었으며, 욕실에는 샴푸, 바디워시, 치약, 칫솔, 헤어드라이어도 있었다.
중도객잔
샤워를 하고 나왔더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내일은 멋진 운해를 봤으면.
빗소리를 들으며 침대로 기어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