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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2015.04.28 백두대간 13차: 백복령 ~ 상월산 ~ 이기령 ~ 이기동 + 무릉계곡

산행일시: 2015년 4월 28일 화요일 (맑음)
산행코스: 백복령 ~ 상월산 ~ 이기령 ~ 이기동 + 무릉계곡
산행거리: 대간 10.0km + 접속 3.2km = 13.2km
산행시간: 05:35 ~ 12:20
등산지도:

 

오늘 산행을 시작하기 전 고심을 많이 하였다.

원래는 백복령에서 박달령까지 가서 삼화사로 내려가는 코스다.

무박으로 가서 12시간을 주시겠다고 하는데 과연 27km를 내가 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시뮬레이션을 여러 가지로 설정해보았다.

1. 백복령 ~ 박달령 ~ 삼화사 (27km)

   + 댓재 ~ 박달령 ~ 삼화사 (14.1km)

2. 백복령 ~ 고적대 삼거리 ~ 삼화사 (22.4km)

   +  댓재 ~ 고적대 삼거리 ~ 삼화사 (20.5km)

3. 백복령 ~ 이기령 ~ 이기동 (13.8km)

   + 댓재 ~ 이기령 ~ 이기동 (23.1km)

4. 백복령 ~ 이기령 ~ 이기동 (13.8km) + 이기동 ~ 이기령 ~ 박달령 ~ 삼화사 (16.7km)

   + 댓재 ~ 박달령 ~ 삼화사 (14.1km)

1번은 다른 팀원들과 함께 산행할 수 있지만 접속 구간이 길고 험난하며, 설령 늦게 하산하여 개인적으로 상경한다고 가정해도 과연 내가 27km를 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고 해가 진 뒤 박달령에서 삼화사로 내려가는 건 더더욱 위험할 것 같다.

2번은 두 번 다 무박으로 진행해야 하며 역시 접속 구간이 길고 험난하다는 단점이 있다.

4번 역시 두 번째, 세 번째 산행은 접속 구간이 길고 험난하며 한 번은 개인 산행을 해야 한다.

그래서 고민 끝에 3번을 택하기로 하였다.

백복령에서 이기령까지는 당일 산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무박 산행을 할 필요가 없지만 산악회를 쫓아가기 때문에 무박으로 진행하게 된다.

댓재에서 이기령까지 산행할 때에는 개인적으로 전날 댓재 근처에 내려가 잠을 자고 아침 일찍 산행을 시작한 후 삼화사로 가서 산악회 버스를 타고 상경하기로 하였다.

며칠 머리에 쥐가 나도록 고민을 했는데 일단 결정이 되고 나니 홀가분하다.

무박 산행은 처음인지라 마음을 단단히 먹고 밤 12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사당역으로 갔다.

11시 45분쯤 도착하니 이미 사람들이 많이 와 있다.

대장님도 계시고.

그런데 조금 있다가 연락이 와서 버스가 15분 정도 늦는다고 한다.

또야?

결국은 30분 늦게 왔다.

이 놈의 산악회를 바꾸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고.ㅠㅠ

어쨌든 버스를 타고 출발하였다.

그런데 가다가는 버스가 이상하다고 하여 용인 휴게소에서 다른 버스가 오기를 기다렸다가 갈아타고 갔다.

시작부터 험난하다.

버스에서 자려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너무 신경이 예민해진 탓인지 도무지 잠이 안 온다.

엄청 졸린대도 잠이 안 오는 기이한 경험을 하였다.

밤새 잠을 자려고 애쓰다 겨우 잠이 드는가 싶었는데 5시 30분 들머리에 도착하였다. ㅠㅠ

이미 해가 떠서 주변이 밝아지기 시작하였다.

 

백복령

바람이 많이 불어 재킷을 단단히 여민 후 백복령 표지석 앞에서 사진을 찍고 원방재 쪽으로 올라갔다.

 

그다지 힘들지 않은 길이건만 졸려서 무지 힘들다.

조금 올라가니 자병산이 보인다.

 

                 지병산

이쪽에서 보니 훨씬 더 산이 깊숙이 많이 깎여있다.

상처 난 산의 모습에 참 할 말이 없다.

