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17년 11월 28일 화요일
장소: CGV
오랜만에 마음을 울리는 영화를 봤다.
유화 애니메이션은 어떤 걸까 궁금했는데 내가 생각하던 그런 애니메이션은 결코 아니었다.
이 영화는 말만 애니메이션이지 어린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영화도 결코 아니다.
게다가 19금 장면도 나온다.
영화를 찍은 후 필름을 고흐 그림 식으로 각색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100명의 화가들이 이 작업에 참여했다고 한다.
결과는 고흐 그림으로 된 고흐 영화이다.
영화는 고흐가 죽기 전, 후 몇 주간을 통해 그의 삶을 들여다본다.
과연 그가 왜, 어떻게 죽었는지를 추적해가는 미스터리물의 형식을 띄기도 한다.
하지만 마르그리트의 말처럼 그가 외로움 때문에 자살을 했건, 외로워서 불량한 십 대들과 어울리다 타살이 되었건 무슨 차이가 있으랴?
어떤 사람들은 질병이나 외로움, 고통으로 인해 무너지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딛고 일어서기도 한다.
고흐는 과연 어떤 쪽이었을까?
그가 불행하게 살다가 비참하게 죽었고 생전에 딱 한 장밖에 그림을 팔지 못했기 때문에 그의 인생은 실패하고 무너진 것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그의 사후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기게 된 그림들로 인해 성공한 삶이었다고 해야 하나?
도대체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그에겐 어떤 생명도 너무 작거나 가치가 없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마르그리트는 참으로 그의 그림뿐만 아니라 그의 내면까지도 이해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렇게 살았던 고흐에게 인생은 참으로 충만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메니에르 병과 황시증을 앓았던 고흐의 꾸물꾸물한 화풍으로 된 화면을 보고 있자니 처음에는 어지럽고 나까지 정신 이상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가 바라보는 세상이 어떠했을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나저나 sensitive한 사람들은 참으로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남들을 그런 사람들을 까칠하고 유난스럽다고 평한다.
예민하기 때문에 더 많이 느끼게 되고, 더 많이 생각하게 되고, 더 많이 상처 받게 되는 사람들을 이해해주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고, 듣지 못하는 것을 들을 수 있고, 느낄 수 없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 또한 나쁜 것은 아니리라.
난 그렇게 복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misscat은 특별하다."는 말도 칭찬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