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8년 4월 25일 수요일 (맑음)
산행코스: 국사당 ~ 원효봉능선 ~ 책바위 ~ 염초봉 ~ 춘향바위 ~ 서벽밴드 ~ 백운봉암문 ~ 인수 대피소 ~ 도선사 입구
산행거리: 7km 정도
산행시간: 12:00 ~ 17:55
산행트랙:
등산지도:
동호회 산악회를 따라 북한산에 갔다.
공지가 00바위라고 나와 있기에 리딩 대장인 봉제산 대장님께 정말 초보 코스인지 문의를 했더니 바위 구간이 조금 있는데 자일을 내려주니까 걱정 말고 오란다.
그 말만 믿고 모임 장소인 국사당으로 갔다.
40명가량이 모여 있었다.
아니, 이거 무슨 정기산행이야?
그런데 사람들이 데이지체인을 꺼내 들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초보 코스에 웬 데이지체인?
알고 봤더니 코스가 염초봉으로 변경되었단다!
아무래도 오늘 내가 폭탄이 될 것 같은 불안한 마음으로 일행들을 따라갔다.
너무 긴장을 했는지 오룩스를 작동시키는 것도 잊어버려서 중간에 켰다.
철쭉이 예쁘게 핀 밤골계곡을 따라가는데 엊그제 비가 많이 많이 와서 계곡이 너무 좋았다.
산행 안 하고 그냥 계곡에서 놀다 가고 싶다~.
40분쯤 등로를 따라가다가 드디어 <백운대 2.6km>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목책을 넘어 원효봉능선츨 타고 갔다.
비탐 구간인데 길이 너무 분명하다.
500m쯤 올라가서 점심을 먹었다.
산 위에는 진달래가 곱게 피었다.
점심을 먹고 조금 더 올라가니 갈림길이 나왔다.
왼쪽은 우회 길, 직등은 암릉 길.
태허 대장님이 위험하니까 우회 길로 가라고 하셔서 우회하려고 했는데 몇몇 사람들이 올라가 보라고 부추겼다.
올라가고 싶은 마음과 두려움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을 때 한처음 언니가 내가 데리고 갈 테니 걱정 말고 같이 가자며 손을 잡아끌었다.
그렇게 자의 반, 타의 반 염초봉으로 향하였다.
초반 암릉 구간은 무서웠지만 힘든 곳에서는 자일을 내려줘서 그런대로 갈만하였다.
원효봉
(지나온 암릉 구간)
상운사
인수봉과 백운대
도봉산 방향
드디어 최대 난코스인 책바위에 도착.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올라가는 걸 보니 크게 힘들지는 않을 것 같았다.
책바위
하지만 웬걸.
내려가는 게 문제다.
직벽을 내려가는데 아래 부분에는 발 디딜 곳이 마땅치 않아 애를 먹었다.
책바위
이제 다 끝났나 했더니 또 직벽을 내려간다.
아이고, 이럴 계획 아니었는데. ㅜㅜ
계속되는 암릉에 기운이 빠져 다리가 후들거렸다.
후회했느냐고?
물론 아니다. ㅎㅎ
내가 언제 여길 와보겠는가?
하지만 기운이 빠지고 다리가 풀려 춘향바위로 올라가는 짧은 슬랩에서는 미끄러질 지경이었다.
춘향바위
춘향바위에서 바라본 염초봉
대장님께서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백운대로 가지 않고 이곳에서 밤골로 하산한다고 하셨다.
다행이다.
더 이상 바위를 탈 기운이 남아있지 않았는데.
한처음 언니가 태허 대장님과 오붓하게 우이동 쪽으로 하산하자고 하였다.
오늘 나를 많이 도와준 언니라 언니를 따라 우이동 쪽으로 내려갔다.
희미한 길을 찾아 가파르게 내려가다 갈림길이 나왔다.
왼쪽으로 가면 서벽밴드란다.
서벽밴드?
귀가 번쩍 띄었다.
거기 힘들어요?
태허 대장님께서 힘들다며 그냥 내려가자고 하신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결국 욕심 때문에 서벽밴드로 가게 되었다.
백운대 서벽
깎아지른 서벽을 살펴보는데 어디에도 줄이 없는 것 같았다.
줄이 어디 있어요?
저~기 있다나?
과연 줄이 있긴 있었는데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끔찍하였다!
쇠줄을 잡고 서벽을 가로지른다.
처음에는 발을 디딜 작은 틈새라도 있더니 중간쯤 가니 그럴 틈새도 없었다.
게다가 바람은 왜 그리 세게 부는지.
금방이라도 미끄러져 떨어질 것 같았다.
이러다 죽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무서워 눈물이 날 정도였다.
대장님이 뒤에서 내 배낭을 잡고 도와주셔서 간신히 건널 수 있었다.
내가 미쳤지.
여길 왜 가자고 했나.
두 번 다시 올 곳이 못된다.
서벽밴드
서벽을 건너와서 울고 앉아있는 misscat, 태허 대장님과 한처음 님
서벽에서 바라본 책바위와 염초봉
서벽을 지나 내려가다 보니 암벽을 타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어휴, 무셔라.
정규탐방로에 들어서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제 살았구나!
정규탐방로 합류점
영혼까지 탈탈 털린 채 왼쪽으로 계단을 올라 백운봉암문에 도착하였다.
암문을 지나 백운대 탐방지원센터 쪽으로 내려갔다.
백운봉암문
백운산장을 지나 긴 돌계단을 내려갔다.
다리에 힘이 풀려 잘못하다가는 그대로 고꾸라질 것 같았다.
백운산장
내려가는 길에 바라본 인수봉
인수 대피소를 조금 지난 곳에서 백운대2 공원지킴터 쪽으로 갔다.
이곳부터는 길이 좋은 데다 철쭉이 예쁘게 피어있어 오늘 하루 힘든 일정을 위로해주는 것 같았다.
그런데 너무 힘이 들어 그 예쁜 길을 찍지도 못하고 내려갔다.
백운대2 공원지킴터를 지나 도선사 입구에서 산행을 마쳤다.
정말, 정말 힘들었지만 내 평생 다시는 못 가볼 산행지였다.
무사히 살아 돌아오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다음부터는 절대로 욕심 부리지 말자.
그런데 과연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