태경봉이라 쓰인 팻말을 지나 계속 나아갔다.

 

                  태경봉 정상

여기에도 진달래가 많이 있는데 아직 필 생각도 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진달래가 만개하면 이곳도 정말 예쁠 것 같다.

 

좀 걷다 보면 괜찮겠지 했는데 아무리 걸어도 잠이 깰 생각을 안 한다.

눈이 반쯤 감겨서 뜨질 못하겠다.

머리는 빙빙 돌고 몸이 천근만근이다.

고3 때도 밤을 새워본 적이 없는데 나이 먹어서 별 짓을 다한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산우들은 갈 길이 바쁜지라 멀리 멀리 사라져 버리고 호젓한 산길을 비몽사몽간에 걸어간다.

게슴츠레 반쯤 감긴 눈 사이로 아침햇살이 드는 찬란한 숲이 보인다.

 

조금 더 가서 헬기장에서 아침을 먹었다.

아침을 먹었더니 눈도 좀 떠지고 기운이 나는 것 같았다.

이후 봉우리를 하나 더 넘고 나서 원방재에 도착하였다.

 

원방재

원방재 옆으로는 임도가 있는데 이 길을 따라가도 이기령이 나온다고 한다.

상월산까지는 힘든 오름길이다.

 

상월산 정상

여기에서부터는 왼편으로 시야가 트여 조망을 즐기며 갈 수 있다.

첫 번째 상월산 표지판이 있는 곳을 지나고 나니 멀리 이기동 마을이 내려다 보였다.

오늘 하산할 곳이다.

 

이후 내려가는 길은 급경사이다.

 

이 길을 내려간 후 다시 한 번 올라가면 두 번째 상월산 표시판이 나온다.

 

사람들 말로는 첫 번째 표시판이 있는 곳이 진짜 상월산 정상이라고 한다.

원방재를 지난 후부터는 진달래가 많이 핀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곳이 백복령보다는 따뜻한가 보다.

11시 이기령에 도착하였다.

 

이기령

이기령에는 평상이 여러 개 있었다.

근처에 옹달샘도 있어서 비박하기 좋은 장소라 한다.

택시 기사님께 이기동으로 와달라고 전화를 하고 이기동으로 내려갔다.

나중에 기사님 말씀을 들어보니 이기령을 벗어나면 이기동까지 내려갈 동안 전화가 안 된다고 한다.

그걸 모르고 전화한 것이지만 이기령에서 전화하길 정말 잘했다.

 

어떤 블로그에서는 이 길도 만만치 않게 급경사이고 힘들다고 하여 걱정을 했지만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급경사 구간이 있긴 하지만 일단 길이 넓고 잘 닦여있으니까.

<한양길: 소원성취의 길>이라는 곳을 지나 첫 번째 민가를 만났다.

 

조금 더 내려가니 아스팔트 길이 나온다.

이기령에서 50분 걸렸다.

기사님께 1시간 10분 정도 걸릴 것 같다고 했으니 기사님이 오시려면 좀 기다려야 하겠다.

천천히 아스팔트 길을 따라 내려갔다.

내려가면서 보니 녹음이 한층 짙어져 있었다.

 

조만간 이 연두색이 사라지겠지.

잎새 펜션을 지나 계속 내려가노라니 택시가 올라온다.

택시를 타고 묵호항으로 갔다.

 

기사님께 식사 후 다시 와달라고 부탁을 하고 택시 트렁크에 배낭을 넣어둔 채 점심을 먹으러 갔다.

잘하는 횟집을 여쭤보니 부흥식당이라는 곳에 내려주신다.

위 사진에 있는 묵호수변공원 조형물 바로 앞이다.

 

간판을 보니 TV에도 여러 번 나왔던 곳인가 보다.

모둠회와 물회를 먹었는데 회도 괜찮고 같이 나온 반찬들도 다 맛있었다.

이 집에는 수조가 없는 것이 특징이란다.

매일 그 날 요리할 생선만 사다가 써서 특히 싱싱하다는 광고 글이 있었다.

맛있게 점심을 먹고 식당 바로 오른쪽에 있는 <논골담길>을 따라 묵호 등대로 올라갔다.

