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18년 2월 7일 수요일 (대체로 맑음)
장소: Granada, Spain
다시 버스를 타고 가이드의 역사 강의(?)를 들으며 안달루시아 지방 그라나다 주의 주도인 그라나다(Granada)로 갔다.
그라나다는 3,400m 높이의 험준한 산악지역인 시에라 네바다(Sierra Navada) 산맥 북쪽에 위치하여 사뭇 추웠다.
먼저 대구 스프와 삶은 야채를 곁들인 닭고기 요리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생선이 뼈째 들어있는 스프는 신기하였지만 가시 때문에 먹기가 불편하고 맛도 그냥저냥이었다.
닭고기는 껍질 째 구워 나왔는데 간이 하나도 되어 있지 않고 닭고기 냄새가 나서 별로였다.
한국에서 먹을 때는 맛있는 스페인 음식들이 많던데. ㅠㅠ
그라나다는 711년부터 1492년까지 약 800년 동안 이슬람 나스르 왕국의 최후 거점지였던 곳이다.
그라나다라는 뜻은 <석류 열매>라고 하는데 도시 곳곳에 석류 문양이 있었다.
그라나다에서, 그리고 스페인 여행에서 꼭 봐야 할 곳이 알함브라(La Alhambra)이다. (https://www.alhambradegranada.org/)
198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알함브라는 스페인 이사벨 여왕과의 전쟁에서 진 술탄이 아프리카로 쫓겨나면서 전쟁에 진 것보다도 알함브라를 두고 가는 것이 더 가슴 아프다며 눈물을 흘렸다는 곳이다.
알함브라에 도착하자 그 사이 흐렸던 하늘이 다시금 맑게 개었다.
얼마나 감사한지.
정말 이번 여행은 하나님께서 지켜주시는 것 같다.
알함브라에는 고양들이 많았다.
수세기 동안 이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사는 고양이들이라고 한다.
알함브라(La Alhambra)
알함브라에는 4개의 관전 포인트가 있다.
나스르 궁전, 카를로스 5세 궁전, 알카사르, 헤네랄리페 정원인데 알함브라 관람의 백미인 나스르 궁전은 예약 인원이 제한되어 있는 데다 그룹 투어의 경우 그쪽에서 정해준 시간에 입장해야 하기 때문에 못 보고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다행히 우리 팀은 들어갈 수 있었다.
왕의 집무실이자 생활공간이었던 나스르 궁전(Palácio Nazaries)은 과연 술탄이 울면서 떠날 정도로 아름답고 화려하였다.
우상 금지 때문에 동물의 형상을 그릴 수 없는 이슬람 규율로 인해 기하학적인 문양이 발달하였다는데 모든 것이 정확하게 대칭을 이루며 정돈되어 있었다.
나무들조차 마음대로 못 자라고 벽에 착 붙어서 자라도록 조경되어 있었다.
그런데 어째 좀 숨 막힌다. ㅠㅠ
나스르 궁전(Palácio Nazaries)
나스르 궁전을 나와 알카사바(Alcazaba)로 갔다.
알카사바는 알함브라를 지키는 요새로 알람브라 내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군사들의 숙소, 화장실, 감옥 등의 터가 남아있었다.
탑 위로 올라가자 시에라 네바다 산맥과 알바이신 지구, 그라나다 시내가 보였다.
알카사바(Alcazaba)
지하 감옥
화장실
시에라 네바다(Sierra Navada) 산맥
알바이신(Albaicin) 지구
그라나다 시내
알카사바 탑을 내려가 카를로스 5세 궁전(Palácio de Carlos V)으로 갔다.
외관은 사각형인데 안으로 들어가니 콜로세움처럼 원형으로 되어 있었다.
카를로스 5세 궁전(Palácio de Carlos V)
마지막으로 로스 아벤세라헤스 궁전(Palácio de Los Abencerrajes) 터를 지나 그라나다 왕의 여름 별궁이었던 헤네랄리페 정원(El Generalife)으로 갔다.
로스 아벤세라헤스 궁전(Palácio de Los Abencerrajes) 터
헤네랄리페의 정원은 파야(Falla)의 <스페인 정원의 밤> 1악장 <헤네랄리페에서>를 들으며 늘 궁금했던 곳이다.
생각보다는 작은 정원이었고 온갖 꽃들이 만발한 에덴의 정원 같은 걸 상상했었는데 겨울이라 그런지, 내 기대가 너무 컸었는지 상상했던 것만큼 아름다운 정원은 아니었다.