 

벽화를 그려 달동네가 예쁘게 변하였다.

 

묵호 등대까지는 천천히 걸어서 15분 정도.

묵호 등대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닷물이 너무 깨끗하다.

 

묵호 등대

아직도 동해물이 이렇게 깨끗하네.

등대 계단을 따라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구경을 하였다.

 

2시 30분에 등대 앞 주차장에서 기사님을 다시 만나 오늘의 날머리인 삼화사로 갔다.

그런데 이 기사님 정말 좋다.

택시비도 미터보다 더 싸게 받으신다.

이기동에서 동해까지는 어디든지 2만 원.

동해에서 무릉 계곡까지도 2만 원.

동해에서 댓재까지는 3만 원.

이기동에서 무릉 계곡까지는 1만 원이다.

기사님 전화번호 011 375 2724

무릉 계곡 주차장에 도착하여 삼화사를 구경하러 간다고 했더니 매표소 옆길로 빠져 삼화사까지 올라가신다.

덕분에 입장권을 사지 않아도 되었다.

미터기로는 23,000원이 넘게 나왔는데 2만 원만 달라고 하셨다.

천 원짜리가 두 장 있길래 22,000원을 드렸다.

다음에도 연락을 하기로 하고 명함을 받고 내렸다.

예전에 두타산에 왔을 때 시간이 촉박하여 쌍폭포를 못 본 것이 두고두고 아쉬웠는데 오늘 그 한을 풀게 되었다.

학소대에는 변함없이 학 두 마리가 망을 보고 있었다.

전에 왔을 때에는 물이 전혀 없었는데 오늘은 그래도 물이 흐르니 보기가 훨씬 낫다.

 

학소대

장군바위와 병풍바위를 지나 쌍폭포로 올라갔다.

 

장군바위

병풍바위

쌍폭포 바로 밑에 있는 협곡이 감탄을 자아낸다.

 

드디어 고대하던 쌍폭포에 도착하였다.

 

쌍폭포

난간 너머로 사진을 찍었어야 하는데. ㅠㅠ

쌍폭포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용추폭포가 있다.

 

용추폭포

용추폭포에서 족탕을 하고 놀았는데 물이 너무 차서 발이 마비가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잠을 못 자 하루 종일 빙빙 돌던 머리는 한결 맑아졌다.

용추폭포 맞은편 능선에는 발바닥바위가 있다.

 

발바닥바위

삼화사로 돌아가면서 관음폭포에 들렀다.

 

관음폭포

어마무시 높다.

물줄기가 굵으면 정말 장관이겠다.

삼화사를 구경하고 무릉 계곡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용이 승천했다는 용오름길이 있다.

 

                   삼화사

                 무릉계곡

용오름길

바닥에 보이는 두 줄의 검은색이 용이 올라간 자국이란다.

삼화사 일주문을 지나니 무릉반석이 나온다.

 

무릉반석

여름에는 저 바위 위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더랬는데.

무릉 계곡 매표소에 도착하니 5시가 조금 넘었다.

 

5시 30분까지 오라고 하셨는데 아직 많은 사람들이 하산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빨리 온 사람이건 늦게 온 사람이건 하나같이 내려오는 길이 힘들어서 죽는 줄 알았다고 한다.

전에 왔을 때에는 한 여름에 두타산에서 두타산성으로 해서 내려왔는데 물론 그 길도 가파르고 험하지만 더워서 힘들었지 그렇게 죽을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박달령에서 내려오는 길이 더 험한가?

대장님 말씀으로는 두타산에서 내려오는 길이 더 험하다고 하시는데.

어쨌든 1시간 30분이나 늦게 마지막 사람이 내려왔다.

오늘 힘들어서 대간 포기하겠다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

진짜로 포기하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난 오늘 정~~말 좋은 산행을 했다.^^

산도 보고, 바다도 보고, 계곡도 보고, 폭포도 보고.

볼 것 다 보고 맛있는 회까지 먹었으니 산행 만족도 100%이다.

그런데 다음 구간은 댓재에서 이기령까지 가야 하니 각오를 단단히 하고 와야겠다.

그나저나 무박 산행은 당최 할 것이 못된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