이 정원에서는 1년 내내 꽃을 볼 수 있도록 조경이 되어있다는데 아름답지만 너무 인위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 것 하나 자연적인 것은 없었다.
그에 비하면 자연을 그대로 살려서 만든 우리나라의 정원들은 정말로 자연과 인간이 하나 되는 느낌이다.
술탄의 뜰(Patio de la Sultana)에는 벽 한쪽에 죽은 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이 정원에서 바람피우다 적발된 왕비와 그 내연남을 처형한 술탄이 나무 또한 바람피우는 현장을 목격하였다 하여 잘라버리고 경고하기 위해 죽은 나무를 전시해놓은 것이라고 한다.
헤네랄리페 정원(El Generalife)
술탄의 뜰(Patio de la Sultana)(왼쪽에 있는 나무가 잘린 나무)
알함브라를 떠나 버스를 타고 알바이신(Albaicin) 지구로 갔다.
역시 198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알바이신 지구는 알함브라와 마주 보는 언덕에 위치해있는데 이슬람교도들이 처음 요새를 쌓은 성채 도시로 그라나다에서 무어인의 자취를 가장 잘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성채 도시로 지어지다 보니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비탈지고 꼬불꼬불한 L자형 길이 이어져 있었다.
알바이신(Albaicin) 지구
전망대에는 이미 야경을 보려고 수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해가 지기까지 30분가량 남아있어 근처 레스토랑에서 차를 마시며 기다렸다.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은 물가가 그다지 비싸지 않아 돈 쓰기가 부담스럽지 않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자 알함브라에 불이 들어왔다.
은은한 불빛은 그 옛날의 영화를 나지막이 노래 부르는 듯했다.
인간의 흥망성쇠가 얼마나 덧없는지.
알바이신에서 바라본 알함브라
미로 같은 알바이신 지구를 걸어내려 가 그라나다 시내로 갔다.
그라나다 시내
그라나다 시내에서 뜻밖에도 배낭여행 중인 첫째 아이의 친구를 만났다!
서울 거리에서 우연히 만나기도 쉽지 않은데 이 먼 스페인 땅에서 만나다니!
너무 놀랍고 반가웠지만 우리는 패키지 여행을 와서 아쉽게 짧은 인사만 나누고 헤어졌다.
시내 레스토랑에서 샹그리아와 타파스를 먹었다.
샹그리아는 달착지근해서 술이라는 것도 잊고 나도 모르게 한 잔을 거의 다 마셨다.
머리털 나고 술을 그렇게 마시기는 처음이다.
마실 때는 몰랐는데 곧 얼굴이 달아오르고 어지러웠다.
난 이런 상태가 싫다.
도대체 술을 왜 마시는지 모르겠다.
레스토랑을 나와 버스로 가는 길에 아이들이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하여 가이드에게 말을 하고 다시 레스토랑으로 가서 화장실을 사용한 후 일행들을 쫓아갔다.
그런데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가 않았다.
그렇다고 당황할 우리 가족이 아니지. ㅎㅎ
감으로 버스를 찾아가니 일행들이 없었다.
먼저 갔는데 다들 어디로 갔나?
버스 기사는 영어를 못해 의사소통이 안되고.
아마도 어딘가에서 우리 가족을 기다리고 있나 보다.
그래서 다시 가이드와 일행들을 찾으러 가니 우리가 길을 잃은 줄 알고 가이드가 찾으러 갔단다.
그러면서 버스를 어떻게 찾아갔느냐고 놀란다.
버스가 어디 있는지 몰라 가이드가 기사와 통화를 하며 찾아가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먼저 버스를 찾아 일행들을 기다리고 있었으니 놀랄 만도 하다.
우리가 보통 가족이 아니라니까요.ㅋㅋ
이렇게 또 재미있는 추억거리가 될 happening이 하나 생겼다.
밤 9시에 호텔로 가서 저녁을 먹었는데 보통 가족이 아닌 덕에(?) 저녁식사 때 일행들에게 와인을 쐈다.
Camino de Granada 호텔은 다소 오래되었지만 깨끗했고 무료 Wi-Fi도 되고 욕실용품도 있었다.
하지만 Wi-Fi가 자꾸 끊어져서 저장이 안 되는 바람에 블로그를 3번이나 다시 써야